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2일 내놓은 협상안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논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고 사직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오히려 우려가 더 큰 분위기다.
이에 더해 정부도 의대정원 규모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확인하며 서울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의결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협상 당사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중재안이 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 배우경 언론대응팀장(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서울의대 교수들이 가장 먼저 사직서 제출을 공식화하게 된 이유와 일부 질타가 있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중재안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싶다고 했다.
"미약하더라도 누군가는 계속 돌을 던져야 파도도 일어나고 변화가 생길 수 있지 않겠어요?"
배우경 언론대응팀장은 이미 진료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지켜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교수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고민하고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배 팀장은 "개인적으로 (서울의대 교수협이 낸) 협상 중재안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이해한다. 사실 정부가 협상안을 받지 않으면 중재안은 큰 의미가 없다. 결론적으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도 협상안에 동의를 안하는데 어느 전공의들이 받아들이겠느냐"고 입을 뗐다.
그는 "여러 교수협의회가 수 차례 성명도 내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2000명 증원에서 1명도 줄일 수 없다는 일관된 입장이다. 핵심은 그대로 두고 소아과 전공의에게 '월 100만원 줄테니 빨리 들어오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니 전공의들이 더 비관적으로 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8일 데드라인으로 교수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을 의결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교수들도 이젠 움직여야 한다. 이젠 어떤 식으로든 교수들이 움직임이 있어야 상황이 변한다. 교수들이 움직여야 그나마 협상 동력이 생긴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미 교수들도 많이 번아웃됐고 진료 축소 등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전공의들도 이런 강대강 대치가 길어지면 사태가 해결돼도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그러나 현재 전공의가 통째로 빠져나가면 대학병원은 유지되기 힘들다. 어떻게든 행동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교수들이 중재자를 자처하는 데도 정부는 대표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아마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재안 중 시민단체를 협상단에 포함시키자는 내용에 대해서도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다자가 참여하는 협상테이블이 유지돼야 이번과 같은 의료대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경 팀장은 "누군가는 계속 돌을 던져야 파도도 일고 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평생 갈 것도 아니고 향후 의료체계가 원래대로 돌아가면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는 협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시민단체도) 언급됐다"라며 "많은 대화 상대가 참여하는 협의체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똑같은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두가 눈치만 보고 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던진 것이다. 성명서를 내고 사직을 발표하고 중재안까지 냈다. 쓸 수 있는 모든 수는 다 써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지금은 교수가 떠나지 않아도 진료 유지가 힘든 상황이다. 점점 다들 지쳐간다. 18일이 지나면 최후의 보루이긴 하지만 응급실과 중환자실 진료도 점차 유지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11일 오후 5시 긴급총회를 통해 '18일까지 정부가 사태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