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제약바이오산업이 높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약바이오산업 인력 수요 역시 급증할 전망이다. 산업계 노력은 물론 정부가 나서서 전문인력 양성 부서를 만들고 AI 신약개발 등 융합형 인력 양성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연세대학교 정진현 교수·송두나 교수·장민정 교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지원팀 정현주 팀장·오수인 연구원은 최 '국내·외 제약바이오산업 전문인력 양성 동향'을 주제로 하는 보건산업브리프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최근 인구고령화, 만성질환, 코로나19 와 같은 새로운 질병의 증가에 따른 의약품 수요의 증가로 저성장을 보이는 세계 경제의 기조속에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2020년 기준 국내 의약품 생산액은 전년 대비 10.10% 증가한 24조5700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2011년부터 10년간 평균 성장률은 5.18%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국내 생산실적이 급속도로 증가해 2020년에는 54.9%의 성장률을 보였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생산액, 수출액, 수입액 모두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의약품 시장에서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산업 관련 인력 증가율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산업연구원의 2017년 바이오 인력 수급조사 및 양성방안 수립 연구에 따르면, 의약품 산업 전체의 산업기술 인력은 2026년까지 연평균 3.5%의 증가율로 타 산업 대비 높은 수준이었다.
인력 수요 증가와 함께 제약바이오산업의 육성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인력 공급을 강화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체계적 인력 양성을 위해 바이오헬스 인재양성 기본계획도 수립했다. 2차 종합계획에 포함된 제약바이오산업 인력양성 사업은 융합형 의사 과학자 양성사업, 인공지능 활용 신약개발 전문인력 양성, 바이오의약품 전문인력 양성, 한국형 나이버트 프로그램, 규제과학 인재 양성 등이 있다.
미국·스위스·아일랜드·싱가포르 등 제약강국들 인력 마련 고심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4조원대지만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1435조로 국내 시장의 60배가 넘는 매우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제약바이오산업을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간주하고 국가주력산업으로 다루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 역시 지역 혹은 정부의 주도에 의해 다양한 인력 육성 정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인프라 구축과 클러스터 형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제약시장은 2016년 이후 연평균 6~10%의 성장률을 보이며, 성숙기에 접어든 전통적인 제조업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계와 교육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은 각 지역과 대학별로 제약과학 교육, 규제관련 교육 코스의 운영, 규제기관인 FDA의 내부 인력 교육 과정의 외부 제공 등 다양한 제약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각 분야의 제약산업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스위스는 유럽 제약·바이오텍의 메카인 바젤의 바젤대(University of Basel)에서 개발한 유럽 최고권위의 제약과학 교육 프로그램(European Course in Pharmaceutical Medicine, ECPM)을 바탕으로 신약개발, 제약의학, 임상연구, 규제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과정이 있다.
아일랜드는 제약산업의 공정 혁신과 고급 제조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해 국가차원의 교육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국립 바이오공정기술연구소(Bioprocessing Technology Institute, BTI)라는 정부 출연 국가연구기관으로 만들어 바이오기업 취업희망자를 대상으로 기업수요 맞춤형 바이오공정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융복합 인력 양성 추진…정부 별도 바이오 인력 부서 또는 기관 필요"
연구팀은 "이전까지 신약개발(R&D), R&BD, 임상단계, CMC, 사업화, 해외진출 등의 인력만 필요했으나, 제약산업 발전에 따른 인력 수요 변화에 따라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 뿐만 아니라 관련 지식의 융합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디지털 융합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융복합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약산업계 전반에 디지털 경영이 도입되도록 디지털 융합 교육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제약업계 진입이 필요하다"면서 "R&D와 제품 개발 과정에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효율성 제고를 도모하기 위해 융합인력도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AI신약개발 과정 중 약물후보물질 디자인과 임상데이터 분석에는 교육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으나, 제조품질관리인 CMC 영역에서는 교육프로그램이 전무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디지털 가상세포 모델링 기술,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공정 최적화, 연속흐름 공정 플랫폼 등 제조품질관리 영역의 교육프로그램 마련을 제안했다.
또한 4차 산업 신직종에 대한 훈련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훈련과정 비용이 폭등하고 있는만큼 시장가격을 반영한 훈련비 현실화와 기술 진보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과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것을 언급했다. 직업교육·훈련 내용 역시 단순 기술교육·훈련에서 ICT융합, 하이테크교육·훈련으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제약기업도 종합제약기업에서 가치사슬 영역 중 특정 과정에 집중·전문화하고 R&D 생산성을 비롯한 효율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전문기업으로 다양해지는 트렌드를 반영, 선제적으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창업경영에 관한 교육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교육 주체-수요자 간의 협력 강화와 제도 개선, 교육 대상자의 다양화 등의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도 제약바이오 인력양성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중요한데, 이를 체계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 제약바이오 인력양성을 위한 지원사업을 통합관리·운영하는 부서 또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제약바이오산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지원사업과 이에 대한 통합적 관리가 필수기 때문이다. 별도 부서 또는 기관을 마련해 수많은 제약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관련 인력에 대한 교육기관 관리·효율성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인력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총괄적 분석을 통해 개선·보완하자는 의미다.
연구팀은 "세계적 제약사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면서 바이오제약 강국으로 떠오른 아일랜드와 싱가포르도 국가차원의 바이오클러스터 조성과 세제(稅制) 인센티브는 물론, 바이오제약 전문인력 양성에 대해 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어졌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 하에 기업 수요 맞춤형의 프로그램 개발과 실습기관·시설 확보가 필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