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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목동병원 부실수사 심각...이대로라면 손씻기 캠페인이 재발방지 대책”

    이성희 변호사, 대전협 안치현 회장,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등 진상규명과 구속 철회 촉구

    그러나 유가족 관계자 항의로 브리핑 중단..."의료사고가 아니라 살해 당했다"

    기사입력시간 2018-04-03 13:04
    최종업데이트 2018-04-05 23:41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4명이 3일 오전 10시부터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주치의 조모교수와 이성희 변호사, 임현택 회장, 안치현 회장, 최대집 당선인 등이 동행했다.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사건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야 한다. 만약 경찰이 의료진 4명에게 청구한 구속 영장대로 수사를 종결한다면 재발 방지 대책은 의료진들의 손 씻기 캠페인에 불과하다. 유가족을 위해서라도 이대로 사건을 덮어선 안 된다. 의료계의 세월호와 같은 부실수사로 끝나는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사건과 관련해 주치의 조모씨 변호인 이성희 변호사는 3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4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된 직후에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영장실질심사는 검사가 판사에게 구속영장 발부를 청구했을 때 판사가 피의자를 심문해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보통의 절차에 따르면 오늘 오후쯤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30명에 가까운 취재진이 몰렸다. 

    사건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가려져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30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대목동병원 담당 교수 2명과 수간호사, 간호사 등 책임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사건의 원인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다. 경찰은 간호사가 지질영양주사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위생 관리 지침을 위반해 균 오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의료진 4명에 대해 신생아중환자실 전체 감염과 위생 관리를 지도·감독할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었다. 

    임현택 회장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정부가 제대로 사건의 실체를 밝힐지 기다려왔다”라며 “하지만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지만, 구속 원인에 대한 분명한 소명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임 회장은 “경찰청, 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정부기관은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지질영양주사제는 수액세트와 쓰리웨이라는 준비장치, 주사기 등을 통해 신생아에게 공급된다. 이성희 변호사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라면을 먹었다거나 싱크대가 있다는 것은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라며 ”구속 영장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청구됐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이나 간호사의 과실 문제가 아니다”라며 “만일 의료진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로 끝난다면 정확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액줄 오염 등 다양한 원인에 대한 문제제기 

    특히 이날 수액줄 오염이라는 또 다른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성희 변호사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간호사가 주사제 준비장치인 쓰리웨이 시린지(혈관접속용 장치와 약물 투여장치)에 두 개의 주사제를 꼽았다”라며 “이 주사를 맞고 쌍둥이 중 한 아이는 사망했고 다른 아이는 사망하지 않았다. 사망하지 않은 아이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감염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수액줄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만약 수액줄에 바퀴벌레가 들어갔다면 수액줄에서 균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병원의 근본적인 감염관리 책임은 의료기관 인증평가원,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기관에 있다”라며 “질병관리본부는 의료진에게 감염관리의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정확한 역학조사 결과부터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택 회장은 “국내에 유통되는 수액줄이 2억개에 이른다”라며 “이 제품은 보험수가가 적용되지 않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일대의 저렴한 곳에서 들어온다”라며 부실 관리의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다양한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만큼 부실수사가 아닌 과학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이번 수사는 과학적 수사가 아니라 의료진에게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는 복지부의 공문 한장으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진술로만 조사를 하다 보니 조사에 한계가 있다. 역학조사 결과의 원문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한다면 법적 수사를 강화해야 한다”라며 “질본 등은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조사결과를 숨기지 말고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에 둘러싸여 (왼쪽부터) 안치현 회장, 임현택 회장, 이성희 변호사 등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증거 인멸이나 도주 위험 없어 구속 수사는 부당 

    의료진 4명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부당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변호사는 “영장 청구는 보통 수사를 목적으로 한다. 수사를 종결하는 마당에 왜 영장을 청구하는가”라며 “수사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특히 “경찰은 병원과 자택 등 압수수색을 했고 환자 차트, CCTV 등 모든 것을 챙겼다“라며 ”증거인멸의 우려는 없다. 주치의 조모 씨는 항암 치료를 받는 등 의료진의 도주 우려도 없다“고 밝혔다.  

    전공의는 이번 구속 수사 대상에서 빠졌지만 지도·감독 책임 혐의는 인정된 상태다. 대전협 안치현 회장은 “전공의들은 이번 사건을 전공의 한 사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환자실 사고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어 그저 ‘의사니까’ 혹은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니까’라는 식으로 수사가 이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회장은 “사고의 명확한 원인과 책임을 가려내지 않는 수사가 이뤄지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라며 “의료진은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고, 미래의 환자들은 같은 위험에 계속 노출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제40대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당선인도 구속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열었다. 최 당선인은 "이대목동병원 교수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죄형법정주의 대원칙과 법률명확성의 원칙을 무시한 처사"라며 "의료진에 대한 마녀사냥을 당장 멈출 것"을 촉구했다.

    최 당선인은 “선의에 기반한 의료행위를 구속으로 책임 전가하려는 검찰과 경찰을 강력 규탄한다"라며 "대한민국 의사와 의료를 말살하는 행위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유가족 관계자가 브리핑 장면을 목격하고 화를 내면서 브리핑이 중단됐다. 유가족 관계자는 “우리 아이들은 제대로 심폐소생술(CPR)도 못 받고 갔다”라며 “진실을 밝힌 후에 이야기하라. 아무도 진실을 알지 못한다”고 소리쳤다. 그는 “아이들은 병원의 의료진이 없는 상태에서 죽었다”라며 “의료사고가 아니라 살해 당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