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드디어 정부여당이 의료계와 극한의 '강대강' 대치 상황을 벗어나려는 신호탄을 쐈다. 40%를 바라봤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34%까지 추락하면서 총선을 목전에 두고 위기관리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구원투수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맡았다. 한 위원장은 24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여러모로 큰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문제에 대해선 '일말의 협상 여지가 없다'고 일축하던 정부가 입장을 대폭 완화해 '대화 협의체를 구성하고 중재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체적인 첫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정부의 사직한 전공의들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 앞서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26일부터 면허정지 처분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면허 정지 처분에 대해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정부가 '강경대치 모드'를 풀고 본격적으로 '화해 모드'로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중재자 자처한 한동훈 위원장 빅5병원 현장 방문까지?
25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동훈 위원장이 의대교수 단체인 전의교협을 24일 만난 이유는 25일 교수 집단 사직서 제출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전공의 사직 사태가 한 달여를 넘어가면서 국민적인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교수 사직까지 더해지면 의료대란은 물론 정부여당에 대한 책임론이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한 위원장은 전의교협 간담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주부터 빅5병원 등 대형병원 중심으로 현장 방문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한동훈 위원장이 빅5병원 순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 위원장이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는 의정 국면을 타개하는 중재자로서 역할을 작정하고 수행하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2주 남은 총선 대비 전략으로 한동훈 위원장을 띄워주기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여당 측에 힘을 실어 막판 지지율 잡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등판하자마자 정부와 의료계가 실제로 협상을 준비하고 중재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의 활약이 부각될수록 여당 차원에선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5일 교수 사직서 제출되면 책임론 부각…총선 전까지 대화 요청 나설 듯
정부여당은 전의교협 이외에 대한의사협회에도 만남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의협 비대위 측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의협회장 선출 이후 총선 직전까지 정부여당은 더욱 적극적으로 의료계에 대화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도 '의대 증원 전면 철회' 등의 조건 없이는 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전공의들은 의료계와 정부가 대화의 물꼬를 튼 것으로 보이게 만든 전의교협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대전성모병원 전공의를 사직한 류옥하다 씨는 "보건복지부는 이미 '전공의 처우개선 토론회'에 전공의를 부르지 않는 황당한 태도를 보였다. 노비와 같은 전공의들과의 대화는 거부한 채 마름이나 지주와 머리를 맞대는 것에 황당함을 느낀다"며 "이미 대통령은 '증원 2000명은 필수이며, 타협은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한 설명 없이 대화하자는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의교협은 전공의나 의료계를 대변하지 못한다. 전의교협이 대화하겠다는 것은 마치 자동차 노조가 사직을 했는데, 사측 대표이사를 만난 것과 같다. 결단코 어느 전공의도 교수들에게 중재를 요청하거나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의교협은 25일 오전 10시 한동훈 위원장과의 간담회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