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최근 막을 내린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24)에서 다양한 기전의 지질 치료 후보물질이 긍정적인 탑라인 결과를 쏟아내며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Lp(a)는 간에서 만들어진다. 다른 유형의 콜레스테롤 입자와 달리 Lp(a) 수치는 80~90%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Lp(a) 입자의 구조는 동맥에 플라크 축적을 유발하며, 이는 심장 질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LDL 콜레스테롤과 기타 지질을 낮춰 심장병 위험을 줄이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음에도 Lp(a)를 낮추는 승인된 치료법은 아직 없다. 특히 Lp(a) 수치는 개인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식단이나 운동과 같은 생활 습관 변화는 효과가 없다.
이 가운데 사일런스 테라퓨틱스(Silence Therapeutics)의 짧은 간섭 RNA(siRNA) 젤라시린(zerlasiran)과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첫 경구용 Lp(a) 차단제인 무발라플린(muvalaplin)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동시 게재된 2상 임상시험에서 지단백(a)(Lp(a)) 수치를 크게 감소시켰다. 뉴암스테르담파마(NewAmsterdam Pharma)의 콜레스테롤 에스테르 전달 단백질(CTEP) 억제제 오비세트라핍(obicetrapib) 역시 긍정적인 3상 추가 결과를 통해 기존 약으로 치료가 어려운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 환자에서 LDL-C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킬 수 있음을 보였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발표내용을 바탕으로 각 후보물질에 대한 주요 데이터는 어떠했고,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는지 알아봤다.
젤라시린, 드물게 투여해도 안전성 문제 없이 장기간 Lp(a) 감소시켜
젤라시린은 Lp(a) 생성에 필요한 단백질의 유전자 생성을 차단하는 RNA 간섭 치료제다. 사일런스는 Lp(a) 수치가 125nmol/L 이상인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ASCVD) 환자를 대상으로 한 ALPACAR 2상 임상시험에서 젤라시린을 24주마다 450㎎씩 2회 투여(45명), 16주마다 300㎎씩 3회 투여(42명), 24주마다 300㎎씩 2회 투여(44명) 세 가지 용량으로 테스트했다.
그 결과 1차 평가변수인 기저치부터 36주까지의 시간 평균 Lp(a) 변화에서 수치를 80% 이상 감소시켰다. 최대 Lp(a) 감소율은 90%를 초과했고, 최초 약물 투여 후 60주 후인 최종 방문 시에도 Lp(a) 감소가 지속됐다. 60주 동안 LDL 콜레스테롤은 24~28% 줄었다. 드물게 투여해도 안전성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Cleveland Clinic) 스티븐 니센(Steven E. Nissen) 박사는 "Lp(a) 상승은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 전 세계 인구의 약 20%인 14억 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이환율과 사망률의 주요 원인이다"면서 "이는 주로 LPA 유전자에 의해 수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치료가 불가능했다. 가장 유망한 치료법은 젤라시린과 같은 siRNA 약물 치료를 통해 간에서 Lp(a)의 생성을 중단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RNA 간섭을 포함한 새로운 치료법은 Lp(a) 증가를 관리할 수 있는 매우 유망한 접근법이다. 현재 임상시험에서 이환율/사망률 감소가 입증되면 이러한 환자를 식별하고 치료하는 것이 공중보건의 중요한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사일런스 최고의학책임자(CM)인 커티스 람바란(Curtis Rambaran) 박사는 "2상 데이터는 젤라시린을 드물게 투여해도 장기간에 걸쳐 Lp(a)를 감소시킬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우리는 젤라시린이 고Lp(a) 환자를 위한 잠재적으로 유망한 새로운 치료제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발라플린, 경구제로는 처음으로 긍정적인 2상 결과 도출…우수한 Lp(a) 감소 확인
무발라플린은 아포지단백(a)(apo(a))와 아포지단백B(apoB) 사이의 초기 상호작용을 차단해 Lp(a) 형성을 억제하도록 설계된 1일 1회 경구 투여 후보물질이다. KRAKEN 2상 임상시험에서는 이전에 관상동맥 질환, 뇌졸중, 말초동맥 질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또는 제2형 당뇨병을 앓은 적이 있는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으로 Lp(a) 수치가 175nmol/L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참가자들에게는 12주 동안 매일 뮤발라플린 10㎎, 60㎎, 240㎎ 또는 위약을 투여했다.
