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세계 인구의 25% 이상이 비알코올성지방간(NAFLD)을 가지고 있고, 이 환자의 59%는 간경화와 간부전, 간세포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NASH 유병률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며, 2015년 1650만 명에서 2030년 2700만 명으로 늘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국내외 여러 제약회사들이 NASH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허가당국으로 승인받은 제품은 없다.
10~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간학회(EASL) 국제학술대회(The International Liver Congress)에서는 다수의 NASH 치료 후보물질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OCA, NASH 치료제 3상임상으로는 처음으로 섬유증 개선 확인
인터셉트 파마슈티컬(Intercept Pharmaceuticals)이 개발하고 있는 오베티콜산(obeticholic acid, OCA)이 진행 중인 3상 임상의 사전 지정된 중간 분석 결과 간 섬유증을 동반한 NASH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OCA는 2015년 발표된 2상 임상 FLINT에서 간 조직학 및 섬유화를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발표된 3상 임상은 섬유화가 있는 NASH에서 OCA 승인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규제 당국과 연계해 설계된 첫 번째 NASH 연구다.
미국 이노바 페어팩스 메디컬 캠퍼스(Inova Fairfax Medical Campus) 조바이어 유노시(Zobair Younossi) 교수 겸 의과대학장은 REGENERATE 연구(#Abstract GS-06) 중간분석 발표를 통해 NASH 치료제로 OCA의 유망성을 제시했다.
이 연구에는 생검으로 확인된 NASH 환자로 F2 또는 F3 단계의 섬유증을 가진 환자 931명이 참여했다. 대장자들은 OCA 10㎎/일(n=312) 또는 25㎎/일(n=308), 위약군(n=311)에 무작위 배정됐다. 연구의 일차평가변수는 NASH 악화 없이 1단계 이상 섬유증이 개선되거나 간 생검에서 섬유증 악화 없이 NASH 해소(resolution)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연구 결과 OCA 25㎎ 치료군에서 가장 현저한 혜택이 관찰됐다. 하루 1회 OCA 25㎎을 투여했을 때 NASH 악화 없이 1단계 이상 섬유증 개선을 달성한 환자는 23.1%였다. 비록 NASH 해소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25㎎ 용량을 투여받은 환자의 35.1%에서는 간세포 풍선변형(hepatocellular ballooning)이 개선됐고, 44.2%가 소엽 염증(lobular inflammation) 개선을 보였다. 간 효소의 용량 의존적 감소도 확인됐다.
가장 흔하게 보고된 부작용은 가려움증으로 OCA 25㎎ 치료군의 51%, OCA 10㎎ 치료군의 28%, 위약군의 19%에 영향을 미쳤다. 가려움증으로 연구를 중단한 환자는 OCA 25㎎군(9%)에서 OCA 10㎎군(1% 미만) 또는 위약군(1% 미만)보다 많았다.
유노시 교수는 "NASH는 간경변증과 이식이 필요한 간 부전에 이를 수 있는 흔한 간 질환으로 효과적인 치료법이 시급하다"면서 "REGENERATE 연구의 이 첫 번째 결과는 새로운 NASH 표적 치료법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며, 중요한 간 질환과 연관 있는 간 손상을 잠재적으로 역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ASL 부의장인 필립 뉴섬(Philip Newsome) 교수는 이 발표에 대해 "NASH 치료제에 대한 3상 임상으로는 처음으로 OCA가 NASH의 주요 치료 목표인 간 섬유증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매우 흥미롭다"고 해석했다.
엠리카산, 일차평가변수 달성 실패했지만 고위험 환자선 가능성 보여
코나투스(Conatus)의 엠리카산(Emricasan)은 중증 문맥성 고혈압(portal hypertension, PH)을 동반한 NASH 관련 간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일차평가변수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고위험 환자 하위그룹에서는 문맥성 고혈압을 의미있게 감소시킨 것으로 관찰됐다.
