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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기 간질환 주요 원인은 만성 B형간염, 그레이존 환자라도 섬유화 진행시 적극 치료해야

    [간 질환 인식 캠페인]②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장정원 교수 "혈청 표지자 검사 등으로 섬유화 확인가능"

    기사입력시간 2023-02-06 08:29
    최종업데이트 2023-02-06 08:29

    사진: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장정원 교수.
     
    메디게이트뉴스-시스멕스코리아 공동 간질환 인식 캠페인

    현재 지구상에는 약 6000~8000개의 희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새로운 희귀질환이 의학계에 계속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은 전체 질환의 약 6% 남짓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치료제가 있음에도 질환이 잘 알려지지 않아 유병률에 따른 예측 환자 수보다 치료받는 환자 수가 현저히 적거나, 진단이 어려워 정확한 유병률조차 파악되지 않는 질환도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환자들이 보다 빠르게 진단·치료를 받고 건강한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일선 진료현장에서 마주치기 드물고 환자가 내원했을 때 반드시 의심해야 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가 치료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호전이 없는 등 처음과는 다른 질환이 의심될 때 떠올릴 수 있는 질환을 알 수 있도록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①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전대원 교수 "비알콜성 지방간, 10년 뒤 가장 중요한 만성질환 될 것"
    ②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장정원 교수 "말기 간질환 주요 원인은 만성 B형간염, 그레이존 환자라도 섬유화 진행시 적극 치료해야"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최근 만성 간질환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9년 만성 간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95만 명으로 2015년보다 31.9% 늘었다. 환자는 대부분 40~60대였으나 30대도 13.0%를 차지했다. 간경변증 역시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만성 간질환은 뚜렷한 증상은 없으나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다. 원인이 무엇이건 간 손상이 반복되고 간섬유화가 누적되면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크다. 간경변증 역시 초기에는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단 발병하면 치료를 받아도 간을 원상태로 회복하기 어렵고, 진행되면 여러 합병증이 발생한다. 합병증이 발생하면 합병증이 없는 간경변증에 비해 5년 생존율은 절반 가량으로 급격하게 줄어든다.

    대한간학회가 발간한 한국인 간질환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간경변증의 주요 원인은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바이러스 간염과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알코올 간질환이다. 최근 항바이러스제 사용으로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사망률이 줄면서 만성 B형간염에 의한 간경변증의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유병률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장정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만성 간질환의 유병률은 최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가장 높고, 만성 B형간염, 알코올 간질환, 만성 C형간염 순이다. 그러나 간경화나 간암의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B형간염으로 약 60% 가량이며, C형간염 15%, 알코올 간질환 10~15%, 나머지 10% 가량을 비알코올 지방간질환과 일부 자가면역 간질환, 유전 및 대사질환 등이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경변증과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증상 단계에서 간에 지속해서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을 확인한 뒤 이를 제거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에 메디게이트뉴스는 장정원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성 B형 간염을 중심으로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알아봤다.
     
    Q. 간경변증의 원인은 무엇이고, 자연경과는 어떻게 되는가?
    간경변증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B형, C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바이러스 간염과 과음에 의한 알코올 간질환이다. 만성 B형간염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 5년 누적 발병률은 23%, 만성 C형간염에서는 16.7%이며, 중증 알코올중독자의 10~20%가 간경변증을 가지고 있다. 대상성 간경변증(합병증이 없는 경우)의 생존기간 중앙값은 12년, 비대상성 간경변증(한 가지 이상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은 2년 정도다. 5년 생존율은 각각 80~86%, 14~35%로 합병증이 동반되면 생존율은 더 낮다.
     
    사진: 간경변증의 진행과 경과(자료=한국인 간질환 백서).

    Q. 비대상성 간경변증의 주요 합병증은 무엇인가?
    간세포의 염증과 간기능 저하에 따른 황달과 혈중 알부민 감소, 프로트롬빈 시간(prothrombin time) 연장, 암모니아 증가로 인한 간성뇌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간 실질 내 섬유화 진행으로 혈관 저항이 증가되고 내장 혈관 확장으로 인해 문맥압이 상승해 비장비대, 복수, 위식도정맥류 출혈 등이 일어날 수 있다.

    복수는 간경변증의 가장 흔한 비대상성 합병증이며 식도정맥류 출혈과 함께 문맥압 항진증이 동반된 비대상성 간경변증의 첫 번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식도정맥류 초기에는 대부분 자각 증상이 없으나 출혈이 발생하면 토혈, 흑색변 또는 혈변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저혈량 쇼크 및 간성뇌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위중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복되면 간성뇌증이 발생하는데, 인지기능 장애 또는 수면 장애, 의식 저하, 심하면 혼수상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위중한 경우 자극에 반응하지 않고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간경변증과 복수가 있는 환자에서 외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뚜렷한 복강내 감염 원인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이 발생하면 거의 간 이식이 필요하다. 가장 마지막에 나타나는 간신증후군(hepatorenal syndrome)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예후가 매우 불량한 합병증으로, 치료 없이는 2주 이내 사망할 수 있다.

