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부천성모병원 유진홍 감염내과 교수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원숭이두창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기존 천연두와 비슷하기 때문에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 밀접접촉을 통해서만 전염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규모 유행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적고 변종이 출현할 여지도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31일 원숭이두창에 대해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 단계로 발령하고 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했다.
유진홍 교수는 지난 6일 대한의학회지(JKMS)를 통해 원숭이두창과 관련한 'Once Bitten, Twice Shy: Our Attitude Towards Monkeypox' 기고를 내놨다.
우선 유 교수는 원숭이두창을 소개하며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을 언급했다. 즉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큰 피해를 입히면서 그 이후 감염병에 대해서도 두려움과 혼선이 겹쳐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1958년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됐으며 최초로 인간에게 발견된 것은 1970년 콩고에서다. 그 후 주로 콩고 등 중앙아프리카나 나이지리아 같은 서아프리카에서 풍토병으로 발생해왔다.
특히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나이지리아에서 큰 규모로 발생했었고 주기적으로 클러스터 발생이 있어왔다.
치사율이 가장 높은 바이러스는 원숭이두창의 중앙아프리카 변종으로 치사율이 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나이지리아 변종은 치사율이 1%에 그치고 2022년 유행하고 있는 변종은 나이지리아 변종으로 추정된다.
유 교수는 "원숭이두창의 나이지리아 변종은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염되지만 에어로졸에 의한 감염도 가능하다"며 "성병으로서의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지 않으며 잠복기는 1~3주 가량이다. 발열과 근육통, 발진 등이 주요 증상으로 보통 2~4주면 회복되지만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기존 천연두 바이러스와 유사해 병리학적 메커니즘과 임상적 특징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게 유 교수의 견해다.
유진홍 교수는 천연두 백신은 교차 면역을 통해 약 85%의 예방 효과를 갖고 있으며 한국엔 이미 3500만 개 이상의 천연두 백신 재고가 남아 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가 1980년 천연두 근절을 선언한 이후 한국에서도 천연두 백신 접종이 중단됐기 때문에 50대 미만 한국인은 천연두 백신을 맞지 않아 원숭이두창에 대한 면역력이 없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유 교수는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국가 지정 병원에 입원하고 격리 조치돼야 한다. 밀접한 접촉자는 천연두 백신 접종을 하도록 하고 격리 상태에서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며 "필요한 경우 부스터 예방 접종이 고려될 수 있고 격리 기간은 최소 17일 정도가 적당하고 환자는 최대 20일까지 증상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종말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감염병에 대해 우려는 있지만 지나치게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며 "이는 원숭이두창이 주로 밀접 접촉을 통해서만 전염되기 때문이다. 대규모 전염병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번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복제 과정에서 RNA 바이러스에 비해 발병 중 돌연변이로 인해 새로운 변종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