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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전공의 모집, 연장해도 "안 돌아간다"…"값싼 노동력 취급, 수련되겠나?" 의문

    의대 증원도 "저임금 노동자 늘리려는 것" 비판…교수 진료수익에만 의존하는 대학병원 구조 변화 필요 지적

    기사입력시간 2024-08-14 16:41
    최종업데이트 2024-08-14 16:4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연장에도 전공의들이 미동조차 하지 않는 가운데 전공의들의 미복귀 결심에는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것을 넘어 전공의를 '수련의 대상'이 아닌 '값싼 노동력' 취급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반발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9월 하반기 모집 기간을 레지던트 1년 차는 8월 14일까지, 레지던트 2~4년 차와 인턴은 8월 16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본래 7월 31일까지였던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한 전공의 수가 전체 모집 규모의 1.3%인 104명이라고 밝히며, 짧은 기간으로 인해 지원하지 못한 전공의들을 위해 한 차례 추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전공의들이 요구하고 있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추가 전공의 모집 역시 지원자는 극소수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의정 갈등이 6개월째 이어지면서 단순히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서울 모 대학병원 미복귀 안과 전공의는 "그간 전공의들은 워라밸은 꿈조차 꾸지 않고 살았다. 도제식 교육 시스템에서 전공의는 그저 교수들의 허드렛일을 하며 PA 간호사들에게 마저 지시를 듣고 혼이 나는 최하위 계급이었다. 선배들도 모두 그렇게 수련을 받았으니 이 또한 참아야 하는 것이라 믿고 살았던 것 같다"며 "수련을 받는다기보다 기계적으로 반복된 업무를 하면서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해당 안과 전공의는 "그것이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으로 폭발했다. 월급 400만원을 받고 100시간이 넘는 연속 근무 시간을 참으며 36시간 당직을 서고, 수련을 통해 배운 수술은 거의 없었던 지난 날을 생각하면 억울하기까지 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안과의 경우 수술 특성상 환자들이 부분마취를 하고 눈을 뜬 채 수술을 받아 전공의들이 수술 경험을 하기 어려워 제대로 된 수련을 하기 어려운 전공으로 꼽힌다. 이어 일부 전공의들은 백내장 수술을 배우기 위해 인도 등 해외 실습을 떠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지방 수련병원 미복귀 외과 전공의는 "이대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면 또다시 그 비정상이 정상인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는 전공의 의존도를 줄이겠다며 PA간호사를 늘리겠다고 하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PA간호사에게 술기를 배우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해당 외과 전공의는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것도 결국 수련병원에서 저임금으로 일할 노예를 더 늘리고, 인건비를 더 내리려는 것 아니겠나. 6개월이나 버틴 거 이번만큼은 바꿔야 한다고 본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학병원들은 '수련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운영에서 '진료수익'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교수들이 수련의에 대한 '교육'의 기능을 등한시하고 있다.

    거기에 극심한 저수가로 교수들은 박리다매식으로 환자들을 진료·수술해 수입을 올리는데 매달릴 수밖에 없어 전공의들에게는 허드렛일을 시키게 되고, 전공의들은 그 체계 안에서 고효율 인력으로 소모되는 것이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공의를 미래 지도자보다는 노동력 취급하고 미래에 중요 수술을 행하는데 필요한 지도적 인력에 비해 현재 필요한 노동력을 당장 손쉽게 공급하는 수단으로 의대를 유치해왔다. 즉, 의대 증원이 값싼 병원 노동력 공급의 수단인 것"이라며 "교수들이 적은 환자진료가 가능해져야 전공의 교육에 전념할 수 있고, 전공의들도 충분한 수련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