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4년차 때 '정직' 처분을 받으면 1년간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을까?
A대학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수료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K씨.
그는 A대학병원 전임의에 합격해 4월 1일부터 근무할 예정이었지만 급제동이 걸렸다.
복지부가 지난 3월 16일 느닷없이 전문의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K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K씨는 과거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면서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됐다.
그러자 복지부는 지난해 K씨에 대해 의사면허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고, A대학병원 역시 정직 1개월 처분을 했다.
그는 정직처분이 끝나자 다시 복귀해 정상적인 수련을 받았다.
또 지난해 10월 전문의자격시험 응시원서를 내 1차, 2차 시험에 모두 합격함에 따라 올해 전문의 자격도 취득했다.
그는 지난 2월 4년간의 수련을 모두 마쳤지만 1개월 정직처분으로 수련 기간이 1개월 부족하자 3월 1일부터 한 달간 A대학병원에서 추가 수련을 받았다.
이 규정에 따라 1개월 추가수련을 받고 있었는데 절반을 채운 직후 청천벽력 같은 전문의 불인정 처분이 떨어진 것이다.
K씨는 억울했다.
비록 정직처분을 받긴 했지만 정상적으로 수련기간을 이수했고,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으며, 정직이라는 '부득이한 사정'에 따라 추가 수련을 받았는데 전문의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니!!
대한병원협회 역시 5월 31일까지 추가수련을 받으면 수련예정자로 인정하기 때문에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면 전문의 자격을 부여한다고 유권해석했다.
무엇보다 전공의가 추가 수련을 받을 수 있는 '부득이한 사유'에 휴가, 휴직 외에 '정직'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그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복지부도 나름 행정처분 근거를 제시했다.
K씨처럼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 면허정지처분을 받고 수련병원으로부터 '‘정직처분'을 받은 전공의들은 으레 1년간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K씨는 매우 이례적으로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해 합격했고, 그래서 부득이 자격 불인정처분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직은 추가 수련을 받을 수 있는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휴가 또는 휴직 '등' 부득이한 사유…
여기서 의미하는 '등'에는 정직이 포함되지 않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격이 없다는 논리다.
K씨처럼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돼 정직처분을 받은 전공의는 1년간 다시 수련을 받아야 하지만 '시혜적' 차원에서 징계기간만큼만 추가 수련을 받도록 한 것이며, 정직처분을 받은 해에는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없다고 못 박았다.
사실 의사들과 '등'과의 악연은 이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복지부는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의료인의 품위손상 행위),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5호 규정에 따라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들을 처벌했다.
구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5호에도 '등'이 등장한다.
복지부는 쌍벌제 이전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을 처벌하기 위해 '전공의의 선발 '등' 직무와 관련해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 조항을 적용했다.
'등'에 의사의 의약품 처방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는 게 복지부의 논리.
당시 의사들은 의료인의 '품위손상 행위'는 불확정 개념이어서 도대체 어떠한 행위가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인지 불명확해 법 조항 자체만으로도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문제가 있고, 보건복지부가 위 조항을 근거로 언제든 자의적으로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자영업자인 개원의의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전의 행위를 전공의의 선발 '등' 직무와 관련해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한 행위로 평가해 면허정지처분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 입장에서 보면 '등'이라는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셈이다.
서울행정법원이 전문의 자격 불인정 사건에 대해 어떻게 결론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