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잠재적 범죄자인가?"
안산에서 개원중이던 비뇨기과 원장이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를 받은 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의사들은 '정부의 행정살인'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비뇨기과의원을 운영하던 A원장은 지난 5월 23일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를 받았고, 그로부터 한 달 여가 지난 7월 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사마귀 제거 등의 비급여 진료를 요양급여 대상으로 착각해 심평원에 심사를 의뢰해 왔는데, 심평원도 이를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비급여 진료비를 급여로 부당청구한 피조사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고인이 서명한 사실확인서에는 부당청구를 인정한다는 내용 외에도 향후 추가적인 현지조사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때문에 고인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또다시 실사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불면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자살에 대해 안산시의사회뿐만 아니라 의사협회, 의료혁신투쟁위원회 등은 일제히 성명서를 발표하며 복지부의 과도한 현지조사와 행정처벌을 비난하고 나섰다.
의사들은 이번 사건에 왜 분노하는 것일까?
25일 익명을 전제로 안산시의사회 모 임원을 진료실에서 만났다.
그는 "복지부는 고인이 몇 년 전 진료비를 청구할 당시에는 문제 삼지 않다가 뒤늦게 비급여 진료비를 급여로 청구했다며 현지조사 했고, 고인은 사실확인서에 서명한 것에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는 사전예고도 없이 당일 불쑥 현지조사를 나와 진료실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면서 "의사들은 전자차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증거 인멸 우려가 없음에도 이렇게 하는 것은 인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실확인서 작성 과정에서도 실사팀의 회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부 현지조사팀은 부당청구를 인정하는 사실확인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조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거나 고발, 업무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한다"면서 "그러니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의사 처벌을 위한 법과 제도"
특히 그는 복지부가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복지부와 심평원에 고인의 진료비 청구 자료가 있을텐데 그동안 문제가 있다는 것을 왜 지적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그는 "진료비 청구에 문제가 있다면 우선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되풀이하면 실사를 해야 하는데 의사들이 도둑집단인 양 바로 현지조사를 나오고, 환수에다 5배 과징금 처분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심평원의 심사에도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고인이 진료를 하지 않고, 비용을 청구한 게 아니라 해당 비용을 공단에 청구해야 하는 건지, 환자에게 받아야 하는 건지 잘 몰랐을 뿐인데 이를 이중청구라고 문제 삼았다"면서 "의사는 보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가 개원하면 일정 시점이 지난 뒤 정상적으로 청구하고 있는지 심평원과 지역의사회가 함께 점검해 주고, 그 뒤에도 잘못을 되풀이하면 처벌해야 하는데 현 제도는 의사를 처벌하는 게 목적"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