미국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 과달루페 가르시아-차오(Guadalupe Garcia-Tsao) 교수는 엠리카산의 2b상 임상인 ENCORE-PH 연구(#Abstract LB-01)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참여자 전체 코호트에서 간정맥 압력차인 HPVG(hepatic venous pressure gradient)를 줄이지 못했지만, 베이스라인 HVPG가 16mmHg 이상으로 높은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서는 유의미한 감소가 관찰됐다.
이번 연구에는 HVPG가 12mmHg 이상인 NASH 간경변증 환자 263명이 등록됐다. 대상자들은 무작위로 2일 1회 엠리카산 5㎎ 또는 25㎎, 50㎎, 위약군에 배정됐고, 48주간 치료 받았다. 연구 참여자의 76%는 등록 시점에 대상성 간경변증을, 24%는 초기 비대상성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일차평가변수는 전체 연구 코호트에서 베이스라인~24주의 HVPG 평균 변화였다.
가르시아-차오 교수는 "모든 엠리카산 치료 그룹에서 HVPG 감소가 관찰됐지만 위약과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ENCORE-PH 연구 데이터를 사후비교분석 했을 때 HVPG가 16 mmHg 이상인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서 엠리카산은 위약 대비 의미있는 HVPG 감소를 보였다. 이 하위그룹에서 베이스라인 대비 24주째 엠리카산군의 HVPG 평균 변화는 –1.6mmHg(5㎎), –1.7mmHg(25㎎), –1.5mmHg(50㎎)였고, 위약군은 0.5mmHg 증가했다.
엠리카산의 내약성은 전반적으로 우수했고, 모든 안전성 프로파일은 위약과 유사했다.
뉴섬 교수는 "NAFLD로 인한 간경변증 환자에서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다"면서 "이번 연구는 엠리카산이 이 분야에서 잠재적인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PH 환자에 대한 엠리카산의 효과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세대 티아졸리딘디온, 심각한 부작용 없이 간 질환 마커 개선시켜
새로운 2세대 티아졸리딘디온(thiazolidinedione, TZD) 후보물질인 시리어스 테라퓨틱스(Cirius Therapeutics)의 MSDC-0602K가 NASH 환자의 간 효소 및 섬유화 마커를 개선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옥스포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스테판 해리슨(Stephen Harrison) 박사는 이번 학회에서 MSDC-0602K의 2b상 임상인 EMMINENCE의 중간 분석 결과(#Abstract PS-111)를 발표했다.
TZD는 PPARɣ 전사 인자를 표적해 인슐린 민감성(insulin sensitivity)을 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PPARɣ 관련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이 제한돼왔다. 최근 MPC(mitochondrial pyruvate carrie)에서 TZD 결합부위가 확인됐으며, 동물모델에서 이를 억제했을 때 간 손상을 방지되는 것이 관찰됐다. MSDC-0602K은 2세대 TZD로 MPC 억제를 통해 유효성은 유지하면서 PPARɣ 결합을 제한하도록 만들어졌다.
이 연구는 NAFLD 활성 스코어가 4 이상인 환자 4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시험용량은 MSDC-0602K 하루 62.5㎎ 또는 125㎎, 250㎎이었다. 대상자의 50% 이상은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하고 있었고, 60% 이상은 베이스라인에서 섬유화 F2 이상 단계였다. 이번에 발표된 중간 결과는 6개월 치료를 완료한 328명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해리슨 박사에 따르면 MSDC-0602K은 125㎎ 용량에서 치료 6개월째 통계적으로 유의한 위약 보정된 ALT(27.0%; p<0.001) 및 AST(21.3%; p=0.012) 감소를 보였고, ALT 개선은 250㎎ 용량에서도 관찰됐다(20.1%; p=0.004).