    Q. 간경변증의 사회적 부담은 얼마나 되는가?
    한국인 간질환 백서에 따르면 국내 간경변증 환자 수는 2015년 9만9362명에서 2019년 11만7306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간장애 판정을 받은 등록장애인수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는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 비해 예후가 나쁘고 경제활동 제약과 의료비 지출 등 사회경제적 부담이 크며 사망위험도는 기타 암 환자보다 더 높다. 간경변증은 원인 간질환을 적절히 치료할 경우 섬유화가 호전될 수 있으므로, 조기에 간경변증 환자를 선별해 적절하게 치료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 B형간염 그레이존 환자, 간섬유화 검사가 치료여부 결정에 도움

    장 교수는 "만성 B형간염은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치료 조건에 맞는 환자라면 효과적인 약물 치료를 통해 말기 간질환으로 진행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바이러스 억제력이 높은 항바이러스제로 꾸준히 치료하면 95% 이상에서 반응해 바이러스가 검출한도 이하로 억제된다. 이를 통해 간섬유화 발생이 예방되거나 초기 간경변증의 경우 일부 환자에서 조직학적으로 섬유화가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학회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항바이러스제 치료 시작을 결정하는데 고려돼야 할 요소로 ▲간질환의 진행 정도 ▲B형간염 바이러스의 증식 정도 ▲간손상의 동반 여부를 꼽았다. 간질환의 진행 정도는 간섬유화가 진행됨에 따라 만성 간염 또는 대상성, 비대상성 간경변증 상태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간섬유화는 간생검이나 혈청 표지자 등을 이용한 비침습적 간섬유화 검사들(예: APRI, FIB-4 index, M2BPGi) 또는 간섬유화스캔(예: Fibroscan) 등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면역관용기는 간세포의 염증 괴사가 거의 없거나 경미한 시기로 반복된 염증으로 인한 간섬유화 소견이 없는 시기이나, 간생검, 비침습적 혈청 간섬유화 검사(예: APRI, FIB-4, M2BPGi) 또는 간섬유화 스캔(예: Fibroscan)에서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섬유화를 확인한 경우 항바이러스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장 교수는 "일차의료기관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항바이러스제 치료 중인 환자에서 약물을 잘 유지하는 것이다"면서 "현재 약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 가운데 가이드라인 기준 상 모호한 일종의 그레이존 환자에서는 치료 결정이 어려울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간섬유화 검사다"고 말했다.

    다만 간생검은 침습적 검사로 일차의료기관에서 활용하기는 어렵다. 비침습적 검사로 섬유화를 진단하기 위해 혈청 표지자나 간섬유화스캔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장 교수는 "검사 결과 섬유화가 진행됐다면 항바이러스제 치료 조건에 맞지 않는 그레이존 환자라도 치료해야 한다"면서 "결정하기 쉬운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고, 치료 경계를 넘나드는 환자에서는 간섬유화 검사가 치료 결정에 도움을 주는 만큼 일차의료기관에서 이를 활용해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적절한 치료는 간암 발생 위험도를 50% 이하로 줄여…치료 시작 및 종료 시기 결정 중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사용 시 치료 종료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장 교수는 "상태가 좋아지다 항바이러스 치료 종료 후 다시 나빠지는 환자가 절반 이상일 정도로 만성 B형간염은 재발이 많은 질환이다. 따라서 치료 종료는 가이드라인 조건에 맞는 환자에서 결정하는 것이 좋으며, 간경화나 간섬유화가 심한 사람은 약제를 끊지 않는 것이 트렌드다. 특히 간암 환자에서는 간수치가 정상이고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더라도 항바이러스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를 종료하더라도 자주 내원하도록 해 재발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처음 1~2년은 2~3개월 간격으로 확인하고, 2년까지 재발이 없다면 6개월 정도로 모니터링 간격을 늘려도 좋다"고 조언했다.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장 교수는 "만성 B형간염 치료제는 한 번 복용하면 오래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리어드(TDF)는 뼈나 콩팥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비리어드 복용 환자에서는 골다공증 검사와 콩팥 검사를 통해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약제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혈압약은 B형간염 약과 부딪히지 않기 때문에 적절하게 동반해도 약제 상호작용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 외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등 고령에 의한 성인질환에서도 약물 상호작용이 거의 없고 부작용이 심하지 않아 필요하다면 약제를 같이 사용해도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항바이러스제를 적절하게 쓰면 치료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간암 발생률이 50%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면서 "또한 간암이 발생하면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하기 때문에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성 간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수치가 아무리 좋아도 6개월마다 진행되는 간초음파와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 등 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 비만하고 술을 많이 마신다면 가이드라인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건강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만성 B형간염은 항바이러스 치료를 잘못 중단했을 때 크게 문제될 수 있다. 동시에 치료 시작 시기를 잘못 맞추어도 낭패를 본다. 항바이러스제는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적응증의 경우 효과가 좋으며,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게 사용했을 때 치료 이득이 좋지 않은 원인이 되기도 한다"면서 "일차의료기관에서 치료 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간 전문의와 논의할 수 있도록 연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