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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자 백신 접종 후, 팔·다리 쇠약 등 급성 횡단성 척수염 증상…“인과성 평가 개선 필요”

    JKMS 통해 백신 부작용 인한 급성 횡단성 척수염 사례 2건 공개…감각 이상‧신경 쇠약 등 특징

    기사입력시간 2022-02-28 07:09
    최종업데이트 2022-03-08 01:16

    (A) C1에서 C3 척추까지의 T2 강조 영상에서 불분명한 신호 증가와 함께 높은 신호 강도와 다초점 결절 강화를 보여주는 척추 MRI. (B) T2 강조 영상에서 수질 원추의 전방 부분에서 대비 강화 없이 높은 신호 강도 병변을 보여주는 척추 MRI. 사진=Case Reports of Acute Transverse Myelitis Associated With mRNA Vaccine for COVID-19, JKMS.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드문 이상반응으로 알려진 급성 횡단성 척수염(ATM) 환자의 증례가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손과 발 등에 저림 증상이 동반되면서 감각 이상과 신경 쇠약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상황에 따라 급속도로 쇠약 증상이 진행돼 거동이 불가능해진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백신과 급성 횡단성 척수염 발생 간의 인과관계 증명이 과학적으로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임현종 신경과 전공의와 연세대 의과대학 김승우 신경과 교수 연구팀은 21일 대한의학회지(JKMS)를 통해 코로나19 mRNA 백신과 연관된 급성 횡단성 척수염 2건의 사례 연구를 공개했다.
     
    횡단성 척수염은 감염 등에 의해 발생하는 척수의 염증이다. 주로 10대와 30대 등에서 발병하고, 환자의 30~60%에서 발병 전 다양한 감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척추 손상에 의한 팔이나 다리의 쇠약, 감각 증상의 이상 등 감각 장애나 운동 장애, 자율신경 장애가 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직까지 척수염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감염원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치료를 위해 우선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나 면역 억제제가 투여되는데 손상된 척수는 서서히 회복되지만 환자의 약 3분의 1 정도는 척수가 회복되지 않는 심한 장애가 남기도 한다.
     
    81세 남성, 양손 감각 사라지며 감각 이상‧쇠약 증상 보여
     
    연구팀은 국내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고 발생한 급성 횡단성 척수염 사례 2건을 분석했다.
     
    첫 환자는 81세 남성으로 2차 접종 후 3일 후 양측 손 감각이 사라지면서 손가락 저림 증상으로 내원했다.
     
    해당 환자는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었지만 감각 증상 관련 병력은 없었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MRC(Medical Research Council) 등급 2의 감각 이상을 동반한 쇠약이 손과 손가락 모두에서 관찰됐으며 깊은 힘줄 반사(심부건 반사)는 상지에서 관찰됐다.
     
    척추 자기공명영상(MRI)은 C1에서 C3 척추까지의 T2 강조영상에서 높은 신호강도와 다초점 결절 조영증강을 보였다. 또한 뇌 MRI에서 가벼운 뇌 위축이 나타났지만 뇌척수액(CSF)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백혈구[WBC] 수, 0 cells/μL, 단백질 수준, 28.6 mg/dL).
     
    항아쿠아포린4항체, 항수초-희소돌기아교세포항체, 혈관염항체, 종양부신항체 등 임상적으로 관련된 항체는 검출되지 않고 환자는 정맥 내 메틸프레드니솔론(methylprednisolone)(5일 동안 1g/day)이 5일간 하루 1g씩 처방됐다. 그 결과 손의 쇠약감은 나아졌지만 1개월 후에도 손가락 움직임의 제한을 계속 경험하고 있다. 
     
    접종 후 1시간 만에 두 다리 쇠약…하루 후 스스로 거동 불가
     
    또 다른 사례는 23세 여성으로 백신 접종을 받은 뒤 1시간 만에 두 다리 쇠약 증상이 빠르게 진행됐다. 환자는 발병 1일 후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걸을 수 없는 상태였고 요폐 증상을 보였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양쪽 다리에 심한 쇠약(MRC grade 2)이 관찰됐고 이는 입원 후 처음 2일 동안 MRC 1등급으로 더 진행됐다.
     
    해당 환자는 MRI T2 강조영상에서 수질원추 전방부에서 조영증강 없이 신호강도가 높은 병변이 발견됐다. 피질 운동 유발 전위(MEP)는 없었고 체성 감각 유발 전위(SEP)의 중심 전도 시간은 하지에서 연장됐다.
     
    중심 전도 시간은 상지의 MEP 및 SEP에서 정상이었다. 뇌 MRI에서 비정상적인 병변은 관찰되지 않고 뇌척수액(CSF) 검사에선 정상 백혈구 수(2 cells/μL)와 단백질 수준(33.5 mg/dL)을 보였다.
     
    환자는 정맥내 메틸프레드니솔론(5일 동안 1g/day)으로 치료받았고 경구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을 2개월 동안 투여받았다. 결과적으로 3개월 후 양 다리의 쇠약은 MRC grade 4로 호전됐고 환자는 도움이 필요하긴 하지만 걸을 수 있는 상태가 됐다.
     
    급성 횡단성 척수염, 개별 사례 적어 인과성 밝히기 어려워
     
    백신 접종 이후 급성 횡단성 척수염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국민청원 게시물.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연구팀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mRNA 백신 투여 후 급성 횡단성 척수염과 같은 부작용을 식별하려면 보다 세심한 인과관계 증명이 필요하다고 봤다.
     
    미국의 경우 백신 이상반응 보고 시스템을 통해 보고된 총 이상반응은 9442건으로 이 중 급성 횡단성 척수염 사례는 9건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백신 접종 후 급성 횡단성 척수염 진단을 받고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국민 청원 게시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청원인들은 백신을 접종 후 의식과 호흡이 불안하고 사지마비와 감각이 상실됐지만 인과관계 입증도 어렵고 정부의 선제적인 치료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연구팀은 "이전에도 B형 간염 바이럿, 디프테리아, 파상풍,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급성 횡단성 척수염 발생 사례가 자주 보고돼 왔다"며 "코로나19 백신 투여 후 심각한 급성 횡단성 척수염 사례도 3건 보고됐다. 발병기전은 불명확하지만 mRNA 백신으로 인한 자가면역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발병률은 적지만 백신 투여 후 척수염 사례는 계속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팀은 "예방접종 후 부작용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신경학적 합병증과 mRNA 백신 접종 간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선 보다 세심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 mRNA 백신 투여와 급성 횡단성 척수염 부작용을 식별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세심한 후속조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강윤희 전 심사위원도 백신과 급성 횡단성 척수염의 인과성을 밝히는 질병관리청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강윤희 전 심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백신을 맞고 급성 횡단성 척수염이 걸린 한 사례를 보면 기저질환이 전혀 없이 건강한 20대 청년이었지만 질병관리청의 인과성 평가 결과는 가능성이 적다는 4-1이었다"며 "질병청은 개별사례들을 평가하지 않고 해외에서 인정한 기준만을 언급하고 있다. 급성 횡단성 척수염은 건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충분한 자료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질병청의 평가는 허가상 주의사항에 해당 질병이 명시돼 있지 않으면 절대로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급성 횡단성 척수염은 세포 면역의 일종으로 자가면역성 질환인데 의학적 기전 상 백신에 의한 세포 면역성 자가면역에 의해 충분히 생길 수 있다. 가능성이 적다고 보는 4-1과 4-2의 사례는 인과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