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면은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다양한 원인으로 불면증을 겪는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불면증의 약 50%는 우울, 불안 등 정신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수면무호흡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등 특정 수면장애가 원인이 되거나 동반되기도 한다. 올바르지 못한 수면 습관이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 수면장애의 원인이 정신질환인 경우에는 해당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특정 수면장애가 의심될 경우에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 별다른 원인이 없는 일차성 불면증은 인지행동치료 등 비약물적 치료가 권장된다. 임상 현장에서 다양한 원인이 복합된 형태의 불면증이 흔히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에 맞춘 맞춤형 치료 접근이 중요하다.
한독과 메디게이트뉴스는 수면의학 전문가들과 함께 2025년 연중 수면건강 인식 개선 캠페인을 마련하며,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올바른 수면장애 정보와 효과적인 치료 방안을 전달하고자 한다.
①강승걸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수면장애 환자, 올바른 원인 파악 후 치료해야”
②정석훈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불면증 정확한 진단부터 필요하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사가 환자에게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하기 전에 무엇을 잴까? 혈압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당뇨병 치료제를 처방하기 전에 무엇을 재야 할까? 혈당이다. 하지만 불면증 치료제를 쓰기 전에 무엇을 재고 있나? 정확한 진단 자체는 이뤄지고 있을까?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는 "불면증 환자에게 수면제를 처방하기 전에 정확한 평가와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는 “불면증이 있는 환자에게 무조건적으로 수면제를 끊으라고만 하고 수면제 복용에 대해 불안감만 갖게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혈압약을 처방해야 할지 말지 감별진단한 뒤에 혈압약을 처방하는 것처럼 수면제 처방이 필요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한 후, 수면제가 필요한 환자에게만 수면제를 처방했어야 한다. 그러나 수면제를 처방하지 않고도 불면증이 해결 가능한 환자들에게까지 처방을 해왔던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수면의학 대가로 손꼽히는 정석훈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불면증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의 구분부터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정석훈 교수는 울산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의학 전임의를 수료했다. 현재 한국정신종양학회 이사장, 대한수면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수면제 처방 필요한 환자인가 아닌가" 수면제 처방 전에 정확한 진단부터
-의사가 진료실에서 불면증 환자를 만날 때, 불면증 여부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환자의 어떤 상태에 중점을 두고 질문하고 확인을 해야 할까.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하기 전에 무엇을 재야 하나? 당뇨병 치료제를 처방하기 전에 무엇을 재야 하나? 바로 혈압과 혈당이다. 하지만 불면증 치료제를 쓰기 전에 무엇을 재고 있나? 수면제를 처방하기 전에 필요한 평가 및 진단 과정이 일선 진료현장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자가 어제 몇 시에 잠들었는지, 몇 시에 깼는지, 전체 몇 시간을 잤는지, 수면제를 몇 시에 먹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보통 의사가 환자로부터 “혈압이 오른다”라는 말만 듣고 혈압약을 처방하는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잠을 못 잔다”라는 말만 듣고 수면제를 처방하면 안 된다. 환자가 너무 많이 누워있지는 않는지, 너무 일찍부터 누워서 오랜 시간 누워있지 않았는지, 잠을 충분히 잤는지 등 수면-각성 패턴을 알아야 정확한 불면장애 진단이 가능하다.
-의사가 진료실에서 불면증 환자를 만날 때 불면증 여부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환자의 어떤 상태에 중점을 두고 질문하고 확인해야 할까.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하기 전에 무엇을 재야 하나? 당뇨병 치료제를 처방하기 전에 무엇을 재야 하나? 바로 혈압과 혈당이다. 하지만 불면증 치료제를 쓰기 전에 무엇을 재고 있나?
수면제를 처방하기 전에 필요한 평가 및 진단 과정이 일선 진료현장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자가 어제 몇 시에 잠들었는지, 몇 시에 깼는지, 전체 몇 시간을 잤는지, 수면제를 몇 시에 먹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환자로부터 “혈압이 오른다”라는 말만 듣고 혈압약을 처방하는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잠을 못 잔다”라는 말만 듣고 수면제를 처방하면 안 된다. 환자가 너무 많이 누워있지는 않는지, 너무 일찍부터 누워서 오랜 시간 누워있지 않았는지, 잠을 충분히 잤는지 등, 수면-각성 패턴을 알아야 정확한 불면장애 진단이 가능하다.
- 불면증 환자는 모두 수면제 처방 대상이 될까? 만약 수면제 처방을 고려하지 않아야 하는 경우라면 어떤 경우가 있을까?
수면제를 언제 써야 할까?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랐다고 혈압약을 처방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환자가 일시적으로 수면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룻밤 못 잤다고 수면제를 처방하지는 않는다. 낮에 활동을 충분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잠을 잘 못 자거나 자주 깨는 상황에서만 수면제를 처방해야 한다.
