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위기의 일차의료 외과계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수술 수가는 상대적으로 낮고 의료사고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과연 생존해나갈 수 있을까.
외과계의사회 협의체는 7일 오후 7시 20분~10시 이같은 내용으로' 일차의료 외과계의 역할 재조명 및 정책적 제안' 토론회를 열었다. 일차의료 외과계를 살리기 위한 논의가 사실상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외과계의사회 협의체는 대한외과의사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대한안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등 9개 의사회 연합이다.
외과계 의사회는 환자가 1차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받으면 3차 의료기관보다 입원기간이 짧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제시했다. 많은 환자들이 대학병원에 가고 있지만, 단순수술 환자들을 1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는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병원협회가 지난 2월 ‘1차의료기관의 입원실(단기입원) 허용’을 반대해 최종적으로 대한의사협회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안 합의는 무산됐지만, 1차의료기관은 입원실과 수술실 유지가 필요한 이유라고도 했다.
다만 의대 교수들은 1차 의료기관이 환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환자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장기적으로 원가 중심에서 가치 기반 지불제도로 개편하자는 학자들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1차 의료기관에서도 병상 과잉 문제 등 자원의 효율화와 재정 절감 문제를 함께 고민해줄 것을 당부했다.
수치로 나타난 외과계 1차 의료기관의 재발견
일부 단순수술은 1차의료기관에서 상당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2차 의료기관의 비중이 적었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학술위원회 한병규 위원(퍼펙트비뇨기과)은 2016년 경요도 전립선비대증 수술 비율이 3차 의료기관에서 75%이고 1차 20%, 2차는 5% 등이었다고 발표했다. 1차의료기관의 재원일수는 더 짧고 급여총액도 적었다. 2016년 경요도 전립선비대증 수술 1건당 환자 재원일수는 1차가 1.3일인 반면 2차 8.3일, 3차 6.4일로 나타났다. 수술 1건당 요양급여 비용은 1차 96만3000원, 2차 217만2000원, 3차 208만6000원이었다.
한 위원은 “개인병원은 편리하고 대기시간이 짧다”라며 “대학병원은 검사가 너무 많거나 검사가 비싼 단점이 있다”라고 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하정훈 학술위원(땡큐서울이비인후과)은 “갑상선암 검진을 할 때 대학병원은 영상의학과를 거쳐 검사 날짜를 따로 잡아야 한다”라며 “전공의들이 검사를 실시하면 50분이 걸리지만 의원에서는 15분이면 끝난다”고 말했다. 그는 “1차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바로 상담하고 검사하고 검사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하 위원은 “갑상선암 가이드라인 대로 수술한 다음, 대학병원은 환자 개개인에 신경쓸 여유가 없어서 못하는 음성관리와 음성치료까지 하고 있다”며 “오히려 대학병원이 이런 시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빅5병원에 맞먹는 수술 수치를 가진 곳도 있다. 소리 귀클리닉에서 수술하는 인공와우이식술 건수를 보면 2016년 기준 세브란스병원 148건, 서울대병원 124건, 소리의원 79건, 삼성서울병원 51건 등으로 전국 3위였다.
