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소아의료 대책' 의료 현장 체감 '제로'…"선거권 없는 소아 외면에 소아외과 의사 씨가 마른다"

    고강도·저수가·의료소송 부담 삼중고에 소아전담 외과 의사 수 급감…심평원 삭감, 탁상공론 정부 정책도 문제

    기사입력시간 2024-07-27 10:18
    최종업데이트 2024-07-27 12:55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김용한 상임대표(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저출산으로 인한 수술 건수 감소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소아 외과 의사들이 한계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마련한 소아의료 관련 정책도 '탁상공론'으로 나타나 소아 수술만을 전담하는 의사의 씨가 마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심포지엄에서 ‘붕괴된 소아외과계-정책적 개선방향을 제시한다’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소아외과 의사 20명, 소아만 수술하는 비뇨의학과 10명, 정형외과 10명

    이날 심포지엄에 앞서 연합의 상임대표인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는 소아진료관련 외과계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소아외과는 소아분과 전문의제도가 없으며, 전국적으로 수술가능한 의사가 단 30명, 실질적으로 수술을 하고 있는 의사 수는 단 20명에 불과했다.

    성형외과 역시 대학병원급 어린이병원에 국한할 때 전국적으로 20명 이내고, 소아이비인후과는 비뇨의학과에서 가장 심각한 에어웨이 관련 검사와 수술을 하는 의사가 전국에 2~3명에 불과했다.

    소아비뇨의학과 역시 소아분과전문의 제도가 없었고, 소아만 수술하는 의사는 10명, 소아와 성인을 같이 수술하는 의사는 20명이었다. 소아마취과 역시 분과전문의제도가 없는데 소아전담 마취과 의사는 24명, 소아와 성인을 겸임하는 의사는 34명이었다.

    소아정형외과도 전국적으로 소아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15~20명이지만 소아만 하는 의사는 10명에 불과했고, 소아신경외과는 전국적으로 10명에 불과했다.

    소아안과는 회원은 200명이었지만 실제 일하는 의사는 50~60명 수준이며, 소아형부외과는 분과전문의제도가 있지만 대학병원급 어린이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는 전국에 15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김 교수는 "정부가 인구 소멸 위기임에도 우수한 소아외과 의료시스템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선거권이 없는 소아 의료와 관련한 정책을 펼치지 않는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에 일침을 가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소아에 투자를 해야한다. 표를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정부가 시스템을 구축해 말 못하는 어린이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의료시스템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성인 보다 노동강도, 위험도 높지만 수가는 더 낮아…의료소송 부담도 더 커

    이어진 발표에서는 대한소아비뇨의학회, 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 대한소아심장학회,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대한소아마취학회, 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등이 직접 등판해 소아외과의 현실을 설명했다.

    이들 학회는 공통적으로 소아 수술은 성인 수술에 필요한 인력, 노동강도, 장비, 시간, 위험도 등이 절대적으로 높지만 현 수가체계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비뇨의학회 박성찬 간행이사는 "소아 종양 수술은 성인 종양 수술보다 상대 가치 점수를 훨씬 더 올릴 필요가 있다. 수술 난이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수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병원 입장에서는 소아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소아진료는 건수가 많지 않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이해도가 떨어져 성인 기준으로 청구를 심사에 삭감이 자주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간행이사는 "심평원에 소아진료 관련 QI 부서가 생성 돼야 한다고 본다. 삭감 전 고지 및 회의를 통해 문제 발생 시 상담이 필요한데, 현재는 그런 게 없다. 왜 삭감을 시키는지 이유도 알 수 없다"며 "고난이도 수술에 대한 세부 분류 및 수가체계 작업도 학회와 심평원이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신창호 보험이사 역시 "소아정형외과 분야의 낮은 수가가 정형외과 전문의가 소아 분야를 전공하는 것에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많다. 턱없이 낮은 수가 때문에 소아의료인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2023년도 정형외과 전임의 중 소아는 14명 중 1명도 없었다.

    신 보험이사는 "급여는 원가의 80~90% 수준만을 보존하고 있어서 비급여 항목으로 손해를 메워야 하는데 소아는 성인과 비교할 때 비급여가 가능한 환자 대상이 적고 종류도 적다"며 "껼국 소아정형외과는 외래 수가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회 내에서도 소아분과는 찬밥 신세를 당하고 있었다.