즉, 수면제를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만 수면제를 처방하고, 수면제를 쓰지 않고도 불면증을 해결해 드릴 수 있는 환자에게는 수면제 대신 운동이나 활동을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요약하면 수면제를 써야 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구분해서 약을 처방해야 한다. 이 과정 없이 수면제를 처방하는 것은 단순히 “혈압이 오른다”라고 말하는 환자에게 혈압도 재지 않은 채로 혈압약을 처방하는 것과 같다. 정확한 평가를 통해 진단을 먼저 해야 한다.
쉬운 예를 들면, 환자가 낮에 너무 많이 누워 있었기 때문에 야간에 못 자는 상황이라 파악됐다면 수면제를 처방하는 대신 낮시간에 일어나서 활동부터 하도록 설득한다. 반대로 오전 6시부터 나가서 밤 12시까지 활동하는데도 불구하고 잠을 못 자는 상황이라면 수면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판단이 없이 수면제를 처방하기 때문에 수면제를 언제까지 처방해야 하는지, 바로 끊어야 하는지, 장기로 복용해도 되는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환자와 상담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수면제를 복용하면서 수면제에 대한 오해가 생겼다고 했다. 수면제에 대해 일선 의사,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는 무엇이고 사실과 다른 측면의 정확한 사실은 무엇인가.
보통 환자들에게 비유를 통해 말씀드리는데, 수면제는 일시적으로 불을 피우는데 도움을 주는 성냥 같은 것일 뿐 밤새도록 불을 피우기 위해서는 장작을 준비해서 잘 쌓아놓아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즉, 낮시간의 충분한 운동과 활동이 필수적이라는 얘기이다. 성냥 하나만 들고 와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캠프파이어를 만들 수는 없다. 장작을 열심히 캐고 또 장작을 한데 잘 모아서 성냥으로 붙인 불이 오랫동안 잘 타도록 해야 한다.
즉, 활동을 충분히 한 이후에도 잠을 잘 못 자는 경우에 수면제를 소량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수면제만 한 알 먹는다고 7시간 동안 푹 잘 수 없다. 그게 기능하려면 낮 동안에 그만큼 장작을 열심히 캐고 모아두었던 사람이어야 한다. 장작을 모아놓는 것, 낮시간에 충분한 활동을 해 두지 않으면 수면제를 먹어도 효과가 떨어진다. 만약 장작을 제대로 한곳에 모아두지 않고 띄엄 띄엄 놓아두면 성냥으로 불을 여러 번 붙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수면제를 여러 번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밤 9시부터 눕는 환자가 밤 9시에 바로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면 수면제를 여러 번 더 먹게 된다. 하지만 자정에 잠들고 오전 7시에 일어난다면 밤 11시 30분에 환자가 수면제를 한 번만 먹어도 중간에 덜 깰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약을 더 먹지 않는다.
수면제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 있다. 활동을 아무리 해도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때 잠을 잘 못 자는 이유로 나이의 문제가 크다. 보통 55세 이상이 되면 잠 자는 능력도 이전보다 저하된다고 알려져 있다. 서카딘과 같은 멜라토닌 지속형 방출제를 55세 이상 환자에게 사용하는 근거는 55세 이상이 되면 멜라토닌 농도가 반 이하로 저하되기 때문이다. 즉, 55세 이상의 불면증 환자 중 일부는 수면제를 복용해야만 잠을 잘 잘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보통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수면제를 일주일치 처방하고 가급적 빨리 끊으라고만 말한다. 환자의 주변에서도 수면제를 계속 먹으면 큰일 난다고 빨리 끊으라고만 한다. 수면제를 남용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수면제 없이도 잠을 잘 잘 수 있는 사람과 못 자는 사람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수면제 없어도 잘 잘 수 있는 사람은 낮에 활동을 하도록 설득하고 인지행동치료를 받도록 설득해야 한다. 수면제 없이는 못 자는 사람은 수면제를 적은 용량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설정해야 한다.
- 수면제 없이는 잘 못 자는 환자가 수면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을 '의존'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하셨다. 수면제에 대한 의존, 내성이 생기는 환자의 정확한 개념은 무엇이고 이를 정확히 판단하고 대응하기 위해 의사는 환자의 어떤 특성에 주의해야 할까.