연구 결과 무발라플린은 Lp(a) 수치를 유의하게 감소시켜 기저치부터 12주까지의 Lp(a) 백분율 변화라는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발라플린의 12주째 위약 조정된 Lp(a) 감소율은 기존 분석법으로는 최대 70%, 새로운 분석법으로는 최대 85.8%였다. 60㎎, 240㎎ 용량은 apoB 감소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안전성이나 내약성 문제 없이 산화된 인지질 수치를 최대 73%까지 감소시켰다.
호주 모나시대(Monash University) 스티븐 니콜슨(Stephen Nicholls) 박사는 "Lp(a)는 apo(a)와 apoB가 결합돼 생성되며 죽상경화성 질환 및 대동맥 협착증과 관련 있다. 현재 Lp(a)를 낮추기 위해 개발 중인 치료제 대부분 RNA 표적 주사제다"면서 "무발라플린은 apo(a)와 apoB의 결합을 막는 교란제로 Lp(a)를 낮추기 위해 개발된 최초의 경구용 약제다"고 말했다.
니콜슨 박사는 "기존의 분석법은 apo(a)를 측정하는 데, 이는 Lp(a) 생성을 감소시키는 주사제에 적합한 접근 방식이다. 무발라플린은 생성이 아닌 apo(a) 결합을 차단하기 때문에 평가 시 순환하는 Lp(a)를 직접 측정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면서 "새로운 분석법을 사용해 1상 데이터를 재평가한 결과, 기존 측정법에서 65%로 보고된 것과 달리 75~80% Lp(a) 감소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이번 임상시험에서 두 가지 접근 방식 모두에서 매우 우수한 Lp(a) 수치를 보였으며 주목할만한 부작용도 없었다. 더불어 Lp(a)에서 나타나는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인 산화 인지질이 73%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남은 큰 의문은 무발라플린으로 Lp(a)를 낮추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줄일 수 있을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릴리연구소 당뇨 및 대사 연구 그룹 부사장인 루스 기메노(Ruth Gimeno) 박사는 "현재 릴리의 레포디시란(lepodisiran) 프로그램에 대한 Lp(a)에 대한 주사제 접근법이 3상 개발 중이지만, 경구용 접근법에 대한 긍정적인 2상 데이터는 이번이 처음이다"면서 "무발라플린에 대한 다음 단계를 더욱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비세트라핍, LDL-C는 물론 Lp(a), 비 HDL-C, ApoB, HDL-C 등 추가 위험변수 개선
HeFH 환자의 상당수는 최대 내약성 스타틴 치료에도 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이를 유지하지 못한다. 오비세트라핍은 BROOKLYN 3상 임상시험에서 이미 최대 내약성 지질 저하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1년간 LDL-C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발표에 따르면 오비세트라핍은 84일 째 위약 대비 평균 LDL-C를 36.3%, 365일 째 41.5% 줄였다. 또한 apo B를 각각 24.4%와 25.8%, Lp(a)를 45.9%와 54.3% 감소시켰으며 HDL-C는 138.7%와 121.4% 증가시켰다. 활력 징후, 심전도 또는 기타 임상 실험실 검사에서 심각한 이상 반응이나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니콜슨 박사는 "CETP 계열은 원래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개발됐다"면서 "초기 연구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CETP 억제의 비결은 HDL-C를 높이는 것보다 LDL-C를 낮추는 데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오비세트라핍은 강력한 CETP 억제제로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환자의 절반 이상인 51%가 LDL-C 70mg/dL 미만, 77%가 LDL-C 100mg/dL 미만에 도달했다"면서 "HeFH에서는 1차 예방을 위해 100mg/dL 미만을 달성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발견이다"고 했다.
니콜슨 박사는 "환자 5명 중 거의 4명이 그 목표에 도달했고 2명 중 1명은 더 낮아졌다. 오비세트라핍이 Lp(a) 수치를 50% 이상 감소시키는 것 또한 새로운 발견이며 이 약제의 임상적 잠재력을 더할 수 있다"면서 "안전성과 내약성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초기 CETP 억제제 중 일부가 안전성과 관련해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뉴암스테르담 CEO인 마이클 데이비슨(Michael Davidson) 박사는 "BROOKLYN 임상시험의 추가 결과는 오비세트라핍이 LDL-C를 의미 있게 낮추는 동시에 Lp(a), 비 HDL-C, ApoB, HDL-C 등 추가적인 심혈관질환 위험 변수를 유의하게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더욱 강조한다"면서 "이러한 결과는 오비세트라핍이 승인되면 전 세계 심혈관질환 환자의 치료를 의미 있게 개선할 잠재력이 있다는 우리의 믿음을 강화시켜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