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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사직 후 복귀 선언한 이혜주 전공의…“흉부외과 그리웠다”

[필수과 전공의 인터뷰]① 서울대병원 사직→분당서울대병원 복귀 “전공의 지원 늘리려면 전문의 더 채용해야”

기사입력시간 22-12-14 07:30
최종업데이트 22-12-1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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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주 전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사진 제공=이혜주 전 전공의
메디게이트뉴스 필수과 전공의 릴레이 인터뷰
젊은 의사들의 필수과 기피 추세 속에도 남들과 다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필수과 전공의들이 있다. 그들이 일선에서 느낀 필수과의 '문제'는 무엇이고,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한전공의협의회 필수중증의료전공의위원회 소속 전공의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그 속사정을 들어본다.

① 이혜주 전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흉부외과 그리워 돌아간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현재 서울 소재 한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이혜주 씨는 지난해 9월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당시 전공의 3년차였던 그는 과도한 업무 등의 이유로 ‘사랑했던’ 흉부외과를 떠났다. 밤샘 수술로 지친 교수들도 "교수님처럼 살 자신이 없다"며 사직서를 내민 제자를 차마 붙잡지 못했다.

그렇게 흉부외과를 애써 외면했던 이 씨는 내년에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사직 이후 소위 돈이 되는 미용 쪽 일을 하기도 했고 요양병원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흉부외과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흉부외과 의사'란 타이틀이 자랑스러웠다는 그는 심장과 수술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즐거워보였다.

최근 심장혈관흉부외과로 이름이 바뀐 흉부외과의 2023년도 전공의 지원율은 60%. 지난해 39.6%에서 크게 오른 수치지만 여전히 정원 미달인 수련병원들이 많다. 이 씨가 수련을 받았던 서울대병원 흉부외과도 올해는 4명의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흉부외과는 이 씨처럼 중도에 수련을 포기하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문과목별 전공의 이탈률은 흉부외과가 24.1%로 필수과 중 가장 높다. 

젊은 의사들이 흉부외과를 기피하게 만들고, 환자를 살리는 일이 좋아 흉부외과를 택한 전공의들을 떠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여전히 흉부외과를 선택하고 흉부외과를 끔찍히 사랑하는 젊은 의사들이 있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의대생 시절부터 흉부외과를 꿈꿨고, 흉부외과 전공의 수련을 중도 포기했다가 최근 복귀를 결심한 이혜주 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흉부외과 재밌어서 지원 결심..."전공의 생활 보람찼지만 환자 악화 땐 스트레스 커"

Q. 흉부외과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뭔가.

사실 의대생 실습 전까지는 딱히 하고 싶은 전문과목이 없었다. 손으로 뭔가를 하는 걸 좋아하니까 수술하는 과를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는데, 실습을 돌다 보니 흉부외과가 너무 재밌더라. 심장 자체도 재밌고 그걸 수술로 풀어나가는 것도 너무 재밌었다. 폐도 재미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다른 느낌이었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폐가 말랑말랑하고 귀엽기도 했다. 그래서 흉부외과에 가기로 결심했다. 한 마디로 재밌어서다.

Q. 흉부외과는 힘들기로 유명하다. 시작하면서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이 흉부외과 선택을 많이 말렸고, 오히려 부모님은 그냥 '오케이'하셨다. 아버지는 피를 보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시고 어머니는 체력이 좋지 않으신 상황에서 내가 흉부외과를 가겠다고 하니, 걱정 속에서도 전폭적 지지를 해주셨다. 친구들은 내가 평소에 여행도 좋아하고 활발한 사람이란 걸 알다보니 ‘흉부외과를 가면 그걸 어떻게 견뎌내려고 하냐’ ‘병원에서만 살 수 있냐’ 이런 걱정을 하더라.

그래서 고민했지만 당시엔 재밌는게 흉부외과밖에 없고, 다른 과는 눈에 차지 않았다. 내가 병원에서 살 수 있을지는 일단 부딪혀봐야 알겠다고 생각한 상태로 인턴을 시작했다. 사실 그때는 전공의 80시간이 엄청 엄격하게 지켜질 때가 아니었다. 한 번 출근하면 36시간 근무하고 12시간 쉬고 다시 당직을 서기도 했고, 이틀 연속 당직을 설 때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그렇게 힘들지가 않았다. 그리고 인턴 기간에 과를 돌 때도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과가 있고 출근하자마자 미친 듯이 바쁜 과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바쁜 과들이 더 재밌었다. 생각보다 내가 개인 약속도 많은 사람이 아니고, 여행은 어차피 어느 과를 가더라도 1년에 두 번밖에 가지 못하니까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흉부외과를 가기로 했다.

