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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데믹으로 '비대면진료' 중단 기로…30년간 시범사업 아닌 이제는 법제화를"

    원격의료학회, 국민 만족도·편의성 고려해 책임소재 명시·보안 강화 후 바로 시행 촉구

    기사입력시간 2022-04-01 07:31
    최종업데이트 2022-04-01 08:44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마무리되고 올해 안 엔데믹(풍토병) 전환이 전망되는 가운데, 한시적으로 허용돼온 비대면진료가 다시 불법으로 전환되는 기로에 놓여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300만건이 넘는 비대면진료 데이터를 분석, 조속히 법제화 등 제도 추진과 안착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는 아직 합법화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상철 교수·한국개발연구원(KDI) 권기대 팀장·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민태원 부장 등은 31일 한국원격의료학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비대면 진료'를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좌장은 웰트 강성지 대표가 맡았다. 

    우려하던 문제 해결하고 제도적 허용으로 추진해야 
     
    사진 = 한국원격의료학회 비대면 진료 온라인 심포지엄 토론 전경 갈무리.

    한국개발연구원(KDI) 권기대 팀장은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0% 이상이 개인 건강상태가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고 단 1.2%만 도움 안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도움이 될 질환으로는 66.7%가 만성질환을 꼽았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원격진료와 관련된 5점 척도의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의료접근성 확장에 4.13점, 진료 대기시간 감소 4.2점 등으로 응답했고, 만성질환의 건강관리강화에 대해 3.9점을 부여하는 등 높은 기대감을 표출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원격진료시 발생한 의료사고의 책임소재 불분명, 부정확한 진단과 오진, 해킹 문제 등의 우려도 컸으며, 개인정보 유출, 지방병원 도산 등 부정적 전망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권 팀장은 "걱정과 기대가 모두 큰 상황이지만,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에서 비대면진료를 경험했고 보건의료패러다임 역시 예방관리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원격의료 도입 흐름은 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환자의 건강과 편의성이 증대되고, 환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원격의료 시행시 우려되는 사안은 한시적 비대면진료 허용으로 얻은 빅데이터를 활용, 사전에 이를 차단하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민태원 부장은 "현재 원격의료 법제화에 대해 약사사회의 반대가 심각하지만, 의료계는 일부이긴 하나 시대적 조류를 인정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이를 연구하는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면서 "물론 여전히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오진 가능성, 의료사고 책임소재 불분명, 약물오남용 등의 가능성이 남아있어 반대 입장도 분명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오랜기간 원격의료가 법제화되지 못하고 수십년째 시범사업만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최근 2년간 한시적 비대면진료 허용으로 수집된 370만건의 빅데이터를 활용, 의사들이 우려하고 걱정했던 문제들을 해소하고 시행하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격의료법, 환자 편익과 효용 고려해 의료기관·질병 범위 제한 없애야"
     
    사진 =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상철 교수가 범위를 대폭 완화한 의료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한국원격의료학회 심포지엄 갈무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상철 교수도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비대면 진료가 다시 불법이 될 기로에 놓여 있는 만큼, 조속히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외국은 비대면 진료 자체를 금지하는 법이 없어지고 있다. 미국은 환자-의사 간 원격의료가 전면 허용됐고, 영국과 프랑스, 의료제도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입장이었던 독일까지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초진 대면 원칙 하에 원격의료를 시행했으나, 최근 팬데믹 상황으로 초진 비대면도 허용하고 있다"고 다른 국가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팬데믹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잇따라 원격의료 관련 법안들이 나왔으나, 여전히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며 "실제 강병원 의원안은 의원급으로 시행기관을 제한한 것은 물론 고혈압, 당뇨병 등 일부 질병의 재진, 원격모니터링만 가능하게 했다. 그나마 최혜영 의원안은 의원급의료기관을 제한하되 일부 예외를 인정했고, 질병범위도 만성질환과 정신질환을 모두 포함시켰으며 진료와 처방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한적 범위 설정은 지나친 보호정책이며, 환자의 편의성과 효용을 고려해 기관이나 질병 범위 등은 하위단계 고시나 시행령 등으로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초진 대면 원칙도 풀고 원격 모니터링 뿐만 아니라 진단과 처방까지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 교수는 "엔데믹이 시작되면 비대면진료가 다시 제한되고 이 과정에서 시행한 비대면진료들은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불법이 되기 이전에 빠르게 논의를 추진해 법제화를 해야 한다"며 "비대면진료 이용자가 생겼고 실증데이터도 있는 지금이 국민 편익차원에서 원격의료를 제도화하기에 가장 좋은 기회다. 지금을 놓지면 언제까지 더 미뤄질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국회에서는 이미 법안들이 나와있고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이기 때문에 정부안이 매우 중요하다. 보건복지부가 대안(의료법 개정안)을 잘 마련해야 하며, 동시에 약사법 정비와 비대면 진료수가 현실화 등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미국, EU 등은 전문약(ETC), 일반약(OTC)에 대한 통신판매를 모두 허용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 등 대부분 국가들도 일반약에 한해서는 통신판매가 가능한만큼,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흐름과 국민적 편익을 고려해 원격의료 법제화에 따른 전문약 배송이 가능하도록 약사법을 개정하자는 의견이다.

    박 교수를 비롯해 이날 모인 토론자들은 "법안 발의와 폐기, 시범사업만 하다가 30여년이 흘렀다. 늦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기회로 삼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빠르게 파악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조속한 법제화와 제도 시행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