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30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입건 조사 중이던 7명의 의료진 중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 담당교수 2명과 수간호사 1명, 간호사 1명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의료진에게 주사제를 오염시키는 잘못된 관행을 묵인 ·방치해 지도·감독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重)하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던 교수 1명과 전공의 1년차, 간호사 등 3명에 대한 혐의는 인정되지만, 감염 관리 소홀에 따른 구속 수사까지는 불필요하다며 대상에서 제외됐다.
의료계 모든 직역은 의료진 4명에 대한 구속 철회 운동에 동참했다. 구속영장 청구 이후 이날까지 구속영장을 기각하라는 입장문을 낸 단체는 의협회장 최대집 당선인 인수위원회, 한국여자의사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사립대의료원협의회와 대한사립대병원협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대한신생아의학회와 대한중환자의학회, 바른의료연구소, 이대목동병원 대책위원회 간호사들 등이다.
우선 최대집 의협회장 당선인과 한국여자의사회 김봉옥 회장은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최대집 당선인 인수위는 “경찰은 의료인의 주의 의무 위반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고 있다”라며 “이는 죄형법정주의 대원칙과 법률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구속 수사의 부당함을 밝혔다. 인수위는 “이 사건의 영장이 발부되면 의료현장에선 주의 의무를 회피하려는 노력이 늘어날 수 있다”라며 “정작 중요한 환자의 생명권 보호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위는 “교수진에게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 추후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더라도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라며 "해당 교수진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 현재 담당 교수의 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밝혔다.
여자의사회는 앞서 불구속 수사를 위한 탄원서 1만5000여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여자의사회는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4명은 보건당국과 경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했고, 사건 이후에도 평소처럼 생명을 살리는 교육, 진료, 간호 활동 등을 충실히 해왔다”라며 “모든 자료는 경찰에 제출돼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전공의협의회는 "구속영장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 없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어야 한다. 또한 도망치거나 도망의 염려가 있는 때에 피의자를 구속 수사하지만, 현재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식의 수사는 명확한 감염경로를 밝혀내고 진짜 책임자를 가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며 "경찰은 강압적으로 의료진을 수사한 것으로 모자라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으로 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했다.
병협은 “이미 해당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고, 이번 사태로 인해 제도적 문제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구속영장 신청은 의료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과 다름 없다”고 밝혔다.
사립대의료원협의회와 사립대학병원협회는 공동으로 “의료진에 대한 구속은 다수의 중환자를 매일같이 치료해야 하는 수많은 의료진들의 ‘소명의식’을 거두고 생명을 구한다는 자부심마저 위축시키는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구속영장 적부심 절차에서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라며 “보건당국은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재발 방지 대책 및 지원 방안 수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대한민국 형사소송법과 형법에서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라며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 인멸,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 구속의 사유가 된다”라고 했다. 이어 “유죄 판결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해외 사례를 보면 의료진 처벌 보다 재발 방지에 나서고 있다"며 “근본적인 감염관리의 책임은 보건복지부 등 정부기관에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해당 의료진을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처벌한다면 현재도 열악한 신생아중환자실의 치료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이런 사건이 빈발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대목동병원 대책위원회 간호사들은 오전 10시부터 서울남부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또한 이날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입장문을 준비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문제의 본질은 덮어둔 채 진행되는 경찰의 꼬리자르기식 수사과정은 간호사들을 안타깝게 한다”라며 신생아중환자실의 감염관리 책임은 이대목동병원에 있고, 그 이대목동병원을 관리해야 하는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있다”고 했다. 이어 “대목동병원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