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인 재팬(Healthcare in Japan)
일본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임상의학,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기초연구 분야를 갖춘 명실공히 의료 강국 중 하나다. 우리에 앞서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며 사회 시스템을 바꿔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일본의 헬스케어 기업들을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새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일본의 의료·돌봄시스템을 엿보고자 한다.
일본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임상의학,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기초연구 분야를 갖춘 명실공히 의료 강국 중 하나다. 우리에 앞서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며 사회 시스템을 바꿔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일본의 헬스케어 기업들을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새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일본의 의료·돌봄시스템을 엿보고자 한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일본에서는 600만명이 불면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병원에 방문하지 않지만 불면증이 의심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1800만명 정도에 달한다. 이로 인한 연간 경제 손실이 3조5000억엔(약 30조 87000억원)에 달한다는 데이터도 있다.”
일본 도쿄 서스메드(SUSMED) 본사에서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난 우에노 타로(上野 太郎) 대표는 “한국도 국민들의 수면 시간이 짧은 나라로 일본과 비슷한 수면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람들이 제대로 잘 수 있도록 해 생산성을 높이는 게 두 나라의 공통 과제”라고 말했다.
임상시험서 유효성∙안전성 입증하고 승인 받아…보험적용 위한 절차 진행 중
우에노 대표는 수면의학 분야 의사 출신으로 창업하기 전 병원에서 수면장애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었다. 그가 창업에 나서게 된 계기는 수면제 위주인 일본의 불면증 치료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비약물적 치료방법인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 가 현장의 인력 부족 등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에서 그가 떠올린 건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였다. 인지행동치료를 스마트폰 앱으로 옮겨 디지털화 한다면 인지행동치료에 투입되는 자원을 아끼면서도 지금과 같은 약제 의존적인 치료 방식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우에노 대표가 지난 2015년 창업한 회사의 사명은 서스메드(SUSMED). ‘지속가능한(Sustainable)’과 ‘의료(Medicine)’를 뜻하는 영단어의 앞 글자를 따 지었다.
창업 후 가장 먼저 개발에 나선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는 2023년 2월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의료기기 제조∙판매 승인을 받았다. 현재는 출시를 앞두고 보험적용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슬립(SLEEP)에 게재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서스메드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를 사용한 실험군은 샴(Sham) 기기(위약)를 사용한 대조군에 비해 불면증 개선 효과가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었다.
우에노 대표는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며 “경제성도 높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를 사용하면 오랜기간 수면제를 복용하던 환자들이 수면제를 줄이거나 끊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보험 적용을 위한 준비는 아직 진행 중인 상황으로 자세한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파산한 미국 DTx 기업들과 상황 달라"…韓∙日 수면 문제 함께 해결 나서길
그는 미국의 대표적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비처방형 디지털 치료기기에 주력하기로 한 상황에 대해서는 "일본은 보험제도 등이 미국과 다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에노 대표는 “페어테라퓨틱스의 파산은 미국 특유의 보험제도 등의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반드시 미국의 상황이 (전국민 보험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경영 측면에서도 예상보다 비용이 더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는데, 서스메드는 지난 2021년 시오노기 제약과 판매 제휴 계약을 맺는 식으로 그런 위험을 줄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는 수면 문제 해결에 힘을 합치길 바란다며 서스메드도 여기에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우에노 대표는 “일본은 잠을 줄이며 일하거나 공부하는 게 미덕으로 여겨졌던 과거 문화의 영향으로 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았지만, 최근에는 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불면은 지금과 같은 수면제 위주의 치료보다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고, 우리 제품으로 실현될 수 있으면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한국과 함께 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