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대증원 2000명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총선일이 밝으면서 선거 결과가 향후 사태 추이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다수의 여론조사가 야당인 민주당의 승리를 전망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에 따른 정국의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다.
"대통령이 직접 공표한 사안, 철회 어려울 것"
의료계는 정부가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의대증원 2000명을 포함한 의료개혁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설령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쉽사리 고집을 꺾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의대증원 2000명을 발표했던 2월 초만 하더라도 의대증원은 총선 득표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정부가 아무리 늦어도 총선 후에는 무리한 의대증원 규모를 조정하고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2000명은 최소한의 증원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총선을 이틀 앞둔 8일에도 대통령실은 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의대증원 1년 유예안을 내부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을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정원은 단순히 의료계만 연관된 게 아니라 입시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를 주무부처 장∙차관도 아니고 대통령이 직접 공표해버렸다”며 “의대증원으로 사교육 시장이 술렁이는 등 이미 전 국민이 영향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책을 되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그동안 윤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의대증원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선거 참패 '책임론' 불거지면 출구 전략 모색 가능성…국회가 중재 나서야 주장도
반면, 여당의 총선 참패 여부에 따라 정부의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에서 여당이 크게 질 경우 정부의 책임론이 불거지며 출구 전략이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의사회 관계자는 “민주당이 180~200석가량을 차지하면 여당이 정부 책임론을 꺼낼 수 있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짚는 과정에서 의대증원 문제도 원점 재검토가 가능하지 않겠나”며 “다만 여당이 선방하는 결과가 나오면 기고만장해지면서 더 강경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총선 결과에 따른 정국 예측의 차이와 별개로 현 사태가 이어질 경우 조만간 대학병원들의 도산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데는 의료계의 의견이 일치했다. 비교적 재정적 여유가 있는 서울 소재 빅5 병원 등과 달리 지방 사립대병원들은 벌써 휘청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은 대학병원들의 파국을 막기 위해 총선 후 국회가 나서서 정부와 의료계를 중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국회 관계자는 “자존심 문제도 있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정부가 후퇴하는 안을 내놓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재정난을 겪는 대학병원들을 위해 건보 재정을 계속 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의료계, 정부, 전문가, 환자 등이 모두 참여해서 사회적 대타협을 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