"1차 의료기관, 환자들에게 선택 받도록 노력해야"
삼성서울병원 외과 이우용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대학병원을 선택하고 개원가를 선택하지 않고 있다”라며 “(개원가는)환자 신뢰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환자들은 대학병원이 치료를 더 잘한다는 환상이 있다”라며 “수술의 적응증이나 수술후 관리 문제 등도 개원가는 수익과 직결되긴 하지만, 환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소리 귀클리닉처럼 특성화가 됐다면 환자들이 자연적으로 (그 병원에)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위해 병실을 가진 의원을 최소 2차 의료기관으로 상향해 환자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대신 수술 후 합병증 등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수가에 반영해야 한다”라며 “상대가치점수에 수술 후 합병증 관리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부회장(외과)은 “개원가는 3차병원에서 맹장수술 담낭절제술 치질수술 등 단순수술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데, 3차병원에서 이들 수술을 금지할 수는 없다”라며 “대학병원은 교육과 수련의 목적이 있고, 이런 취지에서 전공의가 담당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대학병원 환자들은 야간에 각종 합병증 때문에 오거나 1,2차병원에서 치료가 안된 이들이 많다”라며 “3차 의료기관의 재원기간이 길지만, 환자 상황을 고려한 측면이 의료전달체계 안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대신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수술할 때 적정수가를 제시하고, 1차 의료기관은 짧은 재원기간과 높은 환자 만족도 등을 꾸준히 제시해야 한다”라며 “목적에 맞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1차의료기관의 선호도도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과계, 행위료 인정 등으로 수술수가 개선해야
외과계 의사회는 상대적으로 외과의 행위료가 진찰료에 포함되고, 신의료기술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총무이사(바로척척의원)는 "교과서적인 진료를 넘어서 새로 개발된 비절개 방식의 방아쇠수술은 수술 시간으로만 따지면 12초가 소요될 정도로 간단하다"라며 "하지만 여기에 들어간 행위료는 기술적인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현재 급여기준으로 계산된 분당 행위료 270원으로 계산하면 수술 행위료가 54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외과 외래에서 흔히 접하는 방아쇠수술 총 비용은 1차 의료기관 외래를 기준으로 19만4990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2차 의료기관에서 입원 수술을 하면 131만8088원이 책정된다. 이에 따라 1차 의료기관 의사들이 우수한 치료방법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수술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충수절제술의 비용을 보면 의원 166만330원, 병원 179만8191원, 종합병원 205만8146원, 상급종합병원 265만5910원 등 전반적으로 의원의 수술 수가가 낮다. 이 이사는 “환자가 많다는 정형외과마저도 입원실을 폐쇄하고 있다”라며 “입원실을 운영하는 항문외과는 당직하는 직원을 구할 수가 없어서 원장 본인이 수술하고, 본인이 당직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어홍선 부회장(PSI어비뇨기과)은 상대가치점수 등으로 수술 수가를 개선해 1차의료기관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어 부회장은 “수술수가가 얼마 되지 않으면서 재료비가 절반을 차지한다. 단순처치료가 진찰료에 포함되기 때문”이라며 “행위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 부회장은 “배상책임보험의 손해율을 보면 1차의료기관의 외과계, 내과계간 거의 차이가 없다”라며 “1차의료기관에서 수술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우려는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 부회장은 수술실을 둔 외과계 의원에 2차의료기관으로 상향하라는 권고가 나온 데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어 부회장은 “1차의료기관에 맞춘 기본적인 기준이 있다”라며 “한번 규제를 만들면 이를 바꾸는 것은 어려운 만큼 현실에 맞는 한국형 외과계 의료전달체계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입원기간 비용 단축 효과 확인, 환자 안전 강화는 필요
건국의대 예방의학과 이건세 교수는 “그동안 외과계 일차의료가 만성질환 관리로 대표되는 내과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정 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라며 “단순수술에 대한 역할 분담이나 논의를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라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1차 의료기관이 의료비 증가 문제를 조절하면서 재정을 절감한다는 사실을 들여다봤다. 국민이 편리하고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1차의료기관의 안전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재원기간이나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정책적으로 중요한 것이 비용이다”라며 “하지만 1차의료기관의 안전에 대한 이슈를 간과하고 있는데, 사고가 안나면 괜찮지만 한번 사고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수술하는 것과 의원에서 하는 것은 다르다. 