Q. 실제로 2년 반동안 흉부외과 전공의로 지내보니 어땠나.

1년 차 때는 혼나기도 많이 혼나고 정신없게 시간이 흘러갔지만 너무 재밌었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흉부외과에 들어와서 일하고 있고, 수련을 하면서 하나씩 독립적으로 행할 수 있는 일과 지식이 늘어나는 게 재밌더라. 내가 흉부외과 사람이 돼 가는 것 같았다. 2년 차 때도 꾸준히 열심히 하니까 교수님들도 그걸 알아봐 주시기도 하고, 어떤 환자에 대해서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했을 때 그게 받아들여지면 뿌듯했다.

물론 한편으로는 스트레스도 진짜 많이 받았다. 예를 들어 수술을 마치고 나온 환자가 상태가 좋아져서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왔는데 다시 나빠져서 중환자실로 내려갈 때 ‘내가 놓친 게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당시에 제때 퇴근한 적도 없어서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는데, 그런 생각까지 겹치면서 스스로를 많이 갉아 먹었던 것 같다. 뭔가 더 하고 싶은데 몸이 힘드니까 잘 되지 않았고,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라는 생각을 그때부터 계속 했던 것 같다.

Q. 2년 반 동안 흉부외과 전공의 생활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뭔가. 

여러 순간이 있긴 한데 아무래도 예후가 좋지 않았던 환자들이 기억에 남는다. 급하게 실려온 대동맥 박리 환자가 있었는데 미리 연락을 받았던 환자여서 준비는 다 돼 있었다. 응급실에서 수술방까지 들어가는데 30분도 채 안 걸렸다. 환자가 처음에 도착했을 때는 의식이 있고 나와 대화도 했다. 그런데 수술방으로 밀고 들어가는 중에 의식이 서서히 흐려지고, 수술 직전에는 대변을 보기도 했다. 결국 수술 후에는 환자가 의식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병원에서 그 환자와 대화했던 건 환자 아내분을 제외하면 내가 유일했는데, 아직도 그 환자 생각이 난다. 

결혼 고려 등 현실적 이유로 사직...돈 되는 일 해봤지만 돌고돌아 '흉부외과'

Q. 흉부외과 3년차에 사직을 했다. 이유는 뭐였나.

나이가 서른이 넘다 보니까 결혼 생각이 조급해지기도 했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흉부외과라고 하면 너무 바쁘다면서 질색하더라. 그 당시에 만나던 남자친구도 흉부외과 일을 하는 걸 너무 반대했고 주변 친구들도 결혼을 다 하기 시작하니 나도 '이 힘든 일을 계속 하는 게 맞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직할 당시에는 번아웃이 오면서 흉부외과에 부정적인 면이 많이 보였다. 잠도 잘 못 잘 정도로 바쁘고, 가족이 병원을 가더라도 나는 옆에 있지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직하겠다고 교수님을 찾아갔을 때 교수님께서 무척 당혹스러워 하셨다. 수련을 잘 받고 있던 전공의가 갑자기 사직서를 들고 나타났는데 너무 완고해 보이니 그러셨을 것이다. 교수님은 사실 아예 말리지도 못하셨다. 거의 마지막까지 사표 수리도 하지 않고 기다려주셨는데, 나도 일단 결정하면 그대로 진행하는 스타일이라 당시엔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Q. 내년에 다시 흉부외과 3년차로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돌아간다고 들었다.

여러 이유로 사직을 했지만 막상 상대적으로 편한 일을 하면서 지내다보니 미련이 남더라. 계속 흉부외과 생각이 났다. 의대생 본과 때부터 하고 싶은 과가 확실한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 나는 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과로 갈 수 있었는데 그걸 너무 쉽게 내려놨던 것 같았다.

다시 체력이 회복되고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지니까 생각이 정리가 되더라. 결혼도 중요하지만 흉부외과 선택을 이해해 줄 사람은 있을 것이고, 그걸 이해 못 해주는 사람과는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도 흉부외과로 다시 돌아가면 좋겠다고 지지해주셨다. 나도 왜 그만뒀나하는 생각을 되풀이하게 됐다.  

