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9월 27일 의정대화 합의문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가 필수의료에 한해 급진적에서 점진적, 단계적으로 변경되고 수가 정상화의 포괄적인 합의를 담았다는 것이다. 의정대화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갔으며 앞으로 실무협의체에서 논의할 내용도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최 회장은 "비급여의 대폭 급여화가 아니라 필수의료 중심의 급여화가 이뤄진다. 개원가의 다빈도 비급여를 존치할 수 있게 하겠다. 이렇게 되면 의료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총액계약제가 시행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수가 인상은 우선 초진료와 재진료를 통합해 재진료를 초진료 수준으로 인상하고 처방료를 부활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라며 “정부가 단계적으로 수가정상화를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쟁은 협상을 위한 수단이다. 집단행동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수, 전공의 직역을 챙기고 있다. 전체 회원의 50% 이상이 집단행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5일 오후 7시 이 같은 내용으로 서울시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서울시의사회 회원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전국 순회 일정 마지막이었으며 서울시의사회 회원 60명 정도가 참석했다.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은 “의료계 상황은 언제나 그랬듯 쉽지 않다. 지난 회무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거침없는 대화의 장을 열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 김교웅 의장은 “3일 임시대의원총회가 있었다. 비대위 구성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의료계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집행부가 출범한지 5개월밖에 안된 만큼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케어, 복지 포퓰리즘과 의료사회주의자들의 총액계약제 의도
최 회장은 '2017년 보장성 강화 정책, 그리고 의료계의 나아갈 길' 발표를 통해 "원래 정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30조 6000억원의 3800개 비급여 항목의 전면 비급여에서 필수의료 항목에 한해 점진적, 단계적으로 정책변경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에 따라 2017년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라는 용어를 붙이기로 했다.
최 회장은 이번 보장성 강화 대책이 나온 이유는 복지 포퓰리즘과 의료사회주의자들이 내세운 총액계약제 두 가지로 봤다. 최 회장은 "복지 포퓰리즘은 국민 인기를 얻기 위한 것이고 이를 정책입안자들이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의료사회주의자들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9년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있었고 비급여를 통째로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지불제도 개편에 따른 행위별 수가제를 총액계약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
최 회장은 “총액계약제는 보험자와 정부에서는 유용한 정책이다. 하지만 의사들의 최선의 진료를 하지 못하게 한다. 최선의 진료를 위한 권리를 위해서는 행위별 수가제를 유지하되 여기에 보완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비급여의 급여화의 정책 변경으로 비급여가 존치되면 총액계약제도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 회장은 재정상 문제로도 문재인 케어는 실현할 수 없다고 했다. 최 회장은 "올해 1조 2000억원의 건보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라며 "65세 이상 인구는 이미 14%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가 됐다. 2025년 초고령 사회가 되면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부와의 포괄적 합의문, 개원가 비급여 존치·필수의료 급여화
최 회장은 “9월 27일 정부와 포괄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구체적인 실무단계 논의를 진행하겠다”라며 “비급여의 대폭 급여화가 아니라 필수적 점진적 급여화를 이루겠다”라고 밝혔다. 과거 정부에서 했던 보장성 강화 정책과 속도, 재정 등의 범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개원가의 다빈도 비급여는 남겨두겠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필요한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비급여를 제한적으로 급여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뇌·뇌혈관 MRI 급여화에서도 비급여 존치가 됐다. 본인부담률 80%이 남아있긴 하지만 임상적으로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라며 "정책 변경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정책 변경을 하는 이유를 두고 보장성 강화 정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전 정부 때 했던 보장성 강화 정책대로라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박근혜 정부 때 보장성 강화 정책은 4년동안 3조 5000억원 규모로 이뤄졌다. 의료계는 여기에 전혀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가능했다. 환자들이 많은 혜택을 입었다”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문재인 케어는 남은 문재인 정부 3년간 30조 6000억원 규모의 전면 급여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불가능한 것이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라며 “문재인 케어에 대한 정책변경을 포괄적 합의문에 담았다. 실무협의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비급여 항목을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정책 변경 전에 이뤄졌던 정책은 '2017년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라는 단어를 같이 사용할 것이다"라며 "의료계가 먼저 합의문의 정신을 존중하겠다는 것을 정부 측에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수가 정상화 방안 등 정부도 여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기를 바란다”라며 “서비스산업발전법에 보건의료를 포함시킨다거나 의료사고 관련해 의사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에 적용되는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적정수가, 재진료를 초진료 수준으로 올리고 처방료 부활
최 회장은 의정대화 당시 수가 정상화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구체적인 수가정상화 논의는 10월 25일 협상이나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시작하게 된다. 최 회장은 “우선 이번 기회를 통해 정부가 수가정상화를 위한 의지와 진정성이 있는지 보여달라고 하겠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당장 일본처럼 진찰료를 200~300% 인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수가 정상화의 3개년 계획, 5개년 계획, 7개년 계획 등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매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매년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만으로는 수가 인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별도의 방법으로 진찰료와 처방료를 들었다. 그는 “초진료와 재진료를 전부 초진료 수준으로 통합하면 소요 재원이 1조 7000억원이다. 이는 11%의 수가인상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처방료를 부활하면 3일 처방 기준으로 3000원 정도의 처방료가 생길 수 있다. 처방료 예산도 1조 5000억원으로 추산됐다"라며 "단계적인 수가 정상화의 방안을 단기간 내에 세울 수는 없다. 개요를 갖고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사기준은 경향심사를 받아들일 수 없고 의료계가 원하는 심사기준과 심사평가체계 기준을 만들겠다고 했다.
