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4)에서 다양한 임상 단계에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의 유망 데이터가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의 블록버스터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는 뇌전이가 있는 전이성 유방암과 희귀암에서 유망함을 보였다. MSD와 머크(Merck)가 파트너십을 통해 확보한 후보물질의 신규 데이터는 물론 향후 기대되는 초기 단계 클리우딘(claudin) 표적 후보물질의 초기 임상 데이터도 다수 소개됐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여러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후보물질이 학회에서 눈길을 끌었는지 알아봤다.
다이이찌산쿄, 항서제약 등 클라우딘 표적 ADC 1상 데이터 발표
클라우딘(claudin)은 세포 접합부를 단단하게 유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막 통과 단백질이다. 여러 클라우딘 동형 단백질이 고형 종양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된다. 이번 학회에서는 클라우딘 표적 ADC에 대한 여러 1상 임상시험 데이터가 공개돼 ADC로 클라우딘을 표적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내약성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이이찌산쿄의 DS-9606a는 인간화 항-CLDN6 항체와 피롤로벤조디아제핀(pyrrolobenzodiazepine) 페이로드로 구성된 ADC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 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1상 임상시험 중 용량 증량 부분의 첫 번째 데이터를 보고했다(Abstract 610O).
발표에 따르면 DS-9606a는 용량 제한 독성, 용량 의존적 치료 관련 이상반응(TEAE) 증가 또는 치료 중단 없이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가장 흔하게 나타난 TEAE는 빈혈, 복통, 메스꺼움, 피로였다. 예비 분석 결과 생식세포종양(GCT)와 위암에서 객관적 반응(RECIST v1.1 기준)이 확인됐고, 추가 유효성 데이터는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스페인 발렌시아대(University of Valencia) 발렌티나 감바르델라(Valentina Gambardella) 박사는 "여러 종양 유형을 가진 환자들이 등록됐다는 점에서 특히 흥미로운 연구다"면서 "용량제한독성(DLT)이 관찰되지 않았고 많은 ADC와 관련된 흔하고 심각한 독성인 호중구감소증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초기 결과지만 심각한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고 약물의 잠재적 특이성을 고려할 때 향후 개발이 유망한 후보다"고 평가했다.
독일 머크(Merck)와 중국 항서제약(Jiangsu Hengrui Pharmaceuticals)은 공동 개발 중인 SHR-A1904의 위암 또는 위식도 접합부암 환자 대상 1상 데이터를 소개했다(Abstract 609O). SHR-A1904는 클라우딘 18.2를 표적하는 IgG1 단클론항체와 토포이소머라제 I 억제제(TOP1i) 페이로드로 구성된 후보물질이다. 머크는 지난해 항서제약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후보물질에 대한 옵션권을 확보했다.
연구 참가자 대부분(98.6%)이 전이성 질환을 앓고 있었고 31.5%는 이전에 세 가지 이상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빈혈과 백혈구 및 호중구 수 감소였다. 6.0㎎/㎏ 용량군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은 55.6%, 질병조절율(DCR)은 88.9%였고, 8.0㎎/㎏ 용량군에서는 각각 36.7%, 86.7%였다.
연구팀은 SHR-A1904가 관리 가능한 안전성 프로파일과 치료 경험이 있는 CLDN18.2 양성 위암 또는 위식도접합부암 환자에서 유망한 항종양 활성을 보여줬다고 결론내렸다.
중국 에보포인트 바이오사이언스(Evopoint Biosciences)의 XNW27011 역시 TOP1i 페이로드가 포함된 클라우딘 18.2 표적 ADC다. 표준 치료에 실패했거나 내약성이 없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1/2상 데이터를 발표했다(Abstract 651P).
연구 결과 용량 증량 단계에서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과 구토였고, 빈혈과 백혈구 및 호중구 수 감소가 뒤를 이었다. 모든 종양에 대한 객관적 반응률과 완전 관해율은 각각 50%, 86%였다.
