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이 오는 2월말 6년간 이어온 협회장직을 마무리한다.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노연홍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10대)이 '컨트롤타워' 구축 등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매듭질지에 제약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오는 2월 14일 제약협회 이사장단 회의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노연홍 전 식약청장이 제22대 협회장으로 자리할 예정이다.
오는 2월 21일 열리는 제약바이오협회 정기총회에서 22대 협회장 선임 의결 최종 결과를 보고한 후 3월 1일부터 본격적인 회무를 시작한다.
협회 이사회는 원희목 회장과 윤성태 이사장(휴온스글로벌 회장), 김우태 구주제약 사장·윤재춘 대웅 부회장·백승호 대원제약 회장·송준호 동국제약 사장·김민영 동아에스티 사장·장두현 보령 사장·손지웅 엘지화학 생명과학본부 사장·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윤웅섭 일동제약 부회장·신영섭 중외제약 사장·성석제 제일약품 사장·김영주 종근당 사장·허은철 녹십자 사장·우종수 한미약품 사장·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등의 부이사장 15명, 이사 22명, 협회 임원 4명(장병원 부회장·이재국 전무·장우순 상무·엄승인 상무) 등 55명으로 구성돼 있다.
제약바이오협회장은 협회 정관상 임기가 2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이후 이사장단의 특별 결의가 있으면 1회 더 연장해 총 6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앞서 원희목 회장은 6년간의 임기 동안 제약사간의 '협업'을 강조하면서 제약업계 파이 키우기와 경쟁력 향상, 역량 강화, 윤리경영 확립, 불합리한 정책·제도 개선,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 구축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관계 부처는 '바이오헬스 혁신으로 국민 건강증진과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목표와 '글로벌 바이오헬스 중심국가 달성'을 비전으로 내세우면서 적극적인 투자와 인프라 조성을 약속했다.
이에 발맞춰 원 회장과 협회 측은 대통령 대선 공약사안이기도 한 제약바이오산업 육성과 제약주권 확립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이를 위해 국무총리 직속의 컨트롤타워(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조속히 설치·가동할 것을 촉구해왔다.
임기를 한 달여 앞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원 회장은 과감하고 신속한 육성지원 방안 시행을 정부에 촉구하면서 정부 제약 메가펀드 1조원 확대와 후기 단계 R&D 투자, 중복 약가인하 정책 개선, 약가우대 기간 확대 등을 제안했고, 이를 위해서는 컨트롤타워 구축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회장호 제약협회는 단순히 정부 지원만 요구하지 않고, 업계가 스스로 지속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동시에 글로벌화를 위한 터전 마련에도 힘써왔다.
우선 원 회장은 지난 6년간 AI(인공지능) 없는 신약개발은 글로벌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를 구축해 업계 AI 활용 지원과 인력 양성 교육을 추진했고,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을 마련해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등을 구축했다. 또한 글로벌 시장 진출 가속화를 위해 미국 최대의 바이오클러스터 보스턴에 글로벌 진출 거점(CIC)을 확보했으며, 미국 현지 대학과 바이오벤처, 연구소 등과의 협업을 위해 MIT ILP도 가입했다.
또한 스위스 바젤론치 KPBMA 프로그램 운영, HDA(미국헬스케어유통연합)와 비즈니스 파트너링 통한 회원사 지원, 일본과 중국과의 교류 활성화, 중남미 국가와의 협력 채널 강화 등을 추진했고, 미국 내 한국계 제약인단체들의 정례 컨퍼런스 후원 등 학술교류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뿐만 아니라 원 회장은 지속적으로 국회, 정부 등을 찾아 컨트롤타워 수립 필요성을 역설해왔고, 아세트아미노펜(감기약) 정상 수급을 위한 약가 인상,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지원 등에 대해서도 업계 대표로 나섰다. 이중 일부는 정책 개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협회 차원의 다양한 사업 추진과 정책·제도 개선 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는 않은 실정이다. '컨트롤타워'는 대선공약으로까지 들어갔음에도 아직까지 진전이 없으며, 업계에서는 중장기 전략 수립과 범부처 정책 조율과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원 회장은 "최근 3~4년 사이 회원사들이 'R&D로 가야 한다'는 입장으로 바뀌었고, 파이프라인도 3~4배 급증했다. AI센터, KIMco 등 협회가 추진한 사업의 성과가 아직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위한 전단계 역할은 다 했다고 본다"며 "이제 결과가 나와야 할 때고, 이것이 다음 회장의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도 "원 회장 임기 동안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인프라를 마련한 것 같다. 차기 협회장은 원 회장이 뿌린 씨앗에 대한 성과를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출신부터 약업인인 원 회장과 달리, 노 차기 회장 내정자는 제약산업과 직접적인 경력이 전무해 업계의 기대와 걱정이 혼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 회장은 1954년생으로 서울대 약학 학사, 강원대 약학대원회 석·박사를 거쳐 대한약사회 33대·34대 회장과 서울대 약대 교수, 18대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화여대 약대 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노 내정자는 1955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 노어학과를 졸업하고 요크대대학원 보건경제학 박사 수료, 차의과학대 보건학 박사 등을 거쳤다. 1983년 행정고시를 통해 보건복지부 사무관으로 첫 발을 디딘 노 내정자는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국장, 대통령 비서실(이명박정부) 고용복지수석비서관, 가천대학교 메디컬캠퍼스 부총장,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위원장 등 보건의료계 굵직한 업적이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청장(2010년 4월 2일~2011년 12월 11일)도 역임했으나, 산업계와 관련된 직책은 맡은 적은 없다.
일각에서는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약업계 출신으로 제약산업의 이해도 부분을 우려하고 있으나, 대다수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그간 벌여놓은 다양한 협회 사업들을 마무리짓는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매우 적합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자체적인 업계 노력과 투자, 그리고 협회의 지원으로 국내 기업들도 충분히 글로벌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은 있다. 정부 차원의 제도적·재정적 뒷받침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할 것"이라면서 "노 내정자는 보건의료분야 정부 관료 출신으로, 숙원사업인 컨트롤타워 구축을 비롯해 중복된 약가정책 개선, 메가펀드 규모 확대 등 제약바이오 관련 제도 혁신 등이 빠르게 실현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게다가 원 회장이 협회를 완전히 떠나지 않고 '고문'으로 위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활동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협회의 밀린 과제들이 더욱 수월하게 풀릴 것이란 전망이다.
고문 위촉 역시 회장 선임과 마찬가지로 오는 2월 14일 열리는 이사장단 회의와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2월말 최종 승인된다. 업계 관계자는 "회무 완성을 위해서 이사장단에서 고문 위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