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은 이달 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개설을 허용한 녹지국제병원이다. 또한 오랜 논란이었던 원격의료는 기획재정부에 의해 추진을 공식화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통합형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원격 모니터링(비대면 환자관리)을 결합함으로써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리병원이나 원격의료, 의료기기의 규제 완화 등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건강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신문이나 경제지들은 벌써부터 영리병원 허용이 몰고 올 파장을 걱정하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으며 영리병원과 원격의료에 힘을 실어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논거로 삼는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전 국민 건강보험이 지탱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공의료체계는 취약하기 그지없다.
우리나라는 90% 이상의 병의원이 민간 소유로 무한 경쟁을 하고 생존을 걱정하며 망하지 않기 위해 진료량을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병원 비율이 50%를 넘는 나라들과는 처음부터 사정이 다른 것이다.
원격의료도 마찬가지다. 국민 건강을 위해 의료 인력을 늘리고 의료취약지에 공공병원을 세우는 노력을 하지 않고 원격모니터링이나 비대면진료에 주력하겠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주치의제도와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원격의료에 치중하면 가뜩이나 망가져 있는 의료전달체계는 더욱더 엉망이 될 것이고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의료기기회사와 대형병원에만 도움이 될 뿐이다.
국민들의 고급 의료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영리병원은 90% 이상의 국민이 이미 좋은 공공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에서는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
주치의제도와 의료전달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나라에서 원격의료는 국민들의 불편을 덜어줄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의료가 부실한 나라에서 영리병원은 의료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의료보장성을 떨어트릴 위험이 있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라 현실적인 우려다.
뿌리 얕은 나무는 미풍에도 쓰러진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얕은 술수를 쓰지 말고 국민건강을 위해 의료의 뿌리부터 든든하게 만드는데 힘 써야 한다.
의료를 기업의 이윤을 위한 도구나 산업발전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영리병원 이전에 공공병원 확충을, 원격의료 이전에 주치의제도와 의료전달체계부터 확립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