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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체계 규명'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브루스 보이틀러 교수와의 줌(Zoom) 회의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기사입력시간 21-03-12 06:16
최종업데이트 21-03-12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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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견한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의해 제정됐다. 노벨 재단은 각 분야의 노벨상 선정위원회가 1901년부터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고 발표하면서 온 세상의 여러 분야에 기여하고 있다. 필자는 위스콘신 맥아들 랩(McArdle Laboratory)에서 포닥 과정을 지낼 때 옆 방이 하워드 테민(Howard Temin) 박사 연구실이기에 자주 노벨 수상자를 스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한참이라 거리두기 때문에 외국에 나갈 수 없는 지난해 7월 8일, 201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부루스 보이틀러(Bruce Beutler, MD)교수와 '줌(Zoom)'을 통해 만나는 영광을 경험했다.

오전 8시에 예정된 회의라 필자는 긴장감을 가지고 사무실에 일찍 도착해 준비했다. '바이오디자이너스'라는 이름이 역할을 나타내듯, 바이오 벤처의 창업을 돕는 도우미 회사를 준비하는 이동호 박사와 오성수 대표의 초청이었다. 진료만 하던 의사, 연구만 하던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와 아이디어를 제품화, 상업화하기 위해 바이오벤처에 뛰어드는 사례가 많지만 대부분이 제품화·사업화까지 도달하는 데 난관에 부딪치기에 컴퍼니 빌더(builder)가 필요한 것이다. 줌을 통한 만남은 한국에서 필자 포함 4명, 미국에서 보이틀러 교수의 파트너인 캘리포니아 소재 모 벤처 CEO, 발표자인 텍사스의 보이틀러 교수와 같은 센터의 두 조교수 등 모두 8명이 참석했다. 줌 비대면 회의는 지구상 네 곳의 다른 공간과 세 가지 다른 시간대를 연결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위험천만한 세상에 살고 있다. 코로나19 덕분에 막힌 공간의 감염 위험성을 너무 잘 알게 됐다. 어느 공간이든 단 몇 시간 사이에도 수많은 미세 생명체들이 우리 몸에 들어왔다 다시 배출되기를 반복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몸은 '면역'이라 부르는 강력한 방어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병원성이 있는 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우리 몸에선 즉각 선천성 면역과 후천성 면역이 작동한다. 첫 번째 방어선은 세균의 침입을 막고 두 번째 방어선은 침입한 세균을 제거한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이 항체나 킬러 세포를 이용한 두 번째 방어선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가 미해결로 남게 된다. 바로 '항체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우리는 어떻게 감염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다. 항체 수준이 충분해지려면 넉넉잡아 몇 주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때까지 감염된 상처나 일반적인 감기로부터 이미 우리는 회복돼 있을지도 모른다. 선천 면역이라 불리는 면역 방어의 제1선에서 항체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에 박테리아를 인식해 이들이 활성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201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부루스 보이틀러(Bruce Beutler, MD)교수와 '줌(Zoom)'을 통해 만났던 장면. 

보이틀러 교수는 제1 방어선의 비밀을 풀기 위한 탐구에 돌입했다. 살모넬라 같은 박테리아가 어떻게 생명을 위협하는 패혈성 쇼크, 즉 패혈증을 유발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이종 쥐의 게놈을 비교한 결과 한 유전자가 쇼크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는데, 이 유전자가 포유류에서 톨(Toll) 유전자에 해당하는 부분임을 밝혔다. 이것이 세포 표면에서 센서로 작용하는 수용기를 암호화한다. 균체 성분이 이 수용기에 결합될 때 면역 체계가 활성화되고 항체 방어 메커니즘이 가동된다. 보이틀러 교수의 발견으로 제1 방어선의 탐지기의 비밀이 마침내 밝혀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선천 면역 체계의 감지기가 어떻게 작동해 감염원을 인식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작용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201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러한 발견과 병행해 같은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랠프 슈타인만(Ralph Steinman) 교수는 제2 방어선, 즉 적응 면역계의 활성화에 대해 연구했다. 40년 전 그는 수상돌기세포라 불리는 새로운 세포 유형을 찾아냈다.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그는 수상돌기세포가 각 기관들을 감시해 병원균을 찾아내고 항체와 면역 기억을 통해 제2 면역 방어선을 가동시킨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수상돌기세포는 보이틀러가 밝힌 톨(Toll) 수용기에 의해 활성화되는데, 이 메커니즘이 바로 제1, 2 방어선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선천 면역계와 적응 면역계의 두 방어선이 어떻게 상호 연결돼 감염에 대항해 우리 몸을 보호하는지 알려줬다. 오늘날 선천 면역의 감지기에 대한 지식은 백신과 치료 요법 개발에 활용되고 있고 수상돌기세포는 감염과 암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보이틀러와 슈타인만 교수의 발견이 면역학의 최대 수수께끼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 감염이나 암, 염증성 질환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새 희망을 일깨워줬다.

