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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 교수, 응급의료 5개년 계획 발표…외상·심뇌혈관·소아·정신 등 특화

    지난 5년간 응급의료기금 1조원, 예방가능한 사망률 등 지표 개선 안돼

    기사입력시간 2018-02-09 16:45
    최종업데이트 2018-02-11 22:42

    ▲김윤 교수가 9일 '국민 중심의 포괄적 응급의료 제공' 비전의 응급의료 중장기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복지부, "문제 생길 때마다 수가 탓·복지부 탓 말고 우리 탓을 해보자"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보건복지부가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에게 의뢰한 '응급의료 중장기 발전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이는 병원 전 이송단계와 병원 단계의 연계를 강화하고 외상, 심뇌혈관, 소아, 정신질환 등 개별 질환 센터를 특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교수는  9일 서울대 치과병원에서 열린 ‘응급의료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 공청회에서 향후 5년 간의 응급의료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국민 중심의 포괄적 응급의료 제공’을 비전으로 119 구급대의 환자 평가 및 적절한 병원으로의 이송률 향상, 외상치료체계의 지역화 및 권역별 이송체계 구축, 중증 응급환자 치료 인프라 구축, 취약 인구집단 중증 응급환자 치료 인프라 구축, 응급의료의 사회안전망 기능 강화, 환자 중심의 안전하고 편리한 응급의료서비스 구현, 시도 지자체의 응급의료에 대한 권한과 책임의 강화 등 7가지의 추진 방향을 담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2016년 기준 1384명이며 전공의 지원율은 108.3%, 응급구조사 수는 1만9325명에 이른다. 응급의료기관은 539개, 응급병상수는 7180개, 구급차수는 7763개, 법정기준 충족률은 86.0%에 달한다. 응급의료는 응급의료기금이 투입되면서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여건이 좋아졌다.

    김 교수는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은 외상체계와 응급 지표에 아주 중요한 지표에 해당한다"라며 "이는 2010년 35%에 비해 2016년 30.5%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독립적인 응급의료기금이 있고 적지 않은 돈이 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로 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표가 제자리에 맴도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번 발표는 지난 5년간의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을 기반으로 한다”라며 “중증 환자와 경증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응급의료의 개념을 정립하고, 최종적으로 치료가 가능한 센터를 통해 각종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와 대한응급의학회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5년간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매년 2000억원씩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응급의료기금이 투입됐다. 

    김 교수는 더 이상 응급의료 수가를 올려주는 방식으로는 응급의료체계를 완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병원 전단계에서 중증 환자를 볼 수 있는 응급센터인지, 그렇지 않은 지역응급의료기관인지 알지 못한 상태로 환자가 이송돼 치료가 지연되는 일이 많다"라며 "결국 사망률이 올라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부계획에서 병원 전단계는 충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김상철 교수, 병원 단계는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 교수, 외상은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허요 교수, 심혈관은 충북대병원 심혈관내과 배장환 교수, 소아는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곽영호 교수, 환자경험은 디자인케어 유윤형·구정하 대표 등이 맡았다.

    이에 따라 심근경색증 사망률 목표는 2015년 인구 10만명당 20.5명에서 2022년 17.0명 이하로, 뇌졸중 사망률 목표는 2011년 24%에서 2022년 16.6%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은 2016년 30.5%에서 2022년 15% 이하로 낮추고 응급의료에 대한 만족도는 2016년 46.6%에서 2022년 7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복지부 권준욱 공공의료정책관은 “그동안 응급의료에 많은 재정 지원이 이뤄져서 인프라나 양적인 면에서 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권 정책관은 “이대목동병원 사건 등 문제만 터지면 주로 저수가나 복지부 탓을 하는데 이제는 우리 스스로의 탓을 해보자”라며 “응급의료수가가 현실화됐지만 이것은 누구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과거 이야기만 하기에는 여건이 좋아졌다”고 했다.

    이어 “대책도 대책이지만 응급의료센터가 엄정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복지부가 과거처럼 물렁하게 대응하지 않겠다”라며 "민간이나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밖으로 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①병원 전단계,  골든타임 안에 이송 목표   

    병원 전단계에서는 중증 응급환자를 선별해 신속하게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증 외상환자는 1시간 이내, 뇌졸중과 급성심근경색은 3시간 이내 ‘골든 타임’ 안에 중증 응급환자가 최종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생존율을 높이고 합병증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구급대원 출동에서 환자접촉까지 걸리는 시간이 '10분 이상'이라는 비율이 2013년 15.3%에서 2015년 17.6%으로 오히려 시간이 지체됐다. 출동부터 병원 도착까지 30분 이상의 비율은 2013년 29.4%에서 2016년 27.3%으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는 119구급대의 적절한 응급처치 시행률이 낮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응급처치 시행률은 지역별로 4.2%에서 55.6%으로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5년 119 이용환자의 부적절 이송률을 보면 심혈관계 질환자 30.7%, 뇌신경계 환자 31.9%, 중증 외상환자 44.6% 등이었다. 

