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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회사 자회사 허용, 민간의료보험 확대하는 의료민영화 조치 중단하라"

    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폐기 촉구 기자회견 가져

    기사입력시간 2019-12-11 07:30
    최종업데이트 2019-12-11 07:32

    사진=무상의료운동본부 

    무상의료운동본부가 10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민간보험사 돈벌이 위해 건강관리 자회사 편법 허용하는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내놓았다. 민간보험회사가 '헬스케어 회사'(영리 건강관리회사)를 자회사로 둬 건강관리 상품을 판매하게 하고 가입 즉시 가입자에게 의료기기를 직접 제공하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환자 질병정보 수집기간도 15년까지 늘리도록 허용했다.

    이에 대해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강관리서비스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핵심 의료민영화 정책이다. 2010, 2011년 두 차례 '건강관리서비스법'이란 이름으로 추진됐으나 의료민영화라는 여론의 뭇매에 논의조차 못 됐던 것이고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법 개정 없이 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해 비판을 받았던 정책이다. 그런데 개혁 정부를 자처한 이 정부가 똑같이 지난해 가이드라인으로 내놓은 데 이어 이제 보험사들을 위해 더욱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정부는 1년간 가이드라인을 운영해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으면 법규에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민간보험사 건강관리서비스는 근본부터 보건의료체계 전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심각하며 공보험을 무너뜨리고 건강 불평등을 야기할 정책이므로 당장 가이드라인부터 폐기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그런데 정부는 5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보험사가 만성질환자 상담·관리까지 할 수 있게 했고 의료인 지도·감독 하에서는 아예 치료 목적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질병 예방·상담·관리·재활은 '비의료서비스'가 아니라 모두 진단·치료의 연속선상일 수밖에 없으므로 애초 이를 구분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정부가 보도자료에 내세운 '마이헬스노트'는 삼성화재가 자사 가입자에게 강북삼성병원 당뇨 전문의 자문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 다른 사례로 명시된 롯데손해보험은 '주요 전문의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민간보험사가 병원 의료진과 함께 질병상담을 하고 치료까지 연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앞으로 영리 건강관리 자회사를 민간보험사 피보험자·계약자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도 확대하겠다고 한다. 민간보험사가 질병관리를 매개로 의료 전반을 장악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강 불평등을 초래하고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을 낳을 건강관리 민영화다. 기업에 의해 제공되는 상업적 건강증진 서비스는 건강증진 효과도 미지수일 뿐 아니라 건강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려 불안과 죄책감, 감시와 낙인을 조장할 위험이 크다. 또 이런 서비스는 접근 차원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그 결과도 개인습관 교정에 초점을 맞춘 한계 때문에 저소득층일수록 낮게 나타나므로 이중의 건강 불평등을 낳는다. 생활습관 교정으로 건강이 관리되면 가입자는 보험료를 인하 받지만, 상대적으로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강관리서비스는 오로지 민간보험사와 의료기기 회사 돈벌이에 유리한 정책일 뿐이다. 민간보험사로서는 효과도 미지수인 시장을 창출해 질병관리로 환자를 유인할 수 있고 이 가운데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10만 원에 상당하는 의료기기를 제공할 수 있게 한 데서 보듯 막대한 수익이 웨어러블 기기 등을 판매하는 의료기기 회사들로 돌아갈 것이다.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기술평가도 없이 기기 사용이 횡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웨어러블 원격의료 기기나 병원을 경유해 모은 개인의 질병정보들로 보험사는 보험료 인상의 근거를 삼고 보험금 지급에서도 환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민간보험사로서는 공보험을 대체하려는 계획에서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개인질병정보 축적을 노리고 있다. 즉 정부가 갈수록 규제를 풀며 구체화하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는 효과도 없으면서 건강관리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 기업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고 개인 건강정보·질병정보를 수집하며 장기적으로 미국식 의료제도로 향해 공보험을 무너뜨리려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예방·재활 등 건강관리는 보건소, 병의원, 약국 등이 건강보험 보험급여로 해야 할 업무 중 하나다. 즉 공보험의 의무다. 불평등을 야기하고 온갖 부작용을 낳는 민간 상품이 아니라 보편적 공적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질병 치료는 의료기관이 담당한다 하더라도 건강증진은 사회적 영역이다. 따라서 진정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싶으면 제대로 된 사회정책이 필요하다. 말로만 노동존중이니 소득주도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적 노동개악과 규제파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일터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방치하고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파괴되는 것을 방조하면서 무슨 '건강관리'인가? 문재인 정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강증진은커녕 의료민영화와 규제완화로 벌이는 건강파괴 행위만이라도 중단하기를 바란다. 국민의 건강을 기업 돈벌이에 갈아 넣는 정부에 맞서 국민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