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스스로 의료법을 위반한 의사를 자율 징계하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 이달 21일부터 광주시의사회, 울산시의사회, 경기도의사회 등 3곳에서 6개월 이상 시행된다.
의사협회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 홍경호(광주시의사회장) 단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의사는 전문직업인으로서 정부에 의한 타율이 아닌 스스로의 통제가 원할히 이뤄질 수 있어야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위상과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평가제도란 의사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가 적발되면 시도의사회에 설치된 '전문가평가단'에서 조사를 해 시도의사회 윤리위원회에 회부, 행정처분 여부를 심의한 후 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청문 절차를 거쳐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처분 수위를 결정해 복지부에 처분을 요청하는 제도다.
복지부는 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처분을 실시하게 된다.
자율평가 대상은 ▲의사로서의 결격사유(정신질환자, 금치산자 등) ▲의사의 품위손상(비도덕적 진료행위,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행위, 거짓 또는 과대 광고, 불필요한 의료행위 또는 부당 진료비 강요행위, 환자유인행위 등) ▲무면허 의료행위(사무장병원, 불법 의료생협) 등이다.
현행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상 '비도덕적인 진료행위'를 한 의사는 최대 1개월의 면허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있고, 복지부는 그간 경중에 따라 1주일~1개월 처분을 해 왔다.
이에 따라 의협 중앙윤리위는 시범사업 기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판단하면 최소 경고에서 최대 1개월의 면허정지처분을 복지부에 의뢰할 방침이다.
홍경표 단장은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구체적인 대상과 판단은 전적으로 중앙윤리위원회에 위임해 추진할 예정"이라며 "그간 보건복지부에서 했던 행정처분 사례를 참고해 자체적인 판단과 양형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범사업 지역의 전문가평가단은 광역평가위원 5~7인, 지역평가위원 지부 및 각 분회별 2명씩 위촉해 구성한다.
광주시의사회를 예로 들면 광역평가위원 6인과 지역평가위원 16인(동구, 서구, 남구, 북구, 광산구, 전남대, 조선대, 기독병원)으로 구성했다.
만약 동구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광역평가위원 2인 이상과 지역평가위원 1인 이상을 조사단으로 선정, 현지조사와 서면조사를 하게 된다.
전문가평가단은 피심의인이 조사를 거부할 경우 복지부, 보건소 등에 조사협조를 요청해 공동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자율규제는 의협의 고유한 기능이며, 제도의 성공적 안착과 실효성 제고를 위해 실질적인 조사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경표 단장은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은 의료계가 자율규제권을 확보하는 작은 첫걸음"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의사회원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가 아니다"면서 "아프지만 일부 직업윤리에 반하는 의사들을 계도하고, 이를 통해 대다수 선량한 회원을 보호하면서 자율권을 확보하고, 권위를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의 최종 목표는 복지부가 아닌 의사단체가 의사를 자율징계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것.
이를 위해서는 시범사업 기간 국민과 의사들이 납득할 만한 행정처분 양형을 결정하고, 전문직업인다운 자율적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자율징계권 확보가 의료계의 숙원사업인 만큼 의사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