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영수회담을 통해 의료개혁과 의정갈등 해결이라는 거시적 공감대를 이뤘지만 정작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갈등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중재안 없이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는 선언적 메시지에 그친 회담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의료계가 불참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참여하는 또 다른 위원회만 재차 구성하는 것이 갈등 중재를 위한 대안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대정원 문제만 공감대 이룬 이유…"양측 이해관계 맞아 떨어졌다"
30일 대통령실과 민주당 등에 따르면 전날(29일) 영수회담 직후 대통령실과 민주당 모두 '의료개혁에 대한 필요성에 양측이 공감대를 이뤘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는 이재명 대표의 모두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이 대표는 이날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대통령의 의대증원 등 정책 추진에 협력하겠다. 의료진의 현장 복귀가 필요하다"고 전향적인 메시지를 냈다.
다만 이날 회담은 130여분 간 이뤄졌지만 별도 합의문 채택을 하지 못하고 종료됐다. 의대정원 문제 등을 제외하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 등 대부분 의제에서 인식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그 이유다.
그럼에도 의대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선만 유일하게 양측이 공감대를 이룬 이유는 의정갈등이 길어지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중재자로 야당이 나설 명분이 필요했고, 정부도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정부 입장에선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의정갈등을 적극적으로 풀어가는 국정쇄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야당에서도 의정갈등 중재 과정에 일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현재 의료대란과 환자 불편 가중 등을 이유로 의정갈등을 하루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압도적이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국민 지지가 높은 의대정원 증원 정책은 찬성하면서도 의정갈등 봉합을 위한 방법으론 의료계와 정부여당에 더해 민주당까지 참여하는 국회 공론화특위 설치를 주장했다. 사실상 장기간 지속된 의정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야당이 중재자로 참여하겠다는 뜻이다.
국회 상황에 정통한 의료계 관계자는 "다른 이슈에서 인식차이로 인해 이견을 보인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유일하게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서만 공감대를 이뤘다. 이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정 갈등 봉합 위한 현실적 대안 빠지고 '속빈 강정' 같은 얘기만 반복
그러나 이 같은 영수회담 결과에 대해 의료계는 '속빈 강정'이라는 입장이다. 정작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중재안은 빠진 채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선언적 메시지만 남았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계가 정부의 '원점 재논의' 등 전향적인 입장변화가 없는 한 대화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야당까지 참여하는 또 다른 위원회만 만드는 것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료계 참여를 전제하지 못하는 별도 국회 특위 구성은 실제 갈등 중재 보단 정치적 셈법에 가깝기 때문이다.
의협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담이 정말 의정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자리인지 의문이다. 정부 입장에선 불통 이미지를 전환시키기 위한 장일 뿐이고, 민주당 입장에선 국민 지지도가 높은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의정갈등 봉합 과정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넣어 공을 세우겠다는 정치공학적인 거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사직 전공의는 "여당 내부에서도 현실적으로 의정갈등을 당장 해결하기 위해선 2025학년도에 예정된 의대정원 증원을 1년 유예하고 과학적인 의사수추계 기구를 통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번 영수회담에선 이 같은 현실적인 중재 방안은 실종되고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자는 속빈 강정같은 얘기만 반복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