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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기본법 분석: 환자단체우대법을 환자기본법이라고 제정한 국회

    [칼럼] 조병욱 닥터썰전 논설위원

    기사입력시간 2026-04-07 08:33
    최종업데이트 2026-04-07 08:33


     
    [메디게이트뉴스] 3월 31일 국회 본회의의 의결을 통해 김윤 의원이 발의한 환자기본법이 통과됐습니다. 이제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승인하면 15일 이내 공포가 되고 1년 뒤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법안은 국회에서도 기존에 산재돼 있는 환자안전법, 소비자보호법, 보건의료기본법 등 여러 법안에 보장돼 있는 환자에 대한 기본적 권리나 의료환경에서의 안전에 대한 보장과 관련하여 중복적인 성격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국회 공청회에서의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의 발언에 따르면, 현재의 환자단체의 의료정책 참여는 시민단체 몫의 하나로 자리를 받게 돼 있습니다. 이는 위원회 내에서 직접적인 역할이 아닌 제3자의 지위로 참여하는 것이고 각종 위원회나 정책 참여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기 때문에 이 법안을 통해 환자단체의 지위를 보건의료정책과 관련 위원회에서 반드시 배석이 되어야 하는 지위를 규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환자기본법의 제정으로 인해 기존의 환자안전법은 폐지됩니다. 이 글에서는 이 환자기본법과 기존의 환자안전법의 차이를 확인해 보고, 환자기본법이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환자기본법에 추가된 내용

    1) 환자의 권리와 의무 (제2장 제4조, 제5조) 
      
    그동안 의료기관에서 임의적으로 작성하여 게시해 두고 있었던 환자의 권리와 의무를 법조문으로 규정해 나열해 뒀습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일괄적으로 변경해 게시해 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8항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보건의료기관 또는 거주지에서 안전하게 치료받을 권리'가 있는데, 지방의 환자는 거주지와 관련없이 자유롭게 지역을 벗어나 서울지역 빅5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를 가지는데, 거주지에서 치료받을 권리를 적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지역의료의 중요성을 정부나 환자단체에서는 이야기하지만 정작 개개인의 영역에서는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 전혀 법을 제정하는 단계에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가출을 밥 먹듯이 하면서 집에 자유롭게 기거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2) 환자정책 기본계획 (제3장 제8조, 제9조, 제10조)

    환자안전법에 존재하던 '환자안전종합계획'을 이름을 바꿔 '환자정책 기본계획'으로 하고 이를 5개년 마다 수립, 시행 정책으로 명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환자정책위원회'를 신설하는데 이것이 이 법안의 핵심 사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환자의 건강 및 권리 증진과 관련한 정책을 환자정책이라고 하고 이를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는 의료정책이 아닌 복지정책이라고 모아야 할 것인데, '환자'라는 개념으로 의료에 개입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제8조 3항의 '기본계획은 제14조에 따른 환자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기본계획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는 위원회의 심의 권한이 대통령령 개정 권한보다 위에 놓여있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환자정책위원회가 환자정책의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조문입니다.
     
    3) 환자정책위원회 (제3장 제14조 부터 제17조)
      
    이 위원회에 위원으로 위촉이 가능한 조건에 제19조에 규정되는 '등록된 환자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위원회의 배석할 수 있는 위원의 몫을 등록된 환자단체에서 지정할 수 있는 것으로 서두에 설명한 안기종 대표가 원했던 환자단체의 정책결정과정에 의무배석이 이뤄진 것입니다.
     
    4) 환자단체 (제4장 제18조부터 20조)

    그동안 시민단체나 임의단체로 활동해오던 환자단체가 보건복지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여 활동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원래 최초 발의된 조문에는 등록된 환자단체에 대한 재정 지원이나 시설 등에 대한 보조 등이 직접 명시돼 있었지만, 법사위를 지나면서 모두 삭제됐습니다.
      
    하지만 이들 환자단체가 정부 및 지자체 등록 비영리민간단체가 되기 때문에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라 예산 및 시설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법령상에 규정된 등록에 필요한 사항에 충족되지 못하는 환자단체들의 경우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큰 규모의 환자단체에 종속되는 형태로 단체들이 개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소규모 단체들이 규합하는 형태로 조직이 이루어질 경우 그 단체의 성격은 매우 변질되어 운영될 우려가 있습니다.
     
    5) 환자안전 관련 내용개정 (제5장)
      
    기존의 환자안전법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환자안전사고의 조사 (제31조) 가 추가 신설됐습니다만, 이는 기존에도 있었던 환자안전사고 발생시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에 대한 근거조문을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환자안전 관련 세부조항 관련 법령이 대통령령으로 규정되어 있던 것들을 모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변경됐습니다. 이것이 조금 의아했는데 여기에는 숨어있는 함정이 있다고 보입니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임의단체로서 활동해오던 환자단체, 그리고 안기종 대표의 발언에서 알 수 있었던 그 의도가 그대로 환자기본법에 반영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법안의 끝에 더 큰 문제가 숨어 있었습니다.

    바로 ‘제6장 보칙’ 입니다.
     
    2. 환자단체가 위탁받는 환자정책 관련업무
     
    제6장 보칙 제36조(위임,위탁) 
    2. 이 법에 따른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 도지사의 업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일부를 환자정책 관련 전문기관, 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
    3.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제2항에 따라 위탁을 받은 기관, 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정책에 개입하고 실현시키는 단체가 그 정책을 수행하는 사업을 직접 국가로부터 재정을 받아가며 수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환자라는 걸 빼고 소비자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소비자 단체가 시장 질서를 정하는 정책을 만들고 그걸 유지 관리하는 사업을 하면서 돈을 받고 수익을 얻는 것입니다.

    유지 관리하는 사업은 판매자들을 관리 감독하고 처벌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보건복지부장관이 환자단체에 업무를 위탁하게 되면 보건복지부령에 의해 적용되는 조항들은 사업 진행에 따라 개정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단체 입장에서 어느 조항이 위탁사업을 수행할 때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손쉽게 개정을 해주는 것입니다. 직접 수행하던 사업이 아니니 굳이 깊이 들여다보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자단체를 위한 조문들을 있지만, 정작 환자 개개인을 위한 법은 아닙니다.

    신설된 법 조문들을 보면 대부분 환자단체를 위한 내용들이 있을 뿐, 환자 개개인에 대한 안전이나 권리 보장에 대한 부분은 보이지 않습니다. 환자기본법은 환자단체를 우대하기 위한 법일 뿐, 환자 개개인에 대한 내용은 과거 환자안전법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을 뿐입니다. 환자단체가 우대를 받는다고 해서 환자들의 권리나 안전이 향상되지는 않습니다.

    안기종 대표가 내세우는 환자단체 역할론은 환자와 의사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할 뿐입니다.

    이제 1년뒤 이 법은 시행됩니다. 

    대한민국의 의료는 어디로 갈까요?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