    김 교수는 “중증 응급환자의 현장처치가 적절하지 않거나 다른 기관으로 전원되는 등 전원 비율이 높아지면 최종 치료가 지연되고 사망률이 올라간다”라며 "환자 이송은 소방본부가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도에서 책임을 지고 병원전단계와 병원단계의 유기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자가 중증환자 선별도구를 통해 적절한 시간 내에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되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라며 "경증 환자가 중증 환자치료를 받는 오버트리아지 비율, 중증 환자가 경증 환자 치료를 받는 언더트리아지 비율 등을 개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②병원 단계, 야간·주말 경증 환자 응급외래 설치 

    응급의료기관의 이송체계를 갖춘다면 병원 단계에서의 사망률을 3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 병원단계에서 심폐소생술이 잘못된 경우가 의외로 많은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응급외래 제도와 의료지도센터를 제안했다. 응급외래는 경증 환자나 비응급 환자에게 보다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응급실 혼잡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응급외래는 예진 구역의 확장 개념으로 외래와 응급간 중간 성격의 진료체계를 말한다. 야간, 주말, 공휴일에 병원 이용이 필요한 경증 환자를 볼 수 있게 했다. 

    김 교수는 "환자는 미리 전화로 상담한 후 의료진 판단에 따라 응급 외래나 응급실에 방문한다. 지역단위로 공동연구와 개발에 나선다"라며 "프로토콜 완성 후 시범 설치와 2~3차에 걸친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확대 시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지도센터는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적절한 이송병원을 선정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회 안전망으로 응급실 기능을 강화해 독거 노인, 중독, 성폭력, 아동 학대 등의 복지프로그램과도 연계를 추진한다. 

    ③외상, 소방과의 연계 대책으로 예방가능한 사망률 3분의 1로 줄여 

    권역외상센터의 예방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수도권 27.7%, 호남권 42.2% 등으로 큰 차이가 났다. 시설, 인력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외상센터도 많았다. 

    2015년 중증 외상환자의 권역외상센터 이용률은 28.5%에 그쳤다. 이는 국민적 인식이 부족하고 장거리 이송 시 소방의 책임 소재 문제가 있어서다. 구급대원이 중증 외상 환자를 인지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병원 전 처치 경험 부족, 현장 구급대원 인력 부족 등의 문제도 있다. 헬기로 환자를 이송한다는 인식이 부족해 헬기 이송 요청시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외상센터는 특히 소방본부와 병원 간 협력관계가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시도 수준에서 외상진료체계를 담당하는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지역응급의료위원회나 외상위원회가 이송과 관련한 문제나 병원과 연계된 부분을 담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도별로 중증 외상환자 이송지침을 만들거나 지역별 외상처치지도(map)를 개발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김 교수는 “가급적 모든 중증 외상환자가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지역에 따라 외상센터가 없거나 즉각적인 치료가 불가능할 수 있다”라며 “지역별로 명확한 지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닥터헬기, 소방헬기 등을 동원하면 외상 환자를 1시간 이내 골든타임 안에 충분히 이송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헬기 자체의 숫자 부족이 아니라 헬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헬기가 통합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는 헬기 이송 인력이 부족한 문제가 있다”라며 “헬기 착륙장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역외상센터 간의 진료역량 편차가 심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 교수는 “외상센터가 제대로 운영되면 예방가능한 사망률(2016년 30.5%)이 3분의 1로 줄어든다"라며 "심근경색증 사망률이나 뇌졸중 사망률도 각각의 개선책을 만들어서 분명한 사망률 개선 목표를 정했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④심혈관, 1시간 골든타임 안에 병원 도착하도록 

    심혈관 치료는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한 후 골든 타임(1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할 확률이 낮고 지역간 격차도 크다. 환자가 증상이 생긴 이후 1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는 비율은 충남은 24.5%인 반면 인천은 61.9%에 달했다. 

    지역사회 조사를 보면 급성 심근경색의 자체 증상 인지율이 80% 이상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병원에 방문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증상 인지율이 20~40%로 편차가 컸다. 

