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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법 껍데기만 남았다" vs "껍데기법이라도 제정 자체가 안돼"

    "법률적 교두보 확보되면 개정 일괄처리 사례 많아…간호법 통과 출구전략 아닌 무조건 막아야"

    기사입력시간 2022-05-03 05:45
    최종업데이트 2022-05-03 12:12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사진=의료윤리연구회 온라인 줌 화상회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현재 간호법이 축조심사 과정에서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상태라는 주장에 대해 의료계의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단 껍데기 법이라도 만들어지고 나면 어떤 불합리한 방향의 개정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발단은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의 간호법 관련 강의에서 시작됐다. 우 소장은 2일 의료윤리연구회가 마련한 온라인 강의에서 "심사 과정에서 간호법 주요 내용이 다 빠지고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현재 간호법을 구성하는 내용도 대부분 현행 의료법이나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제1법안소위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보건복지위원장)과 국민의당 서정숙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간호법안’과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조산법안’을 축소심사했다. ▲간호법 우선적용 규정 삭제 ▲간호사 업무범위 조정 ▲처방 문구 삭제 ▲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 관련 조항 삭제 등에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우 소장의 발언에 대해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이명진 소장(이비인후과 전문의)은 "많은 부분이 삭제돼 껍데기만 남았다고 하지만, NGO 단체를 통해 국회 활동을 많이 해본 경험상 일단 법이 제정되고 법률적 교두보가 확보되면 그 이후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며 "추후 개정안이 올라오면 손쓸 겨를도 없이 바로 일괄처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일단 간호법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알맹이가 빠졌으니 명목상 법 제정이 되고 크게 문제 없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무조건 간호법을 막아서 제정 자체가 안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소장도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의협이 법안 제정에 대해 계속 반대 중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법안 축조심사를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법률 제정으로 간다는 뜻이다. 일단 법 제정을 막으려면 한 정당이 주요하게 반대 입장을 내야 하는데, 축조심사는 주요 정당이 모두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의협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다.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국민 홍보를 더욱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시위나 단식 투쟁 등 최후수단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우 소장은 의협 집행부를 일단 믿고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의협이 과거처럼 띠를 두르고 무턱대고 일을 하진 않는다. 구체적인 내용을 다 말할 순 없지만 회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법안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위기상황에 내부 의견이 중구난방이 되는 것도 안 된다. 당분간 의협의 결정에 따라주셨으면 한다"고 읍소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이명진 소장

    의협이 간호법 통과를 전제해 놓고 출구전략을 대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 소장은 이날 강의에서 간호법이 만약 통과되고 간호사 단독개원이 법률적으로 가능해지더라도 실제로 많은 개원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단언했다. 우리나라처럼 저수가체계인 국가에선 개원에 따른 수익이 많지 않고 일차의료기관과 경쟁에서 밀려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우 소장은 이를 대비해 일차의료기관들이 현재 의료기관 내 외래진료에서 벗어나 돌봄과 케어까지 서비스 분야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고령화가 더 진행되면 집에 있기도 힘들고 병원에 가기도 애매한 의료난민들이 많이 발생한다. 이를 대비해 클리닉 수준의 외래에서 벗어나 병원 밖 돌봄까지 의료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며 "재택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현재 위치를 고수한다면 일차의료가 도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변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를 만드는 것도 의협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주장에 서울 주안과의원 주영숙 원장은 "지금 간호법 통과를 전제하고 대비를 하는 것 같다. 간호사와 의사는 협업을 하는 것이지 협진이 절대 아니다. 지금은 간호법을 어떻게 막을 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원장은 "5월에 임시국회가 열리면 간호법이 통과된다고 본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너싱홈 같은 간호사 단독개원이 이뤄져도 단순히 아무도 안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