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공의특별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자 대한병원협회가 수련규정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겠다는 대응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대한병원협회 병원신임평가센터는 2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달부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이행 여부 모니터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수련환경 개선대책이란 복지부와 병협, 의협, 전공의협의회가 2013년 합의한 △최대 연속 수련시간 △응급실 수련시간 △수련 간 최소 휴식시간 △휴일 △주당 최대 수련시간 △당직일수 △휴가 △당직수당 등 8개 항목을 의미한다(표 참고).
병협은 최근 제2차 병원신임실행위원회에서 ▲2015년도 병원신임평가 전 서류평가 병원(6개소 샘플 선정)에 대한 Pilot Survey(4월)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7∼8월) ▲수시 실태조사 등을 담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이행 여부 모니터링 방안을 확정했다.
또 병협은 전공의 청원 창구를 협회에 마련하고, 수련병원 대상 설문조사, 지도전문의 및 수련부장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우선, 모니터링 방안 중 첫 단계인 Pilot Survey는 2015년도 병원신임평가 이전에 서류평가 대상 수련병원 규모별(A군, B·C군, D군 수련병원)로 각 2개씩 무작위로 선정한다.
이후 예방의학과를 제외한 전 수련과목에 걸쳐 ‘수련환경 개선 8개 항목에 대한 이행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병협은 이 과정에서 인턴을 비롯해 수련시간에 영향이 많은 9개과(내과·소아청소년과·신경과·외과·이비인후과·신경외과·정형외과·마취통증의학과·영상의학과) 전공의와 면담도 병행할 예정이다.
7∼8월 중 실시 예정인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는 병원별·과별·연차별로 최소 60% 이상의 전공의들이 설문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공의 민원 발생 병원이나 설문조사 결과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수련병원에 대해서는 수시로 실태조사할 방침이다.
병협은 "정부와 의료계간 합의를 통해 수련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제조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수련환경 개선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하고,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지금까지 한번도 모니터링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송 회장은 "문제는 병협이 모니터링 과정에서 주 80시간 근무 등을 위반한 수련병원을 어떻게 징계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10월 설문조사한 결과 81.4%의 전공의들이 주당 80시간 상한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근무시간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8.9%는 80시간 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근무시간이 오히려 늘었다고 답변해 충격을 준 바 있다.
전공의 44.5%는 수련병원의 압력으로 수련현황표를 허위로 작성했으며,실제 근무시간과 일치한다는 답변은 23%에 불과했다.
송 회장은 "전공의협의회 조사결과에 대해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던 병협이 왜 이제서야 모니터링 하겠다고 나서는지 모르겠지만 규정을 위반한 수련병원을 징계하지 않는 한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다 병협이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실질적인 징계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전공의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전공의협의회가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수련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병협이 제식구 감싸기를 시도할 경우 역풍을 맞을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편 전공의협의회는 주 64시간 근무제, 수련환경평가기구 설립 및 의협 위탁, 여성전공의 출산휴가 의무화 등을 담은 전공의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의협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병협은 전공의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수련병원을 반납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특별법안 주요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