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은퇴 후 시니어의사를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 중인 가운데, 의사 77%가 은퇴 이후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재취업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하는 공공의료기관은 지방의료원이 17.5%로 가장 많았고 보건소 등 보건기관이 16.7%, 국공립병원이 11.7%로 그 뒤를 이었다.
의료취약지 재취업 의향 63% 달해…시니어의사 매칭사업 70%가 긍정적
대한의사협회는 13일 오전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전문가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시니어의사 활용 방안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의협 회원 2016명을 대상으로 6월 1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은퇴 후 진료를 계속하고 싶다는 비율은 78.8%에 달했으며 의료취약지 근무 의향이 있다는 답변도 63.1%나 됐다.
은퇴후 근무를 위해 거주지를 옮길 의향이 있다는 의사는 55.2%였으며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재취업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은 77%에 달했다.
은퇴 후 일평균 적정 근무 시간은 4~5시간이 28.1%로 가장 많았고 5~6시간이 26.6%로 나타났다.
의협과 국립중앙의료원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시니어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에 대해선 69.9%가 긍정적이라고 답변했으며 은퇴 의사 활용으로 의대증원 없이 일차의료와 공공의료 강화가 가능하다는 답변도 57.9%에 달했다.
재취업에 매우 만족, 평생 쌓은 임상경험 사회 공헌하는 시간
의료계는 지역과 필수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정원 확대가 아니라 시니어의사와 휴직의사 등을 의료기관에 매칭해주는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올해 만 80세가 된 김국기 신경외과 전문의는 강동경희대병원에서 37년간 근무하다 퇴직한 이후 지난해 5월 보훈공단 중앙보훈병원에 재취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국기 전문의는 "주 3일 근무로 월급은 570만원 가량을 받는다. 현재 근무 형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어떤 이들은 정년이 되자마자 쭉 쉬는 사례도 많은데 평생 쌓은 임상경험을 썩히는 것 보단 사회와 환자들을 위해 기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재취업하게 됐다"고 자신의 사례를 소개했다.
의협 시니어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 테스크포스(TF) 백현욱 위원장은 "지역거점공공병원과 보훈병원, 산재병원 등 56개소가 매칭사업 참여 의향을 밝히고 있다. 이들 병원의 필요의사 수는 226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공공임상교수제 결합·부족한 인력풀 늘리고 인력 배치 시스템 마련 강조
향후 매칭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여러 대안들도 나왔다.
백현욱 위원장은 "공공의료기관이 필요로 하는 매칭을 위해 참여 대상을 넓혀 재취업 시 공공의료기관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공임상교수제와의 결합 방안도 고려 중"이라며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차원의 법률적 지원이나 경제적 보상 등 각종 지원과 혜택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시니어의사만 매칭하기엔 한계가 있다. 효율적인 사업연계를 위해 인력풀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시니어의사 뿐만 아니라 미활동의사까지 포함시켜 당장 부족한 의사 인력 문제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료 현장의 제언도 이어졌다. 충청남도 서산의료원 김영완 원장은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최신 자료를 살펴보니 1302명의 의사가 진료를 하고 있고 환자당 부족한 의사는 183명에 달한다"며 "지방의료원엔 세부전문의가 많이 없는 편인데 시니어의사 중엔 세부전문의도 많다. 이들을 초빙해서 지방 의료의 질 또한 대폭 향상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수도권과 대도시는 의료인력 풀이 많기 때문에 지방 취약지를 위주로 매칭 사업을 해야 할 것"이라며 "매칭인력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임금과 근무, 주거여건 등을 잘 논의할 수 있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