또한 125㎎ 용량에서는 빌리루빈과 알칼리성 인산가수 분해효소,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Gamma-Glutamyl Transferase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뿐 아니라, APRI 스코어와 Fibro Test를 포함해 여러 섬유증 마커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2형 당뇨병이 있는 대상자에서는 MSDC-0602K의 모든 용량이 유의한 당화혈색소(HbA1c) 개선과 관련 있었다.
MSDC-0602K의 부작용 프로파일은 위약과 유사했고, 특히 피오글리타존(pioglitazone)과 달리 모든 용량에서 말초부종(peripheral edema) 빈도가 위약과 차이가 없었다.
해리슨 박사는 "비록 중간 분석이지만 MSDC-0602K는 간 질환의 여러 마커에 대해 유의한 효과를 보였다"면서 "MSDC-0602K는 MPC를 표적으로 하는 신규 TZD를 개발하는 전략을 검증하고, NASH와 섬유증을 개선하면서 제2형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서는 혈당 조절도 개선할 잠재력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섬 교수는 "이번 연구는 MSDC-0602K가 심각한 부작용이 없으면서 간 손상과 섬유증 마커를 줄이는 가능성을 보여준 초기 데이터와 함께 매우 흥미롭다"면서 "앞으로 간 생검 분석 결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NASH 치료 후보제 엘라피브라노, PBC 치료제로의 유망성도 보여
프랑스 장피트(GenFit)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 후보물질인 PPAR-α/δ 이중 작용제 엘라피브라노(Elafibranor)는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rimary biliary cholangitis, PBC) 치료제로 유망성을 보였다.
학회에서 발표된 2상 임상(#Abstract LB-02) 결과에 따르면 12주간 엘라피브라노로 PBC 환자를 치료했을 때 유의한 항담즙울체(anticholestatic)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라피브라노는 위약 대비 알칼리성 인산간수 분해효소(alkaline phosphatase, ALP)와 기타 PBV 생화학적 마커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과 연관있었다.
PBC는 담즙관 손상으로 발생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으로 담즙분비(bile flow) 장애와 간경변 및 말기 간 질환으로 이어진다. 피로, 가려움증, 황달 등 증상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PBC 환자의 상당수가 우연히 질병이 확인되며,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평생 치료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현재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다.
엘라피브라노는 개발 중인 경구 치료제로 항염증성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담즙산의 합성과 독성을 감소시킨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엘라피브라노를 PBC 치료제로의 가능성을 조사한 첫 번째 연구다.
미국 버지니아 코먼웰스 의대(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벨미르 루케틱(Velimir Luketic) 박사는 "많은 환자들이 현재 치료법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tolerate)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표된 임상연구에는 간경변이 없고 우르소데옥시콜산(UDCA) 치료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않는 환자 45명이 참여했으며, 엘라피브라노 시험 용량은 하루 80㎎ 또는 120㎎이었다. 일차평가변수는 베이스라인 대비 12주째 ALP 변화율이다.
루케틱 박사의 발표에 따르면 엘라피브라노 80㎎군에서는 ALP가 48%, 120㎎군에서는 41% 줄어, 두 용량 모두 위약군 3%보다 유의하게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치료 12주째 ALP가 1.67x정상 상한치(ULN) 미만이고, ALP가 15% 이상 감소, 총 빌리루빈(bilirubin)이 ULN보다 낮은 복합평가변수를 달성한 환자는 엘라피브라노 80㎎군 67%, 120㎎군 79%였고, 위약군은 6.7%였다.
루케틱 박사는 "이번 2상 임상에서 엘라피브라노 12주 치료는 내약성이 뛰어났고, ALP 및 기타 PBC 생화학 마커를 현저하게 개선시켰다"면서 "이 결과는 치료가 실질적인 항담즙울체 효능이 있어 환자에게 장기적인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ASL 조직위원인 이탈리아 UNIVPM(Università Politecnica delle Marche) 마르코 마르지오니(Marco Marzioni) 교수는 "최적의 PBC 치료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번 연구는 새로운 분자가 임상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아직 2상 연구 단계지만 결과는 확실하고 매우 유망하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