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소위 의료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만난다.
(1편) "의료영상 인공지능에 대한 의료수가 인정 필요해" - 뷰노 김현준 전략이사(CSO) 인터뷰
(2편) "병원을 칩 하나에 옮겨놓은 '랩온어칩' 기술" - 노을 이동영 & 임찬양 공동대표 인터뷰
(3편) 인공지능으로 의학적 가치 발견한다 - 루닛 백승욱 대표 인터뷰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2015년 일반 물체 인식 분야의 AI 대회인 이미지넷(ImageNet)의 ILSVRC에서 5위를 차지한 이후 병리학 영상 AI 기술로 두 기관에서 세계 1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100대 AI 기업(CB인사이트 선정)이 된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루닛'이 그 주인공이다. 루닛은 2016년에 열린 의료영상처리학회(MICCAI)의 이미지인식 경연대회(TUPAC16)에서는 구글, IBM, MS 등을 제치고 1위를 한 글로벌 강자다.
루닛의 핵심기술은 데이터 기반의 질병 진단 바이오마커인 'DIB(Data-driven Image Biomarker)'로,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술로 의료영상 판독의 정확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2013년에 창업해 짧은 기간에 세계적 수준의 스타트업으로 도약한 루닛의 공동창업자이자 CEO를 맡고 있는 백승욱 대표를 본지가 만났다.
의료영상 판독보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루닛 인사이트'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적용한 '루닛 인사이트’는 '의료영상 판독보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다.
루닛의 DIB(Data-driven imaging Biomarker) 기술은 엑스레이 검사 결과 CT 촬영 등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백승욱 대표는 해당 소프트웨어에 대해 "의사가 하는 업무의 효율성 향상 외에도 의사의 판독 정확도를 보다 향상시키기 위해 인간이 볼 수 있는 걸 보다 넓혀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루닛이 개발한 폐 질환 감별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는 흉부 엑스레이 영상으로 4대 폐 질환(폐암, 폐렴, 기흉, 결핵)을 감별하는 것이 1차 타깃으로, 현재 식약처에서 임상시험 계획(IND)을 검토 중이다.
백 대표는 "임상시험 계획서 검토 및 승인이 끝나면 임상시험 및 허가 승인 절차를 거쳐 내년에는 실제 매출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루닛은 인공지능으로 유방영상(mammography)을 감별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에 있는데, 의료기관과 진행하고 있는 딥러닝 학습이 완료되면 추가로 인허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해 국정감사 때 한 국회의원은 유방암 검사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유방암 촬영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루닛과 같은 의료영상 판독보조 AI 솔루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루닛은 이미지 인식기술을 CT나 MRI가 아닌 엑스레이와 맘모영상(Mammography, 유방엑스레이 영상)에 먼저 접목하고 있다.
백 대표는 이에 대해 "CT 영상 분야는 결절이나 혹(nodule) 등을 찾는 걸 자동화함으로써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부분인 반면, 엑스레이 영상 기반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볼 수 없는 부분을 더 보여줌으로써 정확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모델로 외국에서는 보험사의 수요가 높은 분야"라고 그 차이를 설명했다.
그의 설명처럼, 루닛 인사이트는 맘모에서 유방밀도가 높은 경우 병변 뒤에 숨어 있는 미세한 패턴을 하이라이트 해준다거나 심장 뒤 혹은 쇄골 등 뼈 뒤에 숨어 있는 혹 등을 보여준다.
"논문이 최고의 마케팅"
루닛은 흉부 엑스레이 영상을 활용한 폐 질환 감별 외에도 병리학 영상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구글, IBM, MS 등 IT 거인들을 꺾고 1위를 차지한 의료영상처리학회(MICCAI)의 이미지인식 경연대회(TUPAC16대회)도 병리학 영상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달성한 성과다.
'논문이 최고의 마케팅'이란 생각을 가진 백승욱 대표는 "국제 대회 참석 외에도 논문 발표나 학회 활동들이 루닛이 글로벌하게 알려지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히며, 임직원들로 하여금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딥러닝 의료영상 분석 소프트웨어에 대해 서베이한 논문에서 루닛의 솔루션이 많이 소개돼 도움이 됐고, 최근에는 한 대학병원과 함께 영상의학과 전문의 및 타 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판독보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활용 여부에 따른 판독결과의 정확성을 비교한 흉부 엑스레이 영상의 임상수행평가(Observer Performance Test)를 진행해 함께 논문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가장 파트너쉽하고 싶은 AI"가 목표
루닛은 PACS 회사 혹은 의료영상 장비 회사와의 라이센싱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의료영상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중에 가장 파트너쉽 하고 싶은 솔루션이 되자'를 목표로 삼았다.
더불어 클라우드 업체와의 MOU를 통해 인공지능을 앱으로 적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루닛은 공동창업자가 6명인데, 카이스트(KAIST)에서 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모여 딥러닝 스터디를 하다 창업한 케이스다.
실제 의학적인 측면에서 딥러닝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해, 영상의학 전문의와 병리학 전문의도 함께 근무하고 있다.
백승욱 대표를 중심으로 2013년 창업한 루닛은 2014년 가을부터 의료영상 인공지능 연구개발에 착수해, 2015년에는 이미지넷(ImageNet)의 일반 물체 인식 대회인 'ILSVRC 2015' 국제대회에 처음 출전해 5위를 달성하며 이름을 처음 알렸다.
탄탄한 기술력 덕분에 루닛은 케이큐브에서 받은 1억 원의 첫 투자금을 비롯해 팁스, 소프트뱅크벤처스, 포메이션 8, 인터베스트,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으로부터 약 60억 원에 가까운 투자를 받았다. 앞으로 한 차례 더 투자를 받을 계획에 있는데, 이번에는 해외 시장 진입을 대비해 다국적 투자 유치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의료 데이터는 이미 글로벌로 공개 돼"
딥러닝은 데이터가 많을수록 정확도 향상과 연결되기 때문에 루닛은 최소 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여러 병원과 함께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는 제약이 있어 관련 분야 산업계에서는 관련 법 개정 등 데이터 활용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승욱 대표는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로서 관련 분야의 의료 활용에 관한 토론회 등의 자리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종종 있는데, 그는 "현재 가이드라인이 있긴 하지만 미국의 'HIPPA'와 같이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법적·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암 검진의 정확도 향상 등 공익적인 측면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는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줄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데이터의 활용에 앞서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반면, 미국의 경우는 실제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모은 의료영상 데이터를 일반인도 접근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백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정부기금으로 만든 '암 영상 저장소(Cancer Imaging Archive)'를 통해 BCSC(유방암감독협회)가 임상시험을 통해 모은 의료용 유방영상데이터를 비식별화해 공개하는 등 온라인으로 일반인이 접속할 수 있게 해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공개된 상황이다.
그는 또 "미국은 데이터를 하나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 유방은 BCSC, 폐는 NLST, 전립선은 PLCO 등 분야별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얘기처럼, 한국에서도 한국적인 데이터베이스 만들기 위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행하고 관련 데이터를 확보 및 공유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향후에는 정부가 민간 전문가와 함께 데이터의 보안 이슈 외에도 공익적인 차원에서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논의도 진전이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