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퍼스트 무버로 유럽 시장을 공략한 국산 바이오시밀러 공세에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는 현지 시각으로 1일 공개한 2분기 실적에서 엔브렐의 유럽 내 매출이 3억 5000만 달러(한화 약 3932억 원)로 전년 동기 5억 400만 달러 대비 31% 감소했다고 밝혔다. 상반기 매출을 모두 합하면 지난해보다 39%나 줄었다.
엔브렐 매출은 로열티 비용 감소 등으로 전반적으로 감소했는데,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으로 특히 유럽 지역 매출이 크게 줄었다.
유럽에서 현재 판매 중인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베네팔리가 유일하다. 유럽 내 판매 담당 바이오젠이 공개한 실적을 보면 매출이 꾸준히 증가해 2분기 매출은 8870만 달러(한화 약 996억 원)를 기록했다.
노바티스의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이렐지(Erelzi)가 6월 EMA 허가를 받아 경쟁품목이 늘었으나 시장 선점 혜택은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램시마(미국 판매명 인플렉트라)도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봤다.
첫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로 유럽 시장에 진출한 램시마는 2015년 1분기 유럽 주요 국가에 출시한 뒤 이듬해인 2016년 1분기 말 약 30%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화이자가 밝힌 것에 따르면 현재 유럽 시장 점유율은 41%다.
이에 유럽 내 레미케이드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MSD의 2분기 레미케이드 매출은 2억 800만 달러(약 233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나 줄었다. 상반기 전체 매출도 4억 3700만 달러(한화 약 4909억 원)으로 작년보다 37%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5월 유럽위원회(EC)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아 램시마보다 35개월 늦게 출시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플릭사비(미국 판매명 렌플렉시스)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바이오젠 실적 자료에 따르면 플릭사비의 2분기 매출액은 190만 달러(한화 약 21억 4000만 원)를 기록, 상반기 총 250만 달러(한화 약 28억 1425만 원)에 그쳤다.
또다른 퍼스트 무버 맙테라 바이오시밀러 투룩시마도 출시 약 3개월 만에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장점유율 30%를 돌파하며 선전하고 있다.
셀트리온 측은 "트룩시마는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렌드 등지에서도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해 하반기 한층 가파른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유럽 시장과 달리 미국 시장에서는 퍼스트 무버와 후발주자 모두 아직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북미권 유통 파트너사 화이자를 통해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인플렉트라(유럽 판매명 램시마) 판매를 시작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MSD와 손을 잡고 7월 24일부터 렌플렉시스(유럽 판매명 플릭사비)를 판매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퍼스트 무버라는 점에서 시장 장악을 기대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퍼스트 무버와 출시 기간 차이가 7개월로 유럽과 달리 미국 시장에서는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렌플렉시스 발매 발표와 함께 35% 저렴한 도매가(WAC) 카드를 꺼내 들었고, 셀트리온도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가 올해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인플렉트라 평균 판매가(ASP)를 렌플렉시스의 도매가와 같은 753.4달러로 책정했다며 맞섰다.
하지만 두 회사에 무엇보다 높은 허들은 오리지널 판매사인 J&J의 방어벽이다.
화이자의 실적 자료를 보면 인플렉트라는 지난해 4분기 400만 달러에서 시작해 올해 1분기 1700만 달러, 2분기 2300만 달러(한화 약 258억 6810만 원) 등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J&J의 미국 내 2분기 매출은 10억 6400만 달러(한화 약 1조 2000억 원), 상반기 총 매출은 22억 4600만 달러(한화 약 2조 5184억 원) 압도적이다.
J&J Dominic Caruso CFO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내 레미케이드 매출은 인플렉트라 출시로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질적으로 5% 감소에 그쳤다"면서 "바이오시밀러가 더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레미케이드는 여전히 J&J 대표 품목(top seller)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