인공지능 '알파고' 위력을 보여준 구글이 제약사와의 케미를 통해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2013년 9월 자회사 칼리코(Calico)를 설립한 뒤 2014년 9월 미국 제약사 애브비와 노화 관련 치료제 개발 제휴를 맺는가 하면, 같은 해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와 당뇨를 판별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 프로젝트를 구성했다.
그리고 3일(한국시간), 인체 전기신호를 이용한 만성질환 치료법을 모색하기 위해 영국제약사 GSK와 합작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합작회사 이름은 '갈바니 바이오일렉트로닉스'.
GSK는 생체전자의약품 개발을 위해 구글 알파벳 사의 자회사인 베릴리 라이프 사이언스를 끌어들여, 합작회사에 55% 지분을 투자했다(베릴리는 45%).
GSK와 베릴리는 향후 7년 간 각각 최대 5억 4000만파운드(789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합작회사의 설립 배경인 생체전자의약품(Bioelectronic medicine)은 인체 신경을 통과하며 다양한 질환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전기신호를 변형시킬 수 있는 '소형장치(이식 가능)'를 사용해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과학 분야다.
GSK는 2012년부터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으며, 생체전자의약품을 통해 관절염, 당뇨병, 천식과 같은 특정 만성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여기서 베릴리는 ▲저전력 전자기기의 소형화 ▲장치 개발 ▲데이터 분석 ▲임상적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다.
새로운 바람
사실 구글뿐 아니라 애플, IBM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3년전부터 본격적으로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들었다.
다양한 첨단기술을 결합한 헬스케어 기술이 신성장 산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기술들이 진단, 임상시험, 부작용 추적 등 신약개발 및 진료의 전반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제약사들은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ICT 기업과 제약사의 니즈는 부합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치료 분야를 개척하고 있지만, 공학적인 측면의 한계에 부딪친다"면서 "ICT 회사들은 소형장치 개발 기술, 데이터 분석기법, 소프트웨어 개발 등 헬스케어 관련 공학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휴먼ICT융합학과 최윤섭 교수는 작년 10월 '한국제약협회 창립 7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헬스케어와 IT의 결합으로 큰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면서 "3년 전부터 시작된 변화의 골든타임은 인공지능, 웨어러블 디바이스, 모바일, 디지털 피노타입, 크라우드소싱 헬스케어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