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거주하는 한 바른의료연구소 연구위원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일차의료 시스템의 정상화 요건을 소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택분업’과 ‘적정수가’에 비결이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일차의료기관을 매출로만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한국이 더 높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의약분업으로 약국에서만 약을 조제하고, 의원 역시 역세권에 개원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연구소는 “일본은 의원에서도 약을 조제할 수 있는 선택분업을 시행하고 있다”라며 “의원은 역세권의 약국 주변에 개원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개원의는 자신의 집이나 집 옆에 개원을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한국의 의약분업은 조제료로 매년 수조원의 건강보험 재정낭비를 초래한다”라며 “또 의원들을 고사시켜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린 결정적인 주범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일본은 적정수가로 자연스럽게 주치의제가 정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는 “한국은 일부 의사들과 일부 진료과에서 주치의제를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그런 이름의 제도가 없어도 현실적으로 주치의제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일본은 수가가 적정해 적은 수의 환자를 봐도 유지가 가능하다. 일본 의사들은 한국처럼 환자들을 많이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일본에선 노인들이 늘 가는 동네의원을 찾아가 상담하는 일이 흔하다”라며 “그러나 한국에선 환자들이 약국을 찾아가는 일이 더 흔하다. 의원에 방문해도 오랜 시간 상담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한국 병의원들의 의사들은 환자들과 친밀감을 갖기 어렵고, 의사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지 않는다”라며 “반면 일본은 적정 진료량을 유지해 적정한 1인당 진료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일본 의사들은 환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적정한 수가를 받는 동시에 적정 행위량을 찾는 것이 한국 의료를 정상화시키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두 나라 환자들이 일차의료기관을 바라보는 기대 수준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연구소는 “일본의 의원들은 청진기와 책상만 갖추고 진료하고, 직원들의 숫자도 몇 명 되지 않는다”라며 “매출이 적더라도 건물 임대료, 장비 리스비용, 직원 인건비 등의 지출이 적어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한국 환자들은 일차의료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들고 비싼 장비들도 구비해야 한다. 그만큼 더 많은 직원들도 필요하다”라며 “한국에선 의원의 월 매출이 1000만원이면 대부분 폐업 직전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일본의 동네의원들은 그 정도면 상당수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의사들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보니 지역의사회 활동도 열심히 한다. 연구소는 “일본 의사회의 개원의들은 주 30시간을 일하면서 외부 활동을 대단히 열심히 한다. 지역 라디오에 지역의사회 회원들이 고정 출연해 질병에 대한 상담이나 교육적인 내용을 방송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각 현 의사회들은 자체 협동조합을 운영한지 대부분 수십년 이상 됐으며, 각 현 의사회별로 법인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라며 “회원들은 시간적인 여유로 인해 의사회 업무나 협동조합 업무 등 회무에 관심을 갖는다. 각 협동조합은 의원들의 생존력을 높인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한국 의료는 현재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시행과 함께 적정 수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라며 “다른 나라에 비해 의료제도가 비슷하고 거리가 가까워 벤치마킹하기 수월한 일본 의료의 성공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연구소는 “적정 수가와 함께 선택분업, 의사회 자체적인 적정 행위량을 조절하는 노력이 동반된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이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 증가에 대한 재정확보 대책까지 한꺼번에 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리하게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진료량을 억제하면 의료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