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김효상 칼럼니스트] 바야흐로 의료 분쟁과 소송의 시대이다. 환자들이나 국민들이 의료진에게 요구하는 것은 많아지고 국민감정에 영합한 국가의 규제나 감독은 강화되고 법원도 이런 경향에 동조하듯이 의료분쟁에서 의료진에게 과실이나 책임을 점점 강하게 부과하고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하고 챙겨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간략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대리 처방은 불법이다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처방전등을 교부하거나 진단서를 발급하는 일은 현행의료법상 불법이다. 대리 처방이 적발되면 해당 의사에게 자격정지 처분 등이 내려진다.
보건복지부 고시와 유권해석에서는 예외적인 경우 인정한다고 하고 대리처방의 경우 진료비의 50%로 산정하고 있지만 의료법상 대리처방 관련한 예외규정을 인정하거나 하위 법령에 위임한 적이 없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불법이다.
현재 법사위 심의에 올라와 있는 개정안 (환자의 거동이 불가능하고, 같은 상병에 대해 장기간 같은 처방을 하는 경우로서 의사가 환자 및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할 때 환자를 대리해 가족 등이 처방전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한 대리처방(제17조의2 신설))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불법이고 통과되더라고 위에 규정된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서 허용된다.
일선 의료현장에서 보호자들이 환자의 편의상 이유로 대리처방이나 진단서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 시에 민원을 넣거나 의료 독점주의니 뭐니 비난하지만 법에서 규정한 것을 의료진이 어겨야 할 이유가 있는가.
약품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진단서로 인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의료진이 이러한 대리 처방이나 진단서 교부로 인하여 처벌받고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대리 처방이나 진단서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에게 의료진이 감옥에 갈수는 없지 않겠냐고 되묻도록 하자. 이것은 법적 근거를 그동안 명확히 하지 않은 정부가 그 갈등과 책임의 원인이다. (근거: 의료법 제 17조 제17조(진단서 등) ①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檢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 또는 ‘형사소송법’ 제222조제1항에 따라 검시(檢屍)를 하는 지방검찰청검사(검안서에 한한다)에게 교부하거나 발송(전자처방전에 한한다)하지 못한다)
의무기록을 명확히 작성하자(특히 여러 검사의 권고, 타 의료기관 의뢰의 내용)
흔히 의료분쟁에서 책임여부가 논란이 될 때 가장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는 것이 의무기록이다. 환자의 증상에 맞는 검사를 했느냐 의료 기관에서 감당하지 못할 때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을 했느냐의 여부를 중요한 쟁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진들이 환자의 여러 경제적 상황이나 여건 등을 고려해 비용이 드는 검사나 상급병원 의뢰 등을 설명하지 않았을 때 혹은 환자가 완강히 거부를 하는 경우들의 경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환자 상태악화와의 인과관계를 따져서 과실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그렇지만 최근 법원 판결들을 보면 환자가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때 그에 맞는 검사를 환자가 거부해 시행하지 못한 경우에도 설명 의무 위반, 주의 의무 위반을 언급하며 의료진의 책임을 묻는 경우들이 있다.
그렇지만 최근 법원 판결들을 보면 환자가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때 그에 맞는 검사를 환자가 거부해 시행하지 못한 경우에도 설명 의무 위반, 주의 의무 위반을 언급하며 의료진의 책임을 묻는 경우들이 있다.
하물며 검사를 시행이나 권고를 하지 않거나 검사 결과를 확인하지 못해 발생하는 과실들에 대해서는 더욱 엄중히 책임을 지는 상황들이 발생하게 된다.
간단히 정리하면 환자가 의심되는 증상들에 대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진행하고 환자가 검사를 거부할 때는 검사를 거부한 상황들과 시행하지 못한 이유들에 대해서 자세하고 정확하게 의무기록에 작성하고 남겨야 한다.
진료시간이 길어져서 의무기록에 적을 시간이 없다면 차라리 컴퓨터에 녹음기를 키고 모든 진료내용을 녹음하라. 상호간의 대화 녹음은 합법이다.
의료기관 전원도 마찬가지로 말로만 설명하지 말고 진료의뢰서를 꼭 작성해 환자가 가져가던 가져가지 않던 의무기록상에 전원의 의무를 수행했음을 기록으로 남겨놓아야 한다.
민간보험 관련 진료 시 신중히 해야 할 것(객관적으로 진료하고 서류를 작성하라)
국민 대다수가 민간보험 가입돼 있는 상황에서 쉽게 진료실에서 마주치는 풍경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진단서 내용을 작성해 달라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의무기록을 고쳐 달라, 고가의 검사를 받기 위해서나 입원 일당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입원시켜달라 등의 요구들이다.
보험사기 특별법의 발효로 부당함 보험금의 수령을 위해 공모하는 경우 범죄자가 된다. 환자의 사정을 고려해주려는 선한 마음이 차가운 법의 심판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거: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8조(보험사기죄)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보험회사들에서 요구하는 자사 양식의 소견서들은 의료인이 작성해줘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
만약 환자의 상태에 대한 소견내용이 필요하다면 환자가 동의하는 상태에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하며 의료기관 양식의 소견서를 발급해주면 될 일이다.
환자 동행 없이 찾아와 접수해 온갖 환자에게 불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요구하거나 서류들을 요구한다면 해주지 말고 만나지 않아야 한다.
의료법상 환자의 의무기록을 환자 동의하에 대리인이 복사해갈 수 있는 요건이 있기는 하지만 그때라 하더라도 기록 열람이나 서류를 복사해가는 것에 대한 동의이지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환자의 동의 없이 기록이나 서류 이외의 것을 제공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근거: 의료법 시행규칙 제13조의3(기록 열람 등의 요건) ② 법 제21조제3항제2호에 따라 환자가 지정하는 대리인이 환자에 관한 기록의 열람이나 그 사본의 발급을 요청할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서류를 갖춰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불법의료에 대한 의사협회의 강력한 자정이 필요하다
흔히 불법 의료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는데 인터넷에 나와 있는 의료법, 의료기사법의 내용을 읽어보면 불법으로 규정되는 일들의 범위에 대해서 알 수 있다. 그리고 본인이 의료인으로서 국민들에게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 일이라면 불법의 소지가 상식적으로 크다 하겠다.
예를 들어 대학병원에서도 흔히 행해지는 전공의나 간호사를 통한 본인 이름의 대리 약 처방이나 물리치료 처방, 비의료인의 불법 수술참여 및 수행, 의사가 원내에 상주하지 않는 시간에 물리치료 처방이 수행되는 경우, 전공의나 군의관 공보의 등에 의한 비등록 의료행위, 의료기사가 해야 하는 행위를 일반인에게 시키는 경우, 신장 투석실 등에서 이루어지는 본인부담금 면제등과 같은 불법 환자 유인행위 등이 결국 의료계 전체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정상적으로 진료하는 의료진을 옥죄이는 규제들로 돌아온다.
이런 불법의료를 저지르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의사협회의 강력한 자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스스로 자정하지 않으면 외력에 의한 강제 규제밖에 돌아올게 없기 때문이다.
사회는 바뀌어간다. 환자들의 딱한 처지에 공감해주고 진료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어느 순간 본인이 범법자로 변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의사는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업(業)을 수행함에 있어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각종 규제로 억압하는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권리를 지키고 불법의 테두리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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