    소아이비인후과학회 이상혁 학술이사는 "외국학회는 전체 학회의 50~60%를 소아 중증‧희귀‧난치 질환을 다루는 데, 우리나라는 학술 프로그램에 소아 영역을 넣을 수조차 없다. 관심이 너무 없어서 참여율이 극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라며 "힘든 수술을 하기 싫어하는 상황에서 교육도 안 되고, 수련도 안 된다. 현재 전라권에서는 소아이비인후과 의사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소아이비인후과 중증, 희귀질환은 전문인력 확보가 어렵고, 저수가로 병원에서 외면을 받고 있었다. 

    선천성, 감염질환 수술은 정부 평가제도에서 상대적 불이익이 크고, 병원 지원 정책에서도 배제돼 사명감을 가진 의사들도 상실감과 소명감을 잃게 돼 어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저수가 외에도 어려움은 또 있다. 바로 의료소송에 대한 부담이다.

    지난해 8월 법원은 심장기형으로 태어난 소아환자에 심장수술을 진행한 의료진에게 9억여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소아심장학회 한미영 보험이사는 "의사 과실을 60%만 인정했는데도 배상액이 9억이 나왔다. 그런데 수술비가 성인에게서 장애가 남았을 때보다 배상액이 컸다. 소아는 평균 기대여명이 반영돼 배상액이 굉장히 큰 것이었다"며 "그렇지만 소아 심장 수술 상대가치 점수가 이러한 위험 요소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소아의료체계 대책, 현실에서 체감 어려워…"온콜 수당, 형사처벌 면책, 적정 수가 필요"

    물론 정부도 지난해부터 '소아과 오픈런' 등으로 대표되는 소아의료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중증·응급 인프라 유지 지원, ▲소아 입원진료 지원 확대, ▲병원 간 협력을 지원, ▲야간·휴일 소아진료 집중 보상, ▲ 의료분쟁 및 보상제도 개선 등이 포함된 '소아의료체계 개선 후속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소아외과 의사들은 이러한 정부 정책이 현장에는 전혀 와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찬 소아비뇨의학회 간행이사는 "정부가 일부 수가를 올렸으나, 해당 수가도 병원에게 좋은 것이지 열심히 하는 의사에게 인센티브가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병원 자체에서도 이러한 불합리한 문제가 바뀌어야 소아 수술이 더 활성화되고 소아 비뇨의학과 의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들어 고난이도 수술 기준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성인 수술 수익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실제로 모 대학병원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수가 개선으로 월 8000만원의 수익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이는 성인 종양 수술방을 한 개 더 여는 것에 못 미치는 수익이다. 대학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에 따라 소아 수술보다 성인 수술방을 하나 더 여는 게 이득이다"라고 꼬집었다.

    소아이비인후과 장지호 정책이사도 "한정된 예산을 가진 정부 입장에서 가산 정책이 소아이비인후과까지 오기 힘든 것 같다"며 정부 정책을 체감하기 어려운 현실을 설명했다.

    장 정책이사는 "다만 소아의료라면 중증‧희귀‧난치 질환 소아들이 소외되지 않게 형평성을 잃지 않게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소아마취학회 임병건 회장도 "마취 관련 수가 지원이 마취 건수 또는 실적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 실질적인 지원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지방이나 소규모 병원에 소아마취 분야는 건수 자체가 많지 않아 건당, 실적 위주 지원 강화 정책은 한계가 있으므로 온콜 수당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또 임 회장은 "소아마취 분야에서도 위험도가 높은 소아, 심장, 중증. 응급 수술 등의 마취 중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및 사망에 대한 형사처벌 면책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소아 진료 정책 가산도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소아 진료 정책 가산은 1세 미만은 7000원, 6세 미만은 3500원 정도 가산되는데, 그 조건이 초진이어야 한다는 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진료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소아외과 세부전문의들의 진료에는 전혀 가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어린이병원 사후 보상 지불 제도도 불만이 컸다.

    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신창호 보험이사는 "적자가 나도 건강한 적자는 정부에서 메워준다는 거인데, 병원들은 애초에 적자를 내고 싶지가 않는다. 병원의 자원들은 결국 이익률이 높은 분야에 집중되기 마련이다"라며 "적정 진료로도 적자가 나지 않는 흑자가 나는 수가 체계가 필요하다. 그래야 의사들도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