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GE를 비롯해 IBM이나 필립스 등 거대 기업이 특정 기업에 투자하기보다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안이라는 틀 속에 꽁꽁 묶어두고 서로 경쟁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대기업 간에도 기술협력이 언제 어디서 이뤄질지 모른다."
GE 헬스 혁신마을(GE Health Innovation Village)의 촌장(최고책임자)인 미코 카우피넨(Mikko Kauppinen)이 한 얘기다.
GE 헬스 혁신마을이란, 전통적 헬스케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인 GE 헬스케어가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창하며 만든 곳이다. 핀란드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소규모 창업 분위기가 잘 조성된 헬싱키에 2016년 4월 설립했다.
핀란드에는 노키아의 빈자리를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채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헬스테크가 핀란드 하이테크 수출의 47%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에서는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17의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 세션 강연을 위해 내한한 미코 카우피넨 GE 헬스 혁신마을 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GE 헬스 혁신마을의 비전은 젊은 창업가와 기술자들이 같은 환경에서 일하고 교류하면서 각자의 분야에서 좀 더 노련해지고 신선한 사고를 유지해 미래의 헬스케어를 혁신하는 것이다.
여기서 '협력이 혁신을 일으킨다'가 이 헬스케어 스타트업 캠퍼스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GE헬스 혁신마을은 헬스테크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사무실을 제공하고 GE 헬스케어 핀란드의 시설을 공유하도록 했다. 스타트업 직원들과 현장에 있는 수백 명의 GE 직원들이 지식 및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GE 헬스 혁신마을에서 발굴한 스타트업을 GE가 투자 혹은 인수한 사례는 아직 없지만, 스타트업이 성장해감에 따라 투자자금 모금과 개발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는 주요 개발자들이 함께 참여해 상업화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GE의 직접 투자는 그 이후 단계에서 고려할 사항이라고 한다.
카우피넨 촌장은 "초기에는 센서 테크놀로지, 와이어리스 분야 등의 20개 기업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빅데이터, 딥러닝, AI 등 분석에 관련된 스타트업들이 합류해 현재 GE 혁신마을에는 35개 기업이 입주해있다"고 밝혔다.
카우피넨 촌장이 강연 주제에서 언급한 디지털 헬스케어를 위한 '연결된(connected) 생태계'란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으로, 오픈 플랫폼을 통해 특정 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나 솔루션을 다른 회사와 공유함으로써 더 나은 발전을 이뤄낼 수 있도록 서로를 연결해주는 환경을 말한다.
그는 이에 대해 "오픈 소스 방식으로 성공한 ‘리눅스’의 모델을 헬스케어에 적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차이점이라고 하면 헬스케어의 경우 클라우드, 수술, 환자 모니터링 등 다양한 형식의 플랫폼들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방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우피넨 촌장은 GE 헬스 혁신마을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중요한 점 네 가지를 꼽았다. 개방성(openness)과 겸허함(being humble), 평이함(Easiness), 공정성(Fairness)이 그것이다.
그는 "개방성과 겸허함은 과거 배타적이던 기업의 행태를 버리고 개방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플랫폼이란 소비자의 구미에 맞춰 운영되는 것으로 플랫폼 제공자는 혼란(caos)을 막기 위해 그 범위나 제한을 설정하는 정도의 최소 역할만 해야 한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또 "평이함은 플랫폼이 누구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고, 공정성은 수익 배분에 있어 공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플랫폼 오너라고 해서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한편, 카우피넨 촌장에게 혁신마을에 유치하는 스타트업을 어떻게 검증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 중 인터뷰를 통해 팀의 활동과 태도, 신뢰도, 그들의 꿈이 충분히 큰지, 그리고 네트워킹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살펴본다"면서 "생태계 혹은 커뮤니티 조성에는 자기가 얻을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서로 믿고 협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은 대기업의 '문화 전환(culture shift)'이 필요한 때다. 회사 문화를 하나도 바꾸지 않으면서 제품이 새롭기를 바라는 건 어렵다. 생각이 바뀌어야 하고 문화가 바뀌어야 회사가 바뀐다"며 시대 흐름에 맞는 변화가 중요함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