흉부외과 전공의를 그만두고 나와서는 미용같이 돈 많이 받는 일들을 해봤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그런 게 행복으로 다가오진 않더라. 나는 흉부외과 의사라는 타이틀이 무척 행복했나보다. 흉부외과라는 자체가 마음에 들었고 좋았고, 자랑스러웠다. 부모님께선 평생 바쁘게 사셨던 분들이어서 '젊을 때 고생해야 늙을 때 고생 안 한다'며 내 선택을 지지해주셨다. 흉부외과는 교수가 돼도 힘든데, 부모님께서 의사가 아니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긴 하다.(웃음)

올 3, 4월쯤에 바로 병원 측에 복직 의사를 밝혔다. 그때는 병원장에게도 메일을 쓰고 사직서를 취소하려고 백방으로 알아봤는데 방법이 없더라. 이후에 불행 중 다행인 게 흉부외과 정원 중에 결원이 생겼다. 나는 3년 차에 그만둬서 3년 차 자리로 들어가야 되는데, 마침 분당서울대병원에 자리가 나서 내년에 가게 됐다.

Q.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웅한 교수가 ‘미래에 교수님들처럼 살 자신이 없다’라고 하면서 중도 포기한 전공의들이 있다고 했다.

그 전공의가 나다. 지금 서울대병원 1년차 전공의 2명이 나간 걸로 알고 있다. 그 친구들은 어떤 이유로 나갔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그만둘 때 그 얘기를 했다. 흉부외과가 너무 재밌고 좋은데 사실 교수님들처럼 살 자신은 없다고. 지금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불안하긴 하다.

이번에 분당서울대병원으로 가는게 결정되면서 한 흉부외과 선배랑 얘기를 하게 됐다. 그 선배는 아이들 얼굴을 한 달에 한 번도 보기가 어렵고, 그나마 볼 때도 반나절 정도라고 했다. 사직할 때 그 선배한테 ‘나는 내 애는 내가 지어준 밥 먹이면서 살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에 다시 복직한다고 하니까 그 선배가 ‘이제 나처럼 살 자신이 생긴거냐’라고 묻더라. ‘일단은 생겼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이제 선배처럼 살아야지 어떻게 하겠냐’고 답해줬다.
 
이혜주 전 전공의는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선 입원전담전문의, 중환자실전담전문의 채용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업무 로딩∙불투명 미래∙소송 위험 탓 중도이탈 많아...환자 살린단 보람은 매력

Q. 흉부외과가 모든 전문과목을 통틀어 전공의들의 중도 이탈률이 가장 높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업무 과부하가 많다. 그리고 다른 과랑 비교했을 때 환자군도 어렵고 전문의 취득 후 선택지도 좁다. 가령 신경외과는 뇌와 척추 파트가 있는데,척추 쪽을 하면 나와서 비교적 편하게 살 수 있다. 외과도 유방, 갑상선 같은 것만 해도 밖에 나올 수가 있다. 그런데 흉부외과는 소아심장, 폐∙식도, 성인심장 세 파트 중에 어느 하나도 편하지가 않고 나와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다른 과들은 나중에 전문의 따고 너무 힘들면 그냥 개원가에 나간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흉부외과는 그런 게 없다. 나오면 그냥 절벽인 셈이다. 그나마 있는 하지정맥류도 흉부외과 외에 혈관외과나 영상의학과나 산부인과 전문의들도 많이 한다. 그래서 그럴 바엔 다른 걸 전공하자 하고 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소송 위험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환자가 고생하는 만큼 의사들도 고생한다는 생각을 잘 해주지 않는 편이다. 실제 환자 상태가 나빠졌을 때 환자 보호자들만큼이나 속상해 하는 게 의사들이다. 환자 보호자 입장에선 의사들은 그런 감정이 없다고 생각들을 많이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도 환자의 합병증을 보면 마음이 상하고 밤잠 못 이루며 고민하기도 한다. 그렇게 밤잠을 설치고 출근해서 보호자 면담을 했는데 보호자한테 멱살까지 잡히면 허탈할 수 밖에 없다.