연구팀은 "XNW27011은 넓은 치료 범위, 종양 유형 및 클라우딘 18.2 발현 수준에 걸쳐 우수한 예비 효능, 낮은 페이로드 플라즈마 노출을 포함한 우수한 PK 특성으로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여줬다"면서 "이 연구는 여러 종양 코호트에서 확장 단계가 시작돼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엔허투, 첫 침샘암 2상 데이터와 뇌전이 유방암 데이터 통해 새로운 가능성 보여
엔허투는 HER 표적 ADC로 현재 유방암과 위암, 비소세포폐암 등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이번 학회에서는 일본에서 실시된 연구자 주도 2상 연구 MYTHOS 데이터가 공개되며 재발성 또는 전이성 침샘암(SGC)에 대한 옵션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Abstract 849O).
침샘암 환자 19명 코호트에서 중앙값 15.0개월 추적 관찰 결과 중앙 검토 평가 객관적 반응률은 68.4%,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15.9개월이었다. 평가 대상 환자 15명의 반응 지속 기간 중앙값은 14.3개월이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 안나 스프리피코(Anna Spreafico) 박사는 "HER2 양성 코호트 결과는 최근 훨씬 더 규모가 큰 DESTINY-PanTumor02 임상시험에서 보고된 매우 우수한 반응률과 잘 일치하며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희귀 질환인 침샘 종양에서 이 약제의 잠재적 역할을 확인시켜준다"고 말했다.
엔허투는 뇌전이가 있는 유방암 환자에게도 희망을 제시했다. IIIb/IV상 임상시험인 DESTINYBreast-12 결과 엔허투는 안정적 또는 활성 뇌 전이를 가진 대규모 코호트를 포함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전체 및 두개 내 임상 활동을 보였다(Abstract LBA18). 대상자들은 이전에 2가지 이하 치료로 질병 진행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데이터를 보면 12개월 무진행 생존율(PFS)은 뇌 전이가 있는 코호트에서 61.6%, 중추신경계(CNS) 코호트에서 58.9%였다. 이러한 결과는 뇌전이가 안정 및 활성인 환자에서도 비슷했다.
벨기에 브뤼셀 자유 대학교(Université Libre de Bruxelles) 필립 애프티모스(Philippe Aftimos) 박사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뇌 전이 발생률이 흔하고 최근까지 환자 대부분이 심각한 독성을 동반할 수 있는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치료받지 않은 뇌 전이 환자에게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초기 우려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크기의 분자는 혈액-뇌 장벽을 통과하기에 너무 커서 뇌 전이를 치료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DESTINYBreast-12 데이터는 뇌 전이가 있는 환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이는 국소 치료 없이도 뇌 전이가 있는 진행성 유방암을 치료하는 데 전신 치료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다이이찌산쿄-MSD HER3-DXd, CDK4/6 억제제 치료 후 진행 유방암서 효능
다이이찌산쿄가 MSD와 개발하고 있는 파트리투맙데룩스테칸(patritumab deruxtecan, HER3-DXd)은 2상 ICARUS-BREAST01 연구를 통해 2차 이상 치료에도 진행 중인 호르몬 수용체(HR) 양성/HER2 음성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활성과 관리 가능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여줬다(Abstract 340O).
HR+/HER2- 진행성 유방암에서 내분비요법과 CDK4/6 억제제로 임상 결과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진행 후 효과적인 치료제는 거의 없다. HER3 발현은 예후 불량과 관련 있다. HER3-DXd는 TOP1i에 결합된 항 HER3 단클론항체로 구성됐다.
추적 관찰 중앙값 15.3개월에서 확인된 HER3-DXd의 객관적 반응률은 53.5%,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9.4개월이었다.
애프티모스 박사는 "표적으로서 HER3의 중요성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HER3-DXd의 효능은 설득력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환자의 약 절반이 치료와 관련된 3등급 이상 부작용을 경험했고, 등급에 관계없이 가장 자주 보고된 부작용은 피로, 메스꺼움, 설사였다. 우리는 이러한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관리한 경험이 있으므로 초기 데이터에 따르면 HER3-DXd의 내약성은 임상 환경에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