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복무형 지역의사제와 관련해 선발 인원이나 의무복무 이행률이 아닌 의료취약지에서의 실제 근무와 복무 종료 후 지역 정주 여부를 성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 시행 자체가 확정된 만큼 찬반 논쟁보다는 향후 세부 설계에 적극 개입한다는 방침이다.
의대협은 지난달 26일 열린 임시 전체학생대표자총회에서 ‘지역의사제 관련 정책전략실 연구 결과 보고 및 대응 방향 수립의 건’을 의결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의결을 통해 6개 기본원칙과 5개 정책 요구사항을 공식 입장으로 확정했다.
현행 지역의사제는 2027학년도 입시부터 서울 소재 대학을 제외한 32개 의과대학에서 증원분을 별도 전형으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선발 규모는 2027학년도 490명, 2028~2031학년도 연 613명이며, 학생들은 등록금∙교재비∙주거비 등을 지원받는 대신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지정 지역에서 근무해야 한다. 다만 의무복무기관과 구체적인 업무, 교육과정, 복무 이후 진로 등 세부 설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의대협은 지역의사제의 정책 목표가 의료취약지의 미충족 의료수요 해소인 만큼 선발 인원 충원율과 복무 이행률은 최종 성과가 아닌 중간 지표에 불과하다고 봤다.
제재를 강화하면 의무복무 이행률 자체는 높일 수 있지만, 양성된 의사가 실제 의료인력이 부족한 기관에서 근무하는지, 복무가 끝난 뒤에도 해당 지역에 남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입학부터 교육∙수련∙복무∙정주까지를 하나의 경력경로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역의사선발전형 학생에게는 복무 예정 권역에서 장기간 지역사회 기반 임상실습을 실시하고 지역∙필수의료 심화교육, 지속적인 멘토링 등을 집중 제공하는 특성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든 의대생을 대상으로 단기간 지역 파견을 확대하기보다 실제 지역의료를 담당할 학생에게 한정된 교육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복무형 지역의사제와 계약형 지역의사제 간 역할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협은 복무형은 보건소∙보건지소∙지방의료원 등 공공보건의료 영역을, 계약형은 지역 민간의료 영역을 담당하는 상호보완적 구조가 돼야 한다고 봤다.
또 계약형 지역의사제나 기존 의료인력에 대한 지역 유인책 등 자발적인 공급 수단을 우선 적용하고, 이를 통해서도 충족되지 않는 의료수요를 기준으로 복무형 지역의사 규모를 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의무화 방식은 근거 기반의 의료인력 수급추계에 따라 필요 최소한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무복무기관 지정과 배정은 객관적인 의료인력 부족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련기간의 복무기간 산입 여부와 별개로 실제 의료취약지 근무를 확보하고, 복무 기간 중 안정적인 신분과 처우를 보장하는 한편 근속·경력이 복무 이후에도 승계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원은 건강보험이 아닌 국고와 지방비 등 조세재원을 중심으로 조달해야 한다고 봤다. 의대협은 지역의사 양성·수련과 취약지 근무, 정주 지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건강보험 회계와 구분하고, 복무 종료 후 지역에 정착하지 못한 인력이 도시 의료시장으로 이동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건강보험 지출 증가까지 포함해 장기적 재정효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협은 해외 사례를 근거로 의무복무 자체가 장기 정주를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의대협 정책전략실이 미국 NHSC, 일본 자치의과대학∙지역정원제, 대만 공비의대생, 중국 농촌주문형무료의학교육 등 해외 10개 제도를 분석한 결과, 강제적 복무의무는 초기 배치와 일정 기간 복무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복무 종료 후 자발적 정주까지 담보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대만 공비의사제의 경우 의무복무 이후 취약지 잔류율이 16%였고, 중국의 국가 의무복무 프로그램에서는 계약 종료 후 농촌에 남겠다는 의향이 12.2%에 그쳤다고 의대협은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2016~2025년 10년의 의무복무를 마친 군 위탁 군의관 42명 중 32명(76.2%)이 지난해 4월 기준 군을 떠났으며, 이 중 14명은 의무복무 종료와 동시에 전역했다고 밝혔다.
의대협 손연우 회장은 “2027학년도 시행이 확정된 지금 학생사회에 필요한 것은 10년 뒤 드러날 실패를 미리 막는 구체적인 설계”라며 “복무 이행률을 높이는 규제는 만들기 쉽지만, 그것만으로는 의사가 지역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 해외 사례의 결론”이라고 했다.
이어 “지역에 남을수록 지난 10년의 경력이 더 높은 가치를 갖는 구조를 만드는 일에 정부와 의학교육계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협은 이번에 확정한 원칙을 토대로 보건복지부 지역의사제 태스크포스(TF)와 지역의료 교육 자문단 등에 계속 참여할 예정이다. 향후 의무복무기관 지정 기준과 복무 이후 경력 승계 방안이 하위 규정에 반영되는지도 지속적으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