병원에 시간 다 뺏기고, 가족들도 못 챙긴다. 그렇게 하면서 환자를 치료했는데 합병증이 생기고 나니까 멱살 잡히고 욕 먹고 고맙다는 얘기도 못 듣는 거다. 최악의 경우는 소송에 걸리고 수억원 배상까지 해야 한다. 그런 부정적인 부분을 다 생각해보면 흉부외과 의사는 할 직업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Q. 그만둘 당시에는 흉부외과의 부정적인 면이 많이 보였다고 했다. 반대로 매력은 뭔가. 

흉부외과에서 수술을 하다보면 거의 모든 환자를 다 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머리 쪽을 제외한 웬만한 중증 질환은 다 접해보니까 환자를 보는 데 자신감이 많이 생기고 술기도 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론 환자를 볼 때 어떤 환자가 와도 어느 정도 감별을 하고 굵직 굵직한 것들은 해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이는 실제로 지금 개원가에서 일하면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죽을 뻔 한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성취감과 보람도 있다. 아직 내가 직접 해본 건 아니지만 너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교수들 중에는 시골에 내려가서 조용히 수술만 하며 살고 싶다는 분들이 있을 정도다.

입원전담전문의 등 채용해야 전공의 지원 증가...전문의 근로시간∙수술 건수도 제한 둬야

Q. 흉부외과 지원율이 낮은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지원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입원전담전문의나 중환자실전담전문의가 늘어나면 전공의 지원은 확실히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은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도 있고 입원전담 전문의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서울대병원 본원은 입원전담 전문의를 구하고 있지만 현재는 없다. 내년 흉부외과 레지던트 1년차 지원자를 보면 분당서울대병원이 본원보다 더 많은데(서울대병원 4명 정원∙1명 지원, 분당서울대병원 3명 정원∙5명 지원) 본원에 중환자실전담전문의만 있고 입원전담전문의가 없는 게 영향이 있다고 본다. 

분당은 입원전담전문의도 있고 중환자실전담전문의도 있어서 전공의들이 물어볼 전문의들이 많다. 전공의 입장에선 막 1년차가 돼서 들어갔는데, 환자들이 다 중환자면 당황스럽다. 그럼에도 메신저로 물어보면 수시로 대답해 주는 전문의들이 있고 회진도 이끌어주시면서 교수들 수준에서 상의를 하고 알려주신다. 전담전문의가 있으면 병실 환자에 대해서도 주치의가 없을 때 교수들끼리 상의해서 어느 정도 일 처리가 되기 때문에 전공의가 쓸데없이 중간에서 말을 전달하거나 할 필요가 없어진다. 병동에도 수술방에도 교수가 있으니 상대적으로 여유도 생긴다.

물론 병실에서 할 기본적인 교육들은 받아야겠지만, 그렇게 해도 시간이 남다보니 수술실에 갈 기회가 많아진다. 교수님들도 병실에 입원전담전문의가 상주하고 있으니 수술방에 전공의를 잘 불러주신다. 반면 서울대병원 본원은 입원전담전문의가 없으니까 전공의들이 병동에 상주하고 있고, 주 80시간을 지켜야 되니 수술방을 들어갈 여유가 없다. 개인적으로 그런 차이를 크게 느꼈다. 전담전문의의 존재 여부에 따라 교육과 수련의 질 차이가 많이 달라지는 셈이다.

내가 알기론 흉부외과에서 전문의까지 쭉 수련을 받고도 교수직을 못 받거나 너무 힘들어서 중도에 그만두고 개원가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만 잘 챙겨도 중환자실전담전문의나 입원전담전문의 자리가 잘 찰 것 같은데, 이미 배출된 전문의들이 잘 챙겨지지가 않는 게 아쉽다. 정부에서 그런 체계를 잡을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한다. 결론적으론 또 수가 얘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교수들 월급을 올리겠다고 수가를 올려달라는 게 아니라 입원전담전문의나 중환자실전담전문의를 더 뽑을 수 있게 관련 수가를 강화해야 한다.

