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검사 DTC 인증제의 의미와 전망
①"검증된 기업만 유전자검사 항목 확대…기업들은 더 많은 근거를 쌓아야"
②여전한 DTC 유전자검사 우려…“검사 타당성조차 장담 못해”
③기대반 우려반 업계측 "해석 다르다고 검사결과 부정확한것 아냐"
①"검증된 기업만 유전자검사 항목 확대…기업들은 더 많은 근거를 쌓아야"
②여전한 DTC 유전자검사 우려…“검사 타당성조차 장담 못해”
③기대반 우려반 업계측 "해석 다르다고 검사결과 부정확한것 아냐"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검사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건강보험심사심평원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승인 없이 비의료기관에서 검사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의 의학적 타당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비판의 주요 골자다. 특히 DTC 검사가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기존 의료기관과의 역차별 문제까지 도래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국내 건강보험제도 자체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종원 교수는 최근 의료정책연구소 계간의료정책포럼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유전자 검사, 소비자 직접 유전자 검사와 환자 건강' 보고서를 발표했다.
DTC 유전자검사 확대 위한 정부 움직임
앞서 지난해 2월 산업자원통상부는 제1차 산업융합 규제특례 심의회를 개최하고 기업들이 신청한 실증특례와 임시허가 총 4건을 심의·의결했다.
또한 같은 달 12일에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규제샌드박스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는 비의료기관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검사를 의뢰받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번 규제샌드박스 내용에 포함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비의료기관에서 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등 기본적인 건강정보에만 검사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비의료기관이 14개 질병(관상동맥질환, 심방세동, 고혈압, 2형당뇨병, 뇌졸중, 골관절염, 전립선암, 대장암, 위암, 폐암, 간암, 황반변성, 파킨슨병)에 대해서도 2년간 임시허가 방식으로 DTC 유전자분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와 별개로 보건복지부는 DTC 유전자 검사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을 진행, 57개 항목에 대해 연구사업을 진행해 DTC 검사 확대를 발표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자 의료계 및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해 12월 복지부가 서울 중구 글로벌 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주최한 공개토론회에서 김경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유전자전문위원(가정의학 전문의)은 "같은 항목에 대해 해석이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유전자 검사의 한계가 노출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서를 통해 “의학적으로 검증 되지 않은 DTC 유전자검사의 오남용으로 국민의 건강에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며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생명윤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인력·시설 규제 없어 타당성 없다”…복지부 “의견 수렴 후 1월 내 2차 시범사업 가닥”
같은 맥락선상에서 김종원 교수가 가장 큰 우려를 나타낸 부분도 검사의 타당성 부분이다. 의료기관과 달리 시설, 인력, 장비에 대한 법률적 규제가 없다보니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실시한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한 사람이 12개 기관에 동시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결과, 55개 유전자 항목 중 결과해석 일치율은 75% 미만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광범위한 검사를 수행할 수 있게 된 비의료기관은 시설, 인력, 장비에 대해 더 강력한 규율을 받아야 하나 상식과 정반대로 법률적 규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심지어는 필수적으로 받도록 규정돼 있는 검사 정확도 평가에 대해서도 이를 거부할 경우 평가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의료기관은 현재 인력의 전문성, 장비의 타당성 등 모든 것을 무시하고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검사의 타당성이 부족하더라도 얼마든지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비의료기관의 DTC 유전자 검사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로 간암 예측 검사를 꼽았다. 간암 발생 가능성의 경우, 유전자 예측보다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여부나 항체 보유 여부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DTC검사만으로는 가능성을 예측하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즉 애초부터 달성 불가능한 검사임에도 비의료기관들이 이를 DTC를 통해 하겠다고 나서고 산자부 또한 이를 허용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견해다.
김 교수는 "간암의 경우 건강한 사람에서 간암 발생을 예측하는 유전자검사 방법론이나 결과가 발표된 연구를 찾아볼 수 없다"며 "바이러스성 간염 여부나 항체 검사 없이 유전자 검사만으로 간암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정부에서는 이를 허용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현 제도상의 문제와 급격히 발전하는 의료 패러다임을 감안하면 제도, 법률적으로 DTC 검사의 확대는 의료기관과의 역차별 문제를 초래할 수 있고 결국 소비자나 사회, 의료보험 및 의료기관 모두에게 혼란과 부담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복지부는 지난해 진행됐던 1차 시범사업 결과, 제기됐던 다양한 의견을 종합, 검토해 올해 2차 시범사업에 반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이번 달 내로 시범사업의 방향성 등 구체적인 운영지침이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기됐던 다양한 의견들을 충분히 수렴할 계획이다. 현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주장하고 있는 견해들을 수렴하고 이를 내부 조율 중에 있다"라며 “1월 말에는 올해로 계획 중인 DTC 유전자검사 서비스 인증제 제2차 시범사업에 대한 대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