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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엄선포 명분된 2024년 예산안, 삭감 3위 '의사증원 사업'…정부는 전공의 3월 복귀 예단했다?

    야당 "전공의 미복귀로 불용 처리될 것" 지적…박민수 차관 "상황 급변할 수 있다"며 예산 반영 고집

    전공의 아닌 지도전문의에 수당 지급하는 '수련환경 혁신지원 사업'…결국 수련병원 의료공백 지원 위해?

    기사입력시간 2024-12-09 09:13
    최종업데이트 2024-12-09 11:28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 선포 이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야당의 2025년도 정부 예산안 감액이 윤석열 대통령의 3일 비상계엄 선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 가운데 관계부처 장관들도 재차 2025년도 예산안 확정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4조 10000억원에 달하는 야당의 삭감이 정부의 예산 편성권 침해라는 주장인데 이토록 사수하려는 정부 예산안을 뜯어본 결과 정부가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이 삭감된 사업이 의사 증원 관련 사업 삭감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해당 사업이 내년 3월 전공의가 복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예산이라는 점이다. 야당은 내년에도 전공의가 돌아오기 어려운 만큼 예산 삭감을 주장했으나 복지부는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며 예산 반영을 고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부처 장관 재차 2025년도 예산안 확정 촉구…의료 관련 예산에 '민감'

    8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규호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 합동 성명문을 발표하는 등 재차 2025년도 예산안 확정을 촉구했다.

    최 부총리는 성명문을 통해 "최근 국내 정치 상황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많은 국민도 경제를 걱정하고 있다"며 "역대 최고 수준의 소상공인 지원예산, 보다 두터워진 생계급여와 노인 일자리 사업 등을 담은 2025년 예산안이 내년 초부터 정상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신속히 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즉 국회가 제동을 건 2024년 정부 예산안에 대해 재차 증액을 요청한 것이다.

    관계부처 장관들은 이미 계엄령이 있기 하루 전인 2일 '야당 단독감액안 정부입장 합동 브리핑'을 열어 재차 야당의 예산 감액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조규홍 장관은 "의료공백에 따른 국민 불편과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예산안 조정을 재차 요구한 바 있다.

    그만큼 정부가 의료 관련 예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체 삭감 사업 4조1000억원 중 3위 복지부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관리 사업'

    실제로 나라살림연구소가 8일 발표한 ‘25년 예산안, 정부 삭감사업과 국회 삭감 사업 정량 비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야당이 삭감한 사업 총 4조1000억원 중 전체 감액 사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예비비와 국고채이자상환 두 개 사업이다.

    이중 예비비는 국회 심의 없이 행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금액으로 올초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전공의들의 사직으로 발생한 의료공백 당시 정부는 막대한 예비비를 투여해온 만큼 내년 의료공백을 대비해 충분한 예비비를 확보하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세 번째로 많이 삭감된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의사증원관련 사업인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관리 사업'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해당 사업은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 지원과 전공의 등 수련수당 지급으로 나뉘는데 애초 정부안은 3922억4200만원이었으나 국회가 931억1200만원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삭감 대상이 된 '수련환경 혁신지원 사업' 3110억4300만원은 전공의가 아닌 전공의를 교육하는 지도전문의에게 수련 시간만큼 진료를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여러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실행하는 데 필요한 파견 수당 등이 포함돼 전공의 개인에 대한 수당은 아니다.

    또 '전공의 수련수당 지급 사업' 589억원은 지난해 소아청소년과를 대상으로 시행한 필수의료 전공의에 월 100만원 수련 수당 지급 정책의 연장선상으로, 전년 대비 12배인 545억원 늘려 해당 대상을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 8개 과목 전공의로 확대한 것이다.

    여당과 정부는 이번 예산 삭감으로 전공의들의 조기 복귀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해당 예산이 실제 전공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야당, 전공의 미복귀로 불용 처리 지적…지도전문의 수당 지급이 수련병원 달래기?

    지난 11월 13일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로 돌아가보자. 당시 야당 위원들은 정부의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 지원과 전공의 등 수련수당 지급이라는 복지부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당시 복지위 예산소위는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의 '전공의는 의사가 아니다'라는 발언이 뜨거운 감자가 됐으나 더 중요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다.

    최근 공개된 복지위 예산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야당 위원들은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지원 사업의 경우 적정성 검토가 완료되지 않았고, 의정 갈등 장기화로 정상적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 전액 삭감하자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현재도 전공의들은 돌아올 복귀 의사가 없다. 전통적으로 내년 3월에 전공의들을 뽑으려면 보통 이 시기에 병원들이 전공의 채용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전공의 시험도 안 보고 있다. 인턴은 아예 면허 시험을 보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다. 그런데 3월부터 지원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는 것은 현재 상황을 너무 무시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의사 출신으로서 김 의원은 관련 예산안이 불용 처리가 나올 것이라고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며 전공의가 안 돌아오는데도 지도 전문의 수당을 줘야 하는지를 물었다.

    전진숙 의원 역시 "전공의들이 수당을 주지 않아서 현장을 떠났나? 지도전문의가 수당을 받지 않아서 본인 할 일을 하지 않았나?"라며 "전공의들이 몇 백만원 받는다고 돌아오거나 필수의료를 더 한다는 근거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도 정부의 수련 수당 책정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전공의가 100% 돌아온다고 가정하고 이런 예산을 책정하면 상당 부분 불용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전공의가 돌아와야 한다. 지금은 상황이 불확실해서 내년 3월에 다 돌아온다고 확고하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여야의정 협의체가 시작됐고(11월 13일 기준) 이제 대화를 시작하는 마당이다. 또 상황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급하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전공의들이 돌아왔을 때 차질 없이 수련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예산 반영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선민 의원은 "올해 전공의들이 전부 빠져나가서 지도전문의들이 전공의가 없는 상태에서 노동이 가중되니까 그들을 어떻게든 달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예산안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심증뿐이었는데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성탄 선물을 드리겠다고 말하는 걸로 봐서 이 상황에 대한 지도전문의들의 고생을 보상하기 위한 걸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동안은 복지부가 아무것도 안 하다고 있다가 전공의들이 10개월 동안 나가 있는 시기에 하는 것은 복지부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 안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이 예산은 전공의들이 이탈을 안 했어도 아마 올렸 것이다. 전공의 이탈과 전혀 무관하다. 앞으로 대한민국 의료 수련환경은 국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고 앞으로 그런 체계로 개편하겠다는 의지이다"라고 반박했다.

    결국 야당은 복지부의 두 사업 예산을 삭감해 총 931억 1200만원을 감액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 관련 예산이 정말 민생과 관련된 심각한 사안도 아지고 복지부가 그에 집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 본다. 정말로 3월에 전공의가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기 보다는 수련병원의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막대한 예비비와 건보 재정을 때려부어서 수련병원에 인력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도 허덕이고 있지 않나"라며 "수련환경 혁신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의료공백을 메우는 교수들에게 수당을 지급해 대학병원 살리기에 돈을 투여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