보이틀러 교수는 1980년대 뉴욕 록펠러대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던 때 마우스 종양괴사인자(TNF)가 면역반응에 중요한 것을 알아냈다. 1986년 텍사스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UTSW)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뒤 지질다당류(LPS) 수용체에 저항성이 있는 돌연변이, 자가면역 등 면역 전반을 연구하며 1998년에는 LPS의 유전자 분석까지 마쳤다. 2000년 라호야의 스크립스 연구소로 옮겨 세계에서 가장 큰 마우스 유전자 변형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11년 9월 UTSW로 돌아와 '숙주방어유전학센터(The Center for the Genetics of Host Defense)' 소장으로 일한다.

인간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인간 상동 유전자가 결손 혹은 변형된 모델생물의 생체 변화, 즉 생물학적 특성 변화, 표현형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1970년대 유전자 재조합기술의 개발이후 유전자변형마우스(Genetically Engineered Mouse) 모델의 제작이 가능해져 다양한 질환모델동물의 제작이 가능하다. 마우스를 이용해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내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정방향 유전학(forward genetics)은 표현형을 가지고 시작해서 책임지는 유전자를 확인하는 반면, 역유전학(reverse genetics)은 알고 있는 유전자에서 시작해 그것을 파괴했을 때 그 결과로 생기는 표현형을 통해 효과를 분석하는 것이다. 정방향과 역방향 유전학 검사법 모두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내는 것이다. 보이틀러 교수는 정방향 유전학 기법을 사용해 TLR의 기작을 연구했다.

UTSW 숙주방어유전학센터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강력한 독성 물질이자 생식세포에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N-ethyl-N-nitrosourea(ENU)를 이용한 무작위 돌연변이 생성법(random mutagenesis)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ENU의 에틸 그룹(ethyl group)은 DNA의 산소원자 또는 질소원자와 결합해 DNA 부가 생성물을 생산하고 DNA 수선(repair)이 이뤄지지 않게 하며, 새로운 염기쌍으로 치환돼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을 일으키고, 체세포뿐 아니라 특히 수컷 마우스의 정원 세포에 작용해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를 유발시켜 다양한 돌연변이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ENU를 통한 유전자기능 연구는 다양한 돌연변이라인들을 구축하기 위해 방대한 사육시설과 표현형 분석 플랫폼 그리고 인력이 필요하지만 특정 질환에 대해 새로운 유전자를 밝히고 그 기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돌연변이를 일으킨 집단에서 관심이 있는 표현형을 가진 개체를 식별하고 선별해 내는 것이 표현형 스크린(phenotypic screen)이다. 보이틀러 교수는 생물학적 과정의 각 단계를 더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표현형을 만드는 유전자 분석 기술을 개발해 1200개의 돌연변이 표현형에 대한 원인도 찾아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마우스에서 표현형 변이(Phenotypic variation) 연구로 질병을 완화시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고 이 유전자가 만드는 미지의 단백질로 다양한 신약까지 개발해 의료의 질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이 그의 연구목표다. 보이틀러 교수가 관심있는 질병은 면역 시스템과 대사 그리고 뇌질환이다.

어느 줌 회의나 마찬가지로 처음 만난 참석자들이 먼저 간단히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크게 3가지 주제로 진행했다. 먼저 보이틀러 교수가 전체적인 마우스 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이어 조교수들이 각기 자신의 과제인 LRP10과 'limb region 1–like gene(Lmbr1l)'에 대해 발표했다. Lmbr1l은 림프구의 생성과 조절에 관계되는 'Wnt/β-catenin' 경로를 조절하는 유전자다. 기초연구는 매우 흥미롭지만 저분자화합물이나 항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그러나 LRP10 과제는 항체를 만들면 아주 흥미로운 항암제 가능성이 분명하게 보였다.

바이오디자이너스는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디어·기술 찾기에 돌입했다. 노벨상 수상자와의 줌 회의가 불과 10개월 남짓 지난 현 시점에서 그와 함께 대형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해외에서 연구 플랫폼 기술을 국내에 들여와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면서 사업화에 나선 경험은 몇 번 시도됐다. 해외에서 오는 여러 과제 중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와 공동 창업이란 것이 눈에 띈다. 노벨상 수상자의 깊은 과학적인 지식과 경험을 대한민국에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약으로 인큐베이션하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오는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제품화할 수는 없다. 기술-인력-자본이 함께 틀을 맞춰야 한다. 이런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 바이오벤처들이 성공해야 궁극적으로 국내 바이오산업 기반도 튼튼해질 수 있기에 기대가 크다. 필자에게도 이렇게 좋은 외국 기술을 선별하는 감별사 노릇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더 오기를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