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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막는 ‘수면 중 뇌 세척’ 실시간 측정 기술 개발

    근적외선 분광기법 통해 아교임파계 비침습적 관찰 성공…치매 조기평가 및 치료기술 개발 확장 가능성

    기사입력시간 2025-07-24 07:44
    최종업데이트 2025-07-24 07:44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배현민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내 의료진이 치매를 유발하는 뇌 속 노폐물이 자는 동안 효과적으로 배출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배현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수면 중 뇌 노폐물 배출 시스템 ‘아교 임파계(Glymphatic System)’의 활동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근적외선 분광기법 기반의 비침습적 검사법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사람이 잠에 들면 뇌를 감싸고 있는 뇌척수액이 혈관 주위 공간을 따라 뇌 깊숙이 스며들어 노폐물을 씻어내고, 뇌수막 임파계나 경부 임파절을 통해 배출된다. 이렇게 수면 중 뇌 척수액이 뇌 안으로 들어가 뇌 조직을 세척하고 빠져나오는 시스템을 ‘아교임파계’라고 한다. 이를 통해 청소되는 대표적 노폐물은 아밀로이드 베타다. 뇌에 장기간 축적될 경우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체에서 아교임파계가 수면 중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시간 비침습적으로 관찰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MRI는 뇌 척수강 내 조영제를 투여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7~8시간에 이르는 전체 수면 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시행할 수 없으며, 결과 정량화도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무선 근적외선 분광기.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수분 변화에 민감한 ‘무선 근적외선 분광기’를 활용해 뇌 내 체액 흐름을 실시간 측정하는 방식이다. 건강한 성인 41명을 대상으로 해당 장비를 사용해 검증 연구를 수행한 결과, 각성 상태에서 잠이 들어 비렘수면(NREM)으로 진행하는 동안 전두엽 수분량이 유의하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이는 깊은 수면 단계로 갈수록 뇌 세척 활동이 활성화됨을 보여주는 결과로, 동물 실험에서 관찰된 아교임파계 활성 패턴과 일치한다.
     
    또한 잠에 들고 난 후 첫 번째 깊은 잠(NREM) 사이클에서 수분량이 가장 크게 증가했는데, 수면 초반이 뇌 청소 활동의 핵심적 시간대임을 시사해 향후 수면 치료의 지침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창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면 중 아교임파계 활성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세계 최초 근적외선 분광기법 기반 기술을 개발해 수면과 뇌 건강 간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잇는 토대를 마련했단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향후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의 조기 예측과 위험군 선별은 물론, 수면 치료의 효과를 평가하고 개인 맞춤형 뇌 건강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데까지 폭넓게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