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위드코로나는 가야하는 길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은 위드코로나의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되고 있고, 전환 과정에서 감당해야 할 위험은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
11월부터 시작하는 코로나19와의 공존이 불과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장기화된 팬데믹에 지쳐있던 국민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김탁 교수는 "위드코로나는 모두가 위험을 나눠지는 일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더 잦아질 원내감염 용인할 수 있어야...1·2차 의료기관도 코로나 진료
위드 코로나는 사람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함께 살아가는 상태를 말한다. 현재처럼 확진자 수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중증 환자가 입원하더라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대응체계의 방향을 바꾼다.
먼저 김 교수는 위드코로나로 전환시 의료기관 내 유행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료기관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에는 코호트 격리, 시설 폐쇄 등 강도 높은 조치가 이뤄진다. 위드코로나에선 원내 감염이 더욱 잦아질 수 밖에 없는데 현행 수준의 대응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김 교수는 “위드코로나로 지역사회에서 방역조치 완화를 결정했다면 마찬가지로 원내 유행시 대응 수준도 낮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위드코로나가 초래할 부담이 그대로 의료기관에 전가된다”고 우려했다.
장기적으로는 의료체계의 정상화를 위해 중소병원, 의원급 의료기관들도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하지만 확진자 발생시 시설 폐쇄 등 지금과 같은 강도 높은 대응을 유지해야 한다면 중소규모 병원들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어느 정도는 원내 감염을 용인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국민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강력한 무기 '백신'...접종 거부자는 치료비 본인부담금 면제 제외 제안
전문가들은 위드코로나로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백신 접종을 꼽는다. 접종률이 충분히 높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방역조치 완화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 기회가 있었음에도 백신을 맞지 않은 미접종자는 500만명이 넘는다. 미접종자들 사이에서 유행이 지속될 경우 위드코로나에서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도 미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재차 접종 예약을 받는 등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혔다. 하지만 미접종자들의 예약 신청률은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김 교수는 “위드코로나로의 진입을 앞둔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결국 ‘백신’”이라며 “접종거부자들의 경우 선택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백신 접종자들만 다중이용시설 및 행사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백신패스 도입을 계획하고 있지만 개인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감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김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접종 거부자에 대해선 코로나19 감염시 치료비에서 본인부담금 면제를 해주지 않는 페널티를 줄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보건의료체계에 부담을 주는 것은 접종거부자들인데 그 부담을 접종자들도 동일하게 감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백신접종은 물론 개인의 선택 문제지만 민주주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제안 취지를 밝혔다.
실제 미국의 일부 기업, 병원들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직원들을 해고하는 극약 처방까지 내리고 있다.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김 교수는 이 같은 제도가 불가피하게 접종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의학적 이유 등으로 백신 접종 의향이 있음에도 맞지 못하는 미접종자들이 있을 것”이라며 “접종거부자들을 별도로 분류하는 등 불가피한 미접종자들을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