    119 구급차 이용률이 낮은 것도 한 몫 더했다. 구급차 이용률은 2016년 32.8%에 그쳤으며 이는 미국 40~53%, 일본 70%, 싱가폴 58.6% 등에 비해 낮았다. 서울, 대전, 제주 등은 약40%였지만 전남과 경남은 20%선에 머물렀다. 

    심근경색 환자의 부적절한 이송으로 인한 전원율도 평균 10%에 이른다. 작은 규모의 응급기관에서 부적절한 이송이 컸다. 부적절한 이송 비율을 보면 지역응급기관 41.9%, 지역응급센터 5.0%, 권역응급센터 0.2%였다. 김 교수는 “외상과 마찬가지로 심뇌혈관은 지역별 권역응급의료위원회 산하에 별도 위원회를 만들어서 권역 심뇌혈관 체계의 일정부분을 책임져야 한다”라며 “환자 이송 비율을 실현가능한 적절한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이나 경기도는 시도의 역량이 받쳐주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손에 꼽을 정도로 열악하다”라며 “시도  역량이 강화되지 않으면 소방과 병원 단계에서의 협력이 쉽지 않다. 이는 속도의 문제이긴 하지만 가야할 길은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⑤뇌혈관, 중앙심뇌혈관센터와 권역심뇌혈관센터 추가 설치   

    급성기 뇌졸중 환자가 골든타임인 3시간 이내에 응급실에 도착하는 비율은 25%로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0%)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환자의 23.9%가 혈관재개통 치료 등의 추가 치료를 위해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 다른 병원 응급실로 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119구급차 이용률이 낮고 급성 뇌졸중 환자 중 권역뇌혈관센터로 이송되는 경우가 전체의 5%에 불과하다는 점이 꼽혔다. 급성 환자의 25%는 긴급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데도 전원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뇌졸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신경과는 66개 수련병원 중 45개 병원의 연차당 전공의 수가 1명 이하로, 전공의 수련기간 제한(주당 80시간)을 고려하면 365일 응급실 진료가 불가능하다. 

    김 교수는 “복지부를 중심으로 중앙심뇌혈관센터를 두고 권역심뇌혈관센터를 추가로 설치해 역할을 강화하겠다”라며 “센터를 시작한지 1년이 지난 뒤에 뇌졸중 사망률을 7.4% 줄이고, 뇌졸중 후유증으로 인한 3개월 장애률을 17.3% 줄이겠다”고 말했다.  

    ⑥소아응급, 전체 응급실의 3.7%에 불과한 인프라 개선 
    소아는 성인에 비해 병원 전 단계의 적절한 처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교통사고로 10여개 병원을 전전한 환자도 2살 소아였다. 이 환자는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아주대병원이 받아줄 때까지 모든 병원이 전원을 거부했다.

    김 교수는 소아 환자를 위해 별도 시설을 갖춘 소아 응급실은 전체 응급실의 3.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아응급실 운영은 의료기관에 재정적으로 부담을 주는 실정이라 센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소아 중증환자는 전체 환자의 4.4%로 하루에 최소 185명에 달한다. 김 교수는 "소아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소아전문응급센터를 설립해 역량을 강화하고 의료의 질을 향상하겠다"고 말했다.  

    ⑦정신응급, 신체 질환과 정신과 치료 동시에 

    정신 질환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사망률 1위(2013년 기준, 2015년 국내 사망원인 중 5위)에 이른다. 자살 시도자 등이 응급실을 방문하지만 신체적 질환과 정신과적 치료를 동시에 제공하는 기관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 교수는 “복지부와 권역응급센터가 정신전문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 정신보건전문요원 2인 등을 두도록 하겠다"라며 "자살시도자의 적정관리를 위한 응급실, 정신건강의학과, 지역사회 연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⑧환자경험, 응급실에 환자가 원하는 관점을 보완 

    환자경험은 응급의료 정책에 이해관계자인 환자 관점이 빠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응급의료 서비스 이용자들의 경험을 진료 과정의 일부라고 보고, 의료기관이 응급 환자에게 제공할 서비스를 밝혀낸다. 근본적으로는 응급의료 종사자의 자부심을 높이고 이미지 제고를 위한 명예 제도를 도입한다. 응급의료는 개별 의료기관이 아닌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을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응급환자 경험 평가제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하고 있는 입원환자 경험평가처럼 설문조사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보다 정성적인 평가로 이뤄진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병원 응급실에 오는 환자는 어떤 사례가 있고 응급실의 어떤 부분이 개선되길 원하는지를 병원의 일상적인 활동으로 정착시켜 나가자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응급실 폭력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한 응급실, 경찰과의 협력체계를 갖춘 응급실로 만들어나가는 노력도 진행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