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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 못 이루던 6년, 6주 치료 후 달라졌다”…불면증 치료도 ‘디지털 전환’

    이은 교수 “CBT-I가 불면증 1차 치료지만 접근성 낮아…디지털 치료제가 치료 공백 보완”

    기사입력시간 2026-08-03 14:55
    최종업데이트 2026-08-03 14:55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유방암 치료 이후 불면증에 시달리던 56세 여성 환자. 치료 전 잠자리에 누워 실제 잠든 시간의 비율인 수면효율은 87%였고 불면증 심각도 척도(ISI)는 18점이었다.

    이 환자는 6주간 디지털 기반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를 받은 뒤 수면효율이 93%로 높아졌고 ISI는 정상 수준인 7점까지 떨어졌다. 치료가 끝난 6개월 뒤에도 불면증 심각도는 정상 범위를 유지했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은 교수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 주최로 ‘불면증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 디지털 치료제의 가능성’을 주제로 열린 웨비나에서 이 같은 실제 진료 사례를 소개하며 불면증 치료에서 디지털 CBT-I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는 미국과 유럽, 국내 가이드라인에서 모두 1차 치료로 권고되고 있지만 실제 진료에서는 이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과 인력이 부족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불면증 1차 치료는 CBT-I…실제 진료에서는 약물치료에 치우쳐

    불면증은 잠이 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는 증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만성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교수는 불면증 환자의 약 45%가 발병 10년 후에도 불면 증상을 경험한다는 연구를 소개하며, 국내에서도 수면장애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불면증이 만성화되는 데에는 처음 증상을 유발한 스트레스뿐 아니라 이후 형성되는 잘못된 수면 습관과 인지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잠을 더 자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 눕거나 잠이 오지 않는데도 계속 누워 있는 행동, 전날 잠을 못 잤다는 이유로 낮잠을 자는 행동 등이 오히려 불면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오늘도 못 자면 어떡하나’와 같은 수면에 대한 과도한 걱정 역시 불면증을 만성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CBT-I는 이 같은 행동과 생각을 교정하는 치료다. 수면 제한요법과 자극 조절요법 등 행동치료를 중심으로 인지치료와 수면위생 교육 등을 함께 시행한다.

    이 교수는 “현재까지 연구 결과를 보면 CBT-I 구성 요소 가운데 행동치료의 효과 크기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약물보다 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제 임상에서 CBT-I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교수 연구팀이 2002년부터 2019년까지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불면증 진단 환자 가운데 약물 이외의 치료를 받은 환자는 2.5%에 그쳤다. 이마저도 대부분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가 아닌 지지적 정신치료 등 다른 정신치료 코드였다. 

    이 교수는 “불면증에서 CBT-I가 1차 치료라는 사실을 몰라서 시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CBT-I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고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는 환자 수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대면 치료 접근성 한계…디지털 CBT-I가 대안으로

    이 같은 접근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디지털 기반 CBT-I다.

    대면 진료에서 시행하던 수면 제한요법과 자극 조절, 인지치료, 수면위생 교육 등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유럽 수면 관련 가이드라인에서도 만성 불면증 환자의 1차 치료로 대면 또는 디지털 CBT-I를 권고하고 있다. 이 교수는 디지털 CBT-I가 불면증 증상 개선뿐 아니라 수면제 사용량 감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가 실제 임상에 활용되고 있다.

    웨비나에서는 한독과 웰트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 사례가 소개됐다. 슬립큐는 6주 동안 환자가 작성한 수면일기를 바탕으로 수면시간을 조절하고, 수면 제한요법과 자극 조절, 인지치료, 수면위생 교육, 이완요법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허가 임상에서는 치료 콘텐츠가 포함되지 않은 대조 앱과 비교해 수면 효율과 수면에 대한 역기능적 태도가 유의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허가 임상에서 6주 사용 후 수면효율이 약 14.4% 증가하고 ISI가 약 6점 개선됐으며, 실제 처방 이후 수집된 실사용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개선 경향이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약을 먹고 싶어 하지 않거나 약을 줄이고 싶은 환자에게는 디지털 CBT-I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실제 임상에서는 디지털 치료제를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 약물치료와 함께 시작한 뒤 상태에 따라 약을 줄여가는 방식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CBT-I의 장점은 치료가 끝난 뒤에도 효과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디지털 CBT-I 역시 해외 연구와 국내 실사용 자료에서 치료 종료 후 6개월 이상 효과가 유지되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치료를 대체하는 ‘앱’이라기보다, 기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CBT-I를 더 많은 환자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