'의존'이라고 하는 개념은 금단증상이 있을 때 붙인다. 금단증상이라고 하는 것은 특정 물질에 장기적으로 노출됐다가 중단될 때, 불안하고 온 몸이 떨리는 등의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혈압약에 의존됐다"고 하려면 "혈압약을 안 먹었더니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다”가 아니라 "혈압약을 안 먹었더니 온 몸이 벌벌 떨리고 불안하고 금단증상이 발생했다”라고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수면제에 의존됐다”라고 하라면 “수면제를 안 먹었더니 못 잔다”가 아니라 “수면제를 안 먹었더니 온 몸이 벌벌 덜리고 불안하고 금단증상이 발생했다”라고 해야 한다.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을 잘 자던 환자가 수면제를 안 먹었더니 금단증상은 없는데 잠만 못 잔다는 상황이라면, 이는 단순히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아서 생긴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마약성 진통제를 끊었더니 통증이 다시 심해졌다면 진통제를 처방할 일일 뿐이고, 마약성 진통제를 끊었더니 몸이 벌벌 덜리고 불안해진다면 이는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된 상황인 것이다.
- 수면제를 제대로 복용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대부분의 환자가 수면제를 많이 먹으면 위험하지 않는지를 질문한다. 수면제를 '많이 먹으면' 위험하다. 즉, 수면제를 많이 먹지 않기 위해 정확한 복용 지침이 전달돼야 한다. 수면제 복용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제 복용의 시간을 지키는 것이다. 특히 수면제는 내가 자고 싶은 시간에 먹는 약이 아니다. 아침에 기상 시간을 고려해 복용하는 시각을 정해야 한다.
2016년 1월 임상 수면의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에 수면제를 먹는 시간과 수면 만족도 차이를 발견한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수면제를 처방 받은 112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수면제 복용 후 잠에 비교적 빨리 들어 수면제 효과에 만족한 58명의 환자들은 기상하기 평균 7시간 전에 약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밤 11시11분에 수면제 복용 후 11시22분 침대에 누웠고, 잠에 빠진 시간은 11시45분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잠에 들었다.
수면제는 자기 30분 전에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침 기상 시간의 7시간 전에 복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해야 수면제를 불필요하게 늘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가이드라인은 인지행동치료 시행 권고...수면제 필요한 환자들에게 안전한 사용 방법 필요
-2019년 개정된 불면증 진료지침에 따르면 수면제 처방이 1차 가이드라인에서는 수면제 처방보다 인지행동치료를 우선시한다고 했다. 가이드라인 그대로 해석하면 안되는 것인가.
불면증 가이드라인이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가이드라인에서는 모든 환자에게 일차적으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라고 하고, 그 이후에 수면제를 사용하더라도 4주 이내로만 사용하라고 돼 있다는 점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수면제를 처방받는 환자의 거의 대부분은 인지행동치료를 먼저 시행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인지행동치료를 받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면 무조건 불면증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보통 50% 전후로 성공률을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불면증 환자의 나머지 50%는 인지행동치료를 해도 해결이 안 된다는 의미다. 나머지 50%의 환자 중에서는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이 분명 포함돼 있다. 그럼 그 환자에게는 4주 동안만 수면제를 처방해야 하나? 4주가 지나면 잠을 못 자도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을 무조건 막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다시 돌아가서 불면장애를 진단한 이후,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잠을 잘 수 있는 환자로 판단한 환자에게는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도록 하고,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잠을 못 자는 환자로 판단했다면 수면제를 최소 용량으로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해 적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본다.
수면전문가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이런 환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수면제를 저용량으로 효과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본다.
- 수면제 처방이 필요없는 환자들에게는 생활습관이나 인지행동치료가 중요할까.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가 인지행동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나.
불면장애라고 진단을 제대로 내리는 것부터 필요하다. 인지행동치료는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고도 잠을 잘 수 있는 능력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사람들만 효과가 있다. 활동을 하지 않아서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은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활동을 늘리도록 하면 잠을 잘 수 있다. 반대로 낮에 충분히 활동을 하는데도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은 수면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며, 이때는 인지행동치료도 효과가 떨어진다. 인지행동치료를 디지털화한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DTx)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끝으로 불면증 환자를 자주 만나는 일선 의사들에게 수면건강과 올바른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남기고 싶은 말씀 부탁드린다.
진료실에서부터 수면제를 원한다고 무조건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수면제를 써야 할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대한 구분부터 필요하다. 수면제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수면제 처방이 필요한 환자는 수면제도 저용량으로 안전하게 잘 쓸 수 있는 기법이 필요하다. 반대로 수면제가 필요없고 인지행동치료로 해결이 가능한 환자를 잘 선별하고 이들에게는 디지털 치료기기와 같은 비약물적 치료를 통해 불면증을 개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한독은 건강한 수면과 올바른 수면제 사용을 위해 메디게이트 의사회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6월 26일 노원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재원 교수가 '수면의 이해와 불면증 치료를 위한 올바른 수면제 사용'을 주제로 웨비나를 진행(웨비나 사전 등록 및 질문은 링크 참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