국민들은 대학병원도 불안해 한다"라며 "의원과 대학병원의 수술이 관계없다고 말하지만, (의원에서 수술하라는)국민 설득이 쉽지 않을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비용과 재원기간 외에도 안전과 재원기간에 따른 효과가 중요하다”라며 “환자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1, 2, 3차의 기능분화는 의료계 모두 동의해왔다”라며 “1차의료기관이 단순수술을 맡고 안전성을 보장한다면 대학병원도 여기에 특별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신 비용 총량에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1차 의료기관을 그대로 놔둔 채 개혁하자거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장비 과잉 문제를 놔둔 채 정책을 펼 수 없다”라며 “그렇다고 총량제를 할 수 없고, 의사의 추가 배출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외과의사회 천성원 회장은 “외과의원은 환자가 한번이라도 잘못되면 크게 문제될 수 있는 부분은 하지 않는다”라며 “안전 문제는 의사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해서 더 신경을 쓴다”고 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와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정부는 국민들에게 자율권을 유지하면서 의사들에게는 자율권을 주지 않고 있다“라며 “의사들이 절망적 상황에 빠져있는데, 의사들의 사기를 올려주면 국민 건강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병상 과잉…자원 투입 효율성 고민 필요" 주문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보건 학자들은 원가이야기를 하지 말자고 한다. 학자들은 가치 기반으로 지불제도를 개편해야지, 원가로 보상하기 어렵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장비가 아니라 수술 행위료 등을 중심으로 급여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의료계도 어떻게 자원 투입의 효율성을 갖출 것인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가치(value)란 일정한 질을 유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으로 비용효과(cost effective)와 유사한 개념이다. 가치는 임상적인 과정 지표를 포함해 환자의 입장에서 평가한 의료의 질, 환자 만족도 또는 환자 경험, 장기적인 환자의 건강 결과(건강향상) 등으로 평가한다.
정 과장은 특히 병상 과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과장은 “외과계가 잘 돼야 병원이 잘 되고, 전공의 모집도 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정 부분 병상 과잉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상 과잉 상태에 있다면 여러가지 면에서 적정수가가 가능하겠는가”라며 “장기적으로 병상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상대가치점수 개편은 외과계 수가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수가 구조를 보면 수술수가나 행위 수가, 입원료 등은 일본에 비해 낮지만 영상이나 검사는 높은 경향이 있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MRI 비급여 가격은 일본의 3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 과장은 “수가 인상은 비정상적인 구조를 개선하고, 장비 검사보다 의사의 행위 부분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내과계열은 검사를 같이 하고 외과계열은 영상검사와 맞물려 있는데, 큰 줄기를 바로 잡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행위료에 재료비가 녹아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각각의 비용에 대한 별도 산정 작업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수술팩의 경우 별도보상을 하면서 700억~800억원의 재정 투입이 됐다”고 했다.
정 과장은 진찰료에 대해서도 “기본진찰료 안에 포함된 행위나, 여러 자원이 투입된 행위가 입원료나 진찰료에 포함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겠다"라며 "이를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과정에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포괄수가제 항목에 들어간 항목의 수가체제를 원가 중심으로 재검토하고 합리적으로 바로잡자고 생각한다”라며 “이 정책들을 한꺼번에 추진하면 좋겠는데, 현실적인 여건이 있고 실제로 보험료를 내는 대상자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고 했다.
정 과장은 “상급병원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개원가에서 수술하면 재원일수가 짧고 비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이런 수치에 대해 고무적이다”라고 해석했다.
정 과장은 “개원가에서 잘할 수 있는 기술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해야 한다”라며 “최대한 일차의료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3차 의료기관의 경증 환자 비율을 설정하고, 의원과 중소병원과의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의 합의가 깨진 것은 안타깝다고 했다. 정 과장은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합의를 이루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실무적인 작업은 복지부가 하긴 하는데, 의료전달체계 정립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강제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장기적으로 외과계열을 전공하는 의사들이 개원가로 진로를 가질 수 있을지 등을 고려한 외과 전문의 수급 문제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 과장은 “외과계에 너무 많은 진료시간이나 근로환경 개선도 필요하다”라며 ”수가 인상과 함께 병원 내에서 꼭 필요한 부분은 적절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통령 과장은 300병상 이하의 병원을 없애겠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 발언에 대해 “지방에 있는 중소병원이 어려운데 대한 해결책을 내야 한다”라며 “병상을 강제로 정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중소병원의 퇴로를 열어준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정 과장은 “정부는 의료계의 적이 아니다. 같이 잘 가야 한다. 의사들을 버리고 갈 수는 없다”라며 “근거 중심으로 정책에 접근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며, 앞으로도 충분히 대화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