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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 위해 약 먹으면 稅혜택, 일본 ‘셀프 메디케이션’ 특별세 눈길

    [칼럼] 김웅철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저자·매경비즈 교육센터장

    2025년 의료비 54조엔 예상…인센티브 활용해 고령자들의 ‘탈(脫) 병원’ 유도

    기사입력시간 2019-07-22 06:25
    최종업데이트 2019-07-22 10:2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요즘 ‘셀프 메디케이션(Self Medication)’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스스로 치료한다’는 뜻의 셀프 메디케이션은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요통 등 가벼운 병상(病狀)에 대해서는 시판약을 구입해 자체 처방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셀프 메디케이션을 ‘자신의 건강에 책임을 지고 가벼운 신체의 부조화에 대해 스스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해 조금 아프다고 이내 병원부터 찾지 말고, 가급적 약으로 해결하라는 거다,

    셀프 메디케이션이 요즘 일본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일본 정부가 도입한 ‘셀프 메디케이션 세제(稅制)’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017년부터 개인이 병의 자체 처방을 위해 일정 정도 이상의 약을 구입할 경우 세금을 공제해주고 있다. 의료비공제의 특례조치이다.

    구체적으로 한 가구의 약(藥) 구입액 연간 1만 2000엔(약 13만원)의 초과분에 대해서는 소득에서 공제해준다. 초과분의 상한은 8만 8000엔(약 90만원)이다. 
     
    물론 모든 의약품이 셀프 메디케이션 세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OTC(Over The Counter. 카운터 넘어)로 불리는 의약품으로, 약국 등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일반 의약품에 한해 적용된다. 해당 의약품에는 ‘셀프 메디케이션 세 공제 대상’ 마크가 붙어있다. ‘파브론S 골드W정(錠)’ 등의 감기약을 비롯해, 위장약, 비염용 내복약, 무좀약, 구내염 연고, 어깨 결림, 요통 등에 붙이는 약 등이다. 품목 수는 1727개(2019년 5월 현재)로 전체 시판약의 15% 정도다.

    일본이 ‘복약(服藥)’에까지 세 공제 특례를 적용한 데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의료비를 어떻게든 억제해보려는 절박함이 묻어있다. 고령화율(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육박하면서 국가 의료비 부담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서 1년간 들어가는 의료비는 약 42조엔(약 450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6년 후인 2025년인데, 이 해에는 연간 의료비가 무려 54조 엔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5년은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 700만 명)가 모두 75세 이상 ‘후기고령자’로 합류하는 해다. 후기고령자는 전기고령자(65~74세)에 비해 간병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그만큼 의료 및 간병비 증가를 초래한다.
     
    셀프 메디케이션 공제는 결국 세(稅) 혜택이라는 인센티브를 활용해 고령자들의 ‘탈(脫) 병원’을 유도해보겠다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세제가 도입된 지 2년. 일본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 셀프 메디 세제 이용자는 2만 6000명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세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7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제 신고 절차가 복잡해 주요 대상인 고령자가 이용하기는 쉽지 않고, 공제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세제 확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때문에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하한금액(1만 2000엔)을 아예 없애는 등의 확산을 위한 추가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셀프 메디케이션 세제는 5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특례 제도다. 오는 2021년 12월로 혜택이 종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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