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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역외상센터, 의사 비정규직 채용해 지원자 없고 있던 의사들도 나가떨어져"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외상센터 구조적 모순 문제점 진단

    기사입력시간 2018-01-11 15:36
    최종업데이트 2018-01-11 16:25

    ▲대한외상학회는 권역외상센터의 인력 채용의 어려운 점을 강조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권역외상센터 전담 전문의 채용 과정이 너무 어렵다. 힘든 일을 하고 당직 근무가 많은데도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다. 정규직 가능성마저 희박해 고용 안전성에 의문이 있다. 이 문제를 2~3년 안에 해결하지 않으면 현재 일하는 전문의들도 나가떨어질 것이다."

    대한외상학회 박찬용 총무이사(부산대병원)는 11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마련한 '대한민국 의료, 구조적 모순을 진단한다' 토론회에서 권역외상센터 인력 문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17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됐고 이중 아주대병원 등 10개가 개소했다. 외상센터는 외상환자만을 위한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추고 추락, 낙상, 다발성 골절 등 환자 외상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살릴 수 있는 외상환자를 의미하는 예방가능 외상 사망률은 현재 30%가 넘지만 2020년 20% 이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예방가능 외상 사망률을 선진국 수준인 5~10% 이내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외상센터의 현실은 예방가능 사망률 목표를 이루기 어려운 수준이다. 박 이사는 “외상센터는 많은 시설, 장비, 인력이 중증 외상 환자만을 위해 이용될 수 있도록 한다”라며 “공익적 측면에서는 중요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적자가 나기 때문에 부담스럽고, 의료진 입장에서도 병원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외상센터의 가장 큰 문제는 전담 전문의 충원 문제다. 박 이사는 “인력 충원이 안돼서 외상센터 시스템이라는 것을 만들 수가 없다”라며 “외상환자를 치료하려면 여러 진료과의 전문의가 같이 있어야 하는데 인력 채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지원금도 인력 채용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담전문의 1인당 보건복지부 지원금은 1억 2000만원으로 여기에 기본급, 당직비, 수당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여기서 추가로 비용을 부담하고 싶으면 병원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박 이사는 “1억 2000만원을 초과해서 지급하면 병원이 해당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라며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이사는 “외상센터 전담 전문의는 당직 등 업무 과정이나 근무 스트레스가 심하다”라며 “병원에서 적자라는 이유로 채용을 기피하고 전담전문의 고용 안전성도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외상 지원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모집공고에 반응이 없어 재공고가 나온다”라며 "외상센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담 전문의를 임상 교수 이상의 교원 또는 정규직에 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병원들이 정부 지원금을 이용해 대체로 비정규직으로 전담 전문의를 채용하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외상센터 인력의 고용 안정성 문제를 2~3년안에 해결하지 않으면 현재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전문의들도 (힘들어서)나가떨어질 수 있다”라며 “외상센터에 충분한 인력을 채용할 수 있어야 환자들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외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증외상기금이 5년마다 갱신되는 만큼 지속적인 독립기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질병군에 외상 질병코드가 누락되고 있는 문제도 지적했다. 병원이 외상환자를 많이 보면 오히려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불리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상학회 이강현 회장(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외상은 젊은 연령층의 사망과 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국가 보건의료의 중요한 문제”라며 “외상치료체계는 공공의료로 국가의 지원과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연간 손상으로 인한 사망은 3만여명이며 경제협력개발국가(OECD) 중 교통사고와 자살로 인한 사망은 수위권”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외상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약30%는 살릴 수 있지만, 외상체계의 구조적 모순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