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흉기 피습 후 치료 과정에 대한 논란이 연일 지속되는 가운데 이제는 전국의 의사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부산 가덕도에서 사고를 당한 이 대표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부산대병원을 두고 410km 떨어진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된 것에 대한 의료계의 비판을 ‘정치적 의도’라고 비판한 것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의 "(수술을) 잘하는 곳에서 해야 한다"는 발언이 오히려 자충수가 되는 모양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앞서 4일 벌어진 이재명 대표의 피습 이후 치료 과정을 놓고 전국의 지역의사회 등 의료계가 비판 성명을 쏟아내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정치적 의도'로 몰아가는 민주당을 비판하며 지역의사제를 주장해 온 당 대표가 지역을 버리고 서울을 택하는 행태를 꼬집으며 우리나라의 망가진 의료전달체계를 지적하고 있다.
부산광역시의사회는 지난 4일 지역의사회 중 가장 먼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행을 비판했다.
부산시의사회는 "환자의 상태가 아주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했어야 마땅하다"며 "이것이 국가 외상 응급의료 체계이며, 전 국민이 준수해야 할 의료전달체계"라고 지적했다.
부산시의사회는 또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 의료 부족의 해결책으로 '지역 의사제'와 '지방 공공의대 설립'을 입법 추진한 민주당 스스로가 '우리나라 지역의료 문제의 실체'를 전 국민에게 생방송 함으로써,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증명했다"고 민주당의 이율배반적 모습도 문제 삼았다.
하지만 해당 성명서 발표 이튿날인 5일 민주당은 최고위원회를 열어 부산시의사회의 성명서 발표에 대해 서 위원은 "부산에서 수술을 받지 않고 헬기를 이용해 서울로 이송돼 수술을 받은 걸 갖고 부산시의사회가 정치적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너무나 터무니 없는 정치적 공격"이라며 "누가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갈등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있나. 그들이 바로 민주주의를 병들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부끄러워하길 바란다"고 맹공격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부산시의사회의 비판을 '정치적 공격'이라고 정의하면서 오히려 전국의 지역의사회들이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 피습 당시 자리에 함깨했던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피습을 당한) 목은 민감한 부분이라 후유증을 고려해 (수술을) 잘 하는 곳에서 해야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기름이 되면서 지역 의사회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서울광역시의사회는 5일 성명을 발표하고 "우리는 전일 발표된 부산시의사회의 성명에서 이재명 대표의 헬기 특혜 이송이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버린 민주당의 표리부동한 작태를 보여주었음을 적확하게 지적한 것에 대해 십분 공감하며, 전적으로 이에 동의하는 바이다"라며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반하는 구급차나 헬기 이송은 환자가 전액 비용을 부담하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이재명 대표의 헬기 특혜이송은 모든 국민이 지키는 의료전달체계를 뛰어넘는 선민의식과 내로남불 행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다. 이에 대한 즉각적인 사과와 진정한 반성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광주광역시의사회 역시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 의료진의 만류에도 이 대표를 119구급 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다"며 "전형적인 특권의식에 몰입된 행동이자 내로남불의 정석이다"라고 지적했다.
경상남도의사회도 같은 날 "국민에게는 온갖 악법을 불사하면서도 지역의료 살리기 쇼를 연출하고 정작 입법 당사자들은 왜 편법과 특권으로 얼룩진 서울행을 택하였는가? 심지어 의료용 헬기는 닥터쇼핑 편하게 하라 만든 것이 아니며, 그 시간대 정작 헬기가 필요했던 일반 국민은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갔을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경남의사회는 "지금의 이 모든 문제는, 의료가 정치의 도구로 몰락한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감히 단언한다. 정치인들은 붕괴직전에 처한 대한민국 의료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여전히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전문가 의견은 밥그릇 지키기로 폄하하며 숫자놀음과 표심의 향방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전라북도의사회는 6일 성명을 내고 이 대표의 헬기 이송과 관련해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버린 특혜 이송"이라며 "국민의 눈높이로 보면 그렇게 이송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국민들에게 권유하고 있는 의료전달 시스템에도 벗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북의사회는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진료 가능한 환자는 지역의료기관을 이용하자는 인식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를 위해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이 모범을 보여야 마땅함에도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8일에는 울산광역시의사회가 성명서를 내고 "몰락하고있는 지방의료를 걱정하고 되살린다는 미명하에, 법안은 날치기로 통과시켜놓고, 막상 본인이 한 지역의 응급환자가 되었을 때 보여준 행동은 어떤말로도 설명되지않는 내로남불의 전형적 모습"이라며 "소멸하는 지방의료 활성화, 공공의대, 지역의사제는 허구로 드러났으며, 응급의료전달체계를 부정하는 정치지도자로서의 이중적 태도에 모든 국민과 의료계는 분노를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충청남도의사회도 같은날 성명서를 통해 "국가의료 당면과제가 지역 의료 살리기이며 이것이 지고 지순한 공정한 가치인 것 마냥 주장했던 대한민국 제1당 이재명 대표는 지역 병원에서 정작 본인의 안위가 걱정되자 최고의 권역외상센터로 평가받는 부산대병원을 뒤로하고 서울대병원으로 구급 헬기까지 동원하여 전원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충남의사회는 "향후 응급 상황에서 전문가인 의료진의 의견을 무시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결정을 내리며, 이에 어쩔 수 없이 의료진은 따를 수 밖에 없으며, 그 결과 서울 쏠림 현상이 가속화 되는 우리나라 의료 전체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낼 것임이 명약관화하다"라고도 지적했다.
대전시의사회는 지역의사제를 주장해 온 민주당에 대해 "공공의료, 지방의료를 살리기 보단 응급헬기 보급을 위해 조종사 육성을 하기 위한 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좋겠다"며 "이런 말도 안되는 자학적 개그를 한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사실을 밝히고, 잘못된 부분은 솔직하게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꼬았다.
대구광역시의사회도 "지역 의료를 살리자며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을 주장하며 그 법안까지 일방적으로 국회에서 통과시킨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가, 지역의 우수한 의료기관을 무시하고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119 헬기까지 이용해서 가는 것은 모순 그 자체"라며 "지역 의료를 살리자고 떠들던 야당의 대표가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권역응급의료기관을 믿지 못하는데 어느 국민이 앞으로 가족의 생명을 지역의료기관에 맡기겠는가"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광역시의사회도 8일 성명을 내고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행을 비찬했다. 인천시의사회는 "본 회가 자리한 인천광역시는 수도권 지역으로 수도인 서울로부터 20km 정도로 근거리에 있다. 더 가까운 지리적 위치인 탓에, 우리 회원들이 열심히 돌보고 진료를 보아왔던 환자들이 검사 후 진단을 받자마자 서울로 떠나가 버리는 언짢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의사회는 "인천지역 지도자들이 솔선해 인천지역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한계가 있는 경우만 그 병에 특화된 병원으로 전원을 가야 인천 시민들도 지역의료에 대한 자긍심과 믿음을 가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밝히며 "지역의 의사들은 오는 환자를 진료하고 진단까지만 내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치료는 모두 서울로 가 버린다. 아니 이제는 검사와 진단마저도 서울로 가서 하길 원할 것이다. 법을 발의한 당 대표도 지역을 버리고 서울로 가는데 국민들이 지역 의료를 이용하길 바라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전국의 지역의사회들은 그간 의대정원 확대,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등 의료계가 반대하는 각종 법안들을 강행하며 중요 의료정책에 있어 의료계와 대척점에 섰던 민주당에 맹공격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