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증세가 있는 입원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는 대신 좀 더 경과를 관찰하기로 한 직후 환자가 자살을 기도하다 식물인간이 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며 1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환자 A씨는 왼쪽 중대 뇌동맥 경색증으로 인한 우측 반신마비를 재활치료하기 위해 B대학병원 재활의학과 1인실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환자가 입원 이후 불면증과 불안감을 호소하자 뇌졸중 후 우울증을 의심해 정신건강의학과에 협진을 의뢰했다.
이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트리티코정과 아티반정 7일분을 처방했는데 환자는 한차례 약을 복용한 후 더 이상 복용하지 않았다.
재활의학과 전공의 H씨는 환자가 그 후로도 계속 불면증을 호소하자 다시 정신건강의학과에 협진을 의뢰했다.
하지만 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 없이도 잠을 잘 자고, 약 복용후 두통이 있다"고 말했고, 의사는 약물 복용을 중단하도록 했다.
며칠 후 전공의 H씨는 환자가 다시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하자 정신과에 '트리티코, 아티반 복용을 거절한 환자로, 최근 자살사고가 있었고, 우울증상이 있어 환자를 설득해 우울증약 하나만 복용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전달하며 협진의뢰 했다.
같은 날 정신과 전문의는 환자와 면담한 후 우울증과 불안 등을 치료하기 위해 센시발정과 자낙스정을 처방했다.
3일후 환자 보호자는 재활의학과 전문의에게 "환자가 계속 살아서 뭐하느냐고 말을 해 불안하니 약을 강제로라도 먹이거나 다인실로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의사는 "중풍 환자들이 어느 정도 우울증을 호소하기는 하지만 경험상 극단의 선택을 한 사례가 없으니 조금만 더 지켜보자"며 투약을 보류했다.
자살 위험 환자 처치상 과실
그러나 환자는 그 날 오후 침대 가드레일에 손수건을 묶어 자살을 기도했고, 상급병원으로 전원 했지만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부산지방법원은 환자 측이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자 B대학병원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의료진은 환자가 자살을 언급했으므로 협진을 통해 자살 가능성을 평가하고 상담이나 지지요법, 집중관찰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환기시켰다.
재활의학과의 협진 요청을 받은 정신과 전문의가 자살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았고, 재활의학과 역시 A씨의 급격한 심경 변화를 인지하고도 정신과에 협진을 요청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