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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원 촉탁의사의 고뇌

    [칼럼] 정명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18-10-19 06:27
    최종업데이트 2018-10-20 06:47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명관 칼럼니스트] 작년부터 노인요양시설의 촉탁의 제도가 전면 개편돼 시행되고 있다. 촉탁의 제도란 노인요양시설에 일정한 자격을 갖춘 촉탁의가 월 2회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입소자들의 건강을 돌보게 하는 제도이다. 

    필자도 관내 요양원의 촉탁의사로 등록해 2년째 참여하고 있다. 주요 개편 내용은 촉탁의의 업무 영역을 정리하고 촉탁의 기본 교육을 실시하며 촉탁의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촉탁의 활동비 지급과 청구를 변경한 것이다.  
     
    시행 초기에는 요양원 방문시간 보다 청구에 걸리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돼 민원이 많이 발생했는데 이 부분은 현재 많이 개선돼가고 있다.

    촉탁의의 활동비는 행위별 수가제가 아닌 정액제(재진료 수준)로 지급하며 활동 내역은 병의원에서의 진료 수준이 아니라 기본적인 진찰 수준이라고 돼 있다. 그동안 촉탁의 활동을 하면서 아쉬웠거나 난감했던 문제들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약 처방과 삭감 문제
     
    입소자들은 대부분 보호자의 도움이 없이는 혼자서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이나 장애인들이며 이들은 여러 종류의 약을 복용하고 있다. 혼자서 병의원에 다니기 힘들기 때문에 바쁜 보호자들은 입소자들의 약처방을 촉탁의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절반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입소할 때 보면 여러 병원 여러 과에서 처방받은 약들이 10여 가지 되는 경우가 흔하며 한 달 약값만 해도 보통 10~20만원이 넘는 경우도 많다. 고혈압, 당뇨약, 치매약, 관절약, 위장약 등등이다.

    약 처방을 하게 되면 촉탁의에게 처방료로 2970원을 지급하는데 촉탁의는 약물 처방에 따른 심평원 삭감의 공포를 느끼게 된다. 어떤 약들은 처방 시 검사가 필요한 것도 있지만 (골다공증약, 치매약, 당뇨약, 고지혈증 등) 병의원이 아닌 요양원에서 그런 검사를 시행하기란 힘들다. 한 가지 약값만 삭감돼도 보통 수만원씩 하는 경우가 많다.
     
    외래 진료를 하는 환자의 약값이 삭감되는 것도 힘든 일인데 요양원 환자의 경우엔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전화를 걸어 ‘일반 외래 진료와 요양원 촉탁의에게 삭감의 잣대를 같이 적용하느냐’고 확인했지만 원칙적으로 똑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울증약 처방 제한
     
    요양원 입소자들은 치매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많고 우울증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그런데 대표적인 항우울제인 SSRI제는 2개월 이상 복용해야 할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만 처방이 가능하도록 제한돼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불합리한 조항이다.

    외래를 다닐 때는 그런대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면 됐는데 촉탁의는 환자의 모든 약을 처방해야 하는 관계로 가정의학과 의사나 내과 의사가 촉탁의를 많이 맡고 있는 현실에서 SSRI 우울증약 처방 제한은 입소자와 촉탁의를 갈등 상황에 빠지게 한다.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경우라도 촉탁의가 SSRI제를 처방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입소자더러 정신건강의학과 만은 별도로 다니라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보호자가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대리로 약을 처방받아 와야 하는지 의문이다.
     
    삭감 문제와 우울증약 처방 제한 문제는 요양원의 특수 사정을 감안해 어느 정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찰과 진료

    요양시설 촉탁의사의 업무 영역은 진료가 아닌 진찰이라고 돼 있다. 촉탁의사는 외래 진료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엔 병의원 진료를 받도록 지시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보호자는 그런 지시나 권고를 잘 따르지 않는다. 감기약 정도는 촉탁의가 처방하지만 폐렴이 의심되는 환자를 병원에 보내서 엑스레이 검사가 필요하다고 해도 그냥 ‘촉탁의가 진료해 주세요’ 하기 일쑤이고 심지어 골절 환자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경우도 봤다.  

    요양원 입소자 가운데 도뇨관과 비위관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그것을 교체하는 진료도 촉탁의에게 허용돼 있지 않다. 물론 수가도 없다. 요양원의 상주 간호사도 그런 일은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요양시설에는 방문 간호사가 와서 그런 업무를 한다. 그런데 그 수가가 비교적 높아서 비용 지출이 많다는 시설장의 하소연을 들었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구분을 하지 않고 환자를 수용한 이유도 크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일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촉탁의사는 할 수 없고 다른 의사의 지시를 받는 방문간호사는 할 수 있는 일이 요양원에는 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요양원에 있어야 할 환자가 요양병원에 있기도 하고 요양병원에 있어야 할 환자가 요양원에 있는 경우도 많았다. 어떤 요양원은 입소 환자의 절반 이상이 치매약을 복용하고 있는가 하면 절대적으로 침상 의존인 환자도 상당히 많다. 

    요양원은 간병비가 지원되지만 요양병원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환자를 요양원에 입소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의사가 상주하고 있고 의료적 처치가 가능한 요양병원과는 달리 요양원 촉탁의는 2주에 한번씩 회진하는 개념이고 의료적 처치도 할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환자를 집에 모셔다 놓는 것이나 별반 다를게 없다.  

    요양원의 주된 업무는 보호자를 대신해 환자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목욕 등 요양과 간병 업무인데 요양원을 병원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촉탁의를 당직의사나 원내의사로 오해
     
    그래서인지 어떤 입소자 보호자는 요양원 촉탁의를 당직의사나 원내에 상주하는 의사쯤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듯했다. 

    정기 방문 이외에도 급성기 질환에 대한 처방을 요구하고 심지어 보호자가 요양원이나 필자의 외래에 따로 오지도 않고 전화로 진단서 같은 것을 떼 놓으라고 요양원 측에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