최 회장은 “심사평가체계 개선 협의체는 두 번 회의가 열렸지만 의협은 둘다 퇴장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경향심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에 의료계의 대안을 만들어내고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와 별도로 심사기준 개선협의체가 많은 의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심사기준을 개선할 때 의사들이 많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라며 “심사기준 개선 협의체를 통해 심사기준을 의학적 원칙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자율징계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최 회장은 “문제가 생긴 회원에 대해 윤리위원회 징계를 하더라도 상당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자격정지 1,2,3개월 등의 규제도 사실상 실효적이지 않다"라며 "자율징계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분명한 자율 징계권을 갖고 법정 문제로 가져가면 이를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회원들, 확실한 수가 정상화 방안과 파업 전략 주문
회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한 회원은 “최 회장은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해 출마했다. 그런데 오늘 마치 복지부의 문재인 케어 설명회를 들으러 나온 느낌이다. 수가 정상화 방안을 가지고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라며 "보장성 강화 정책의 정책 변경을 이뤄냈다. 수가 정상화 방안은 진찰료 인상과 처방료 부활 등으로 단계적으로 세우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다른 회원은 "어느날 갑자기 의협이 파업하자고 하면 잘 따라가기 힘들다. 파업을 하더라도 단결이 돼야 하는데 어수선하다"라며 "나중에 파업이 끝나면 시도의사회 사이에서 파업에 참여한 사람과 안한 사람 사이에 어색해 진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집단 행동 역량은 단계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전국의사 총파업은 전체 회원 50~80%의 참여를 목표로 생각한다“라며 ”개원의만 20~30% 참여하는 집단행동 역량이라면 안 된다. 교수, 전공의 참여율이 50% 이상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집단행동 역량을 이끌기 위해 전문학회를 모두 방문하고 있다. 대학병원 교수나 전공의 등까지 단계적으로 집단행동 역량을 올려야 성과로 연결된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집단행동 자체나 투쟁이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 투쟁은 협상을 통해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수단의 차원에서 집단행동 역량은 단계적으로 높여가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라고 했다.
다른 회원은 “종편 등에 나오는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많다”라며 “여기서 나오는 사이비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의료정책연구소 등에서 반박해야 한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런 지적을 참고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의약분업 재평가에 대한 질문에 “의약분업 재평가가 필요하다. 필요할 때는 원내 조제를 허용해야 한다. 일본식 선택분업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방상혁 부회장은 “의사가 의사답게 진료를 하지 못하고 있는 환경을 바꾸고 싶다“라며 ”최 회장은 올바른 의료를 위해 자기 한 몸을 희생할 각오가 돼있다. 저 역시 그렇다. 2013년 불신임이 된 이후에도 다시 의협에 온 이유“라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회원 누구나 어떤 의견이든 많이 제시해주고 또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정성균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몇 차례 제기된 언론 소통 문제를 해명했다. 정 대변인은 “언어로 표현된 게 사실이 다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언어는 현실도 아니고 사실도 아니고 사람들이 소통하는 기호일 뿐이다”라며 “언어로 사용되는 사실인지 아닌지는 언어를 믿는 사람들이 판단해야 한다”라고 했다.
정 대변인은 “협회는 언론에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기사와 관련해 사실에 대한 의심과 사실 확인하려는 생각을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