Q. 결국 의사의 삶의질, 근로시간 문제와 연결되는 얘기인 것 같다.

의사들의 삶의질,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중요하다. 그걸 보장하기 위해서 더 많은 전문의가 필요하다. 사실 젊은 의사들은 과를 선택 할 때 그 과에 간 선배들이 어떻게 살고있는지를 본다. 전공의 시절에 절망적이었던 것 중에 하나가 교수들의 모습이었다. 나는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제한이 있어서 이틀에 한 번 퇴근을 하고 주말에 하루는 푹 쉬는데 ‘교수님은 왜 집에 안 가지. 나도 교수가 되면 저렇게 살아야 하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적인 예지만 지금의 의료 정책은 의사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의사를 그냥 당연히 있어야 하는 물건처럼 보는 느낌이다. 일반 회사의 근로자들은 주 52시간 근무를 한다. 과로를 하면 일에 실수가 많아지니 그런 것들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인데, 왜 그런 당연한 게 의사들에겐 통용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어제 잠을 한 숨도 못 잔 의사에게 수술을 맡겨도 되는건가. 

Q. 과로와 관련해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내가 1년 차 때는 어떤 교수님이 3일 내내 라면만 먹으면서 수술을 하기도 했다. 당시에 국제 학회 때문에 나머지 교수들이 다 유럽에 가 있었고 한 분이 당직을 섰는데, 응급 환자들이 계속 몰려들었다. 전국에 흉부외과 의사들이 다 같이 유럽 학회에 가 있으니 응급환자가 더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 교수님이 본인 정규 수술을 처리하면서 응급으로 오는 대동맥 박리 환자들도 수도 없이 수술했다. 그 와중에도 ’난 그래도 수술하는 게 재밌다’라고 하셨는데, 결국 마지막 날쯤엔 ‘이제는 니 전화만 오면 또 수술이 생긴 것 같아서 무섭다’고 하셨다.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한 수술을 이틀 동안 밤을 새면서 라면만 먹어가며 하신 것이다. 

의사들도 근무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교수들은 반대할 수도 있지만 병원별로 수술 건수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지방 쪽은 수술도 별로 없는 병원들이 있는데, 그런 병원들로 환자들을 분배해야 한다. 외국 얘기를 들어보면 하루에 수술 1~2개 정도를 한다고 한다. 오전 10시쯤에 수술을 시작해서 오후 3~4시쯤에 끝나고 퇴근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흉부외과 의사들은 자기 인생도 없이 돈을 적게 받으며 이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돈을 많이 주지 못한다면 그런 조금의 여유 시간이라도 줘야하지 않나.

정부 보조금은 효과 있다...후배들에게 흉부외과 추천은 못해

Q. 정부의 보조금이 있음에도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오르지 않는다면서 지원금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정부보조금을 바라면서 흉부외과로 지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효과는 있다. 힘든 일을 하면서 정부보조금을 받고, 전공의 시절 조금이나마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생활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흉부외과 일을 하면서 경제적인 부분까지 걱정을 해야한다면 정말로 버티기가 힘들 것 같다. 

이렇게 정부 보조금이 나오는 흉부외과 전공의, 전임의들은 월급이 어느 정도 되지만 교수가 되면 보조금도 없고 전공의들처럼 주 80시간 제한도 없다. 일주일에 하루 집에서 아이들과 놀까 말까 하는 수준으로 일하면서도 높지 않은 월급을 받는 거다. 그럼에도 흉부외과 교수님들은 어떤 환자든 받을 수 있고, 사람을 살리는 의사라는 자부심으로 사신다. 

Q. 젊은 후배들에게 흉부외과를 추천해줄 수 있겠나.

추천은 하지 않겠다. 나도 흉부외과를 하고 싶다고 얘기를 할 때 흉부외과 교수님들 중 반갑게 오라고 하는 분은 없었다. 결국 올 사람들은 오지 말라고 해도 온다고 생각한다. 이게 흉부외과의 단골 멘트 같은 거다. 나는 인턴들이 일을 아무리 잘해도 힘든 걸 아니까 우리 과 오라고 꼬시진 않았다. 그 사람의 평생 인생을 좌지우지할 일인데 방아쇠를 내가 당기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흉부외과에 오면 확실히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고 다른 과에서 느끼지 못하는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정경호가 느끼는 것 같은 보람 말이다. 그런 의사를 꿈꾼다면 흉부외과도 좋은 선택이다.

그리고 흉부외과 교수님들이 후배들을 위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고 계시다.
김웅한 교수님도 그렇고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김경환 이사장님도 적극적이시다. 흉부외과의 미래가 암흑이긴 하지만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주시는 교수님들 덕분에 칠흑 같은 암흑은 